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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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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중심 AI...영향권 산업과, 영향 밖 산업은 [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최근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주요한 혁신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딥시크(DeepSeek RI)와 그록3(Grok-3)의 공개는 AI의 발전 속도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AI가 기존보다 더 빠르고 정교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으며, 이를 통해 AI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스탠퍼드 대학의 2024년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술은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과 하드웨어 성능 향상에 기인하고 있으며, AI 연산에 사용되는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딥시크(DeepSeek)는 2023년 설립된 중국의 AI 스타트업으로서 2025년 1월 22일 발표한 딥시크 RI 모델의 연구 논문을 통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딥시크 RI 모델이 수학, 언어, 코딩 등 추론 능력 면에서 오픈AI의 o1-mini 모델보다 우수하고, 오픈AI의 o1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보여주었다.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용 면에서 딥시크 RI 모델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558만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기존 유사한 LLM 모델 개발 비용의 10% 정도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또한, 시장에 출시된 딥시크 앱은 1월 28일 정오 기준으로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기존의 AI 모델들이 주로 영어권 중심으로 개발된 것과 달리, 딥시크 RI는 중국이 주도하는 초거대 언어 모델로, 중국어 및 기타 아시아 언어들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LLM 시장의 중심 중 하나가 아시아권이 됨을 자연스럽게 알렸다.그록(Grok)3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2025년 2월 17일 공개한 최신 챗봇 모델이다. 라이브스트림 발표회에서 ▲수학 ▲과학 ▲코딩 벤치마킹 분야 ▲추론 분야에서 알파벳의 구글 제미나이-2 프로, 딥시크의 V3 모델, 앤스로픽의 클로드 3.5 소넷, 오픈AI의 GPT-4o와 비교해서 더 우수했고, 추론 분야에서는 오픈AI의 o1 모델, 딥시크 R1 모델, 구글 제미나이-2 플래시 씽킹 모델과 비교해 우수함을 보여줘 ‘지구에서 제일 똑똑한 AI’를 표방했다.검열로 인한 결과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고, 생성 이미지의 품질과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자율성이 높은 반면, 다국어 역량이 부족하고 요금제가 약간 비싸다는 평가가 있다. 그록3는 더욱 대화형이고 유머러스한 응답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보다 인간적인 대화를 목표로 한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에서 벗어나,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더욱 친숙한 기술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AI 발전이 불러온 ‘문제’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주요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째, 정보 정확성 문제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응답을 생성하지만, 그 데이터 자체가 반드시 정확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이에 따라 AI는 종종 허위 정보를 포함한 내용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용자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많은 연구와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둘째, 윤리적 문제다. AI가 생성하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은 기존의 창작물을 학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AI가 원작자의 창작물을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저작권을 침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6월 13일 '인공지능법(AI Act)'을 제정하였고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2024년 12월 26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제정했다.셋째, 데이터 편향성 문제다. AI는 학습하는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편향된 결과를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특정 문화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데이터가 많을 경우, AI는 이에 따라 편향된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AI가 보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다양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2024년 스탠퍼드 AI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AI 시스템의 편향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AI 시스템이 학습한 데이터의 편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이 논의되고 있다.생성형 AI가 점점 더 범용적으로 활용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과 기업군이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중요한 산업들이 포함된다. AI 직접 영향권에 든 산업은 어디AI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한 산업일수록 AI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콘텐츠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서비스와 교육 및 연구 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먼저, 콘텐츠 산업 (미디어·출판·광고·마케팅) 분야다. AI는 자동으로 기사, 광고 문구, 마케팅 카피를 생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 카피라이팅, 영상 콘텐츠 제작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기획하고 작성해야 했던 콘텐츠들이 AI를 통해 자동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 인스티튜트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AI의 발전이 뉴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지속될 것을 강조하면서, AI 기반 검색 인터페이스와 챗봇의 발전이 뉴스 웹사이트와 앱으로의 트래픽 흐름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향후 정보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이미지 및 영상 생성 기술은 광고 및 마케팅 업계에서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DALL·E)는 디자이너 없이도 고품질의 시각 자료를 생성할 수 있어 광고 및 브랜딩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킨지 AI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마케팅 및 영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콘텐츠 생성을 통해 인간의 업무를 보완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다. 즉, AI가 인간 디자이너와 협력하거나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둘째, 소프트웨어 개발 및 IT 서비스 분야다. IDC 2024 AI 보고서에 따르면, AI 코딩 도구는 프로그래머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며, 단순 코딩 작업을 대체하고 있으며, AI 도구들은 개발자가 몇 줄의 코드만 입력해도 전체적인 코드 블록을 자동으로 생성해주기 때문에, 개발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코드 작성이 많은 기업에서는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는 AI를 활용해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강력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AI 코딩 보조 도구를 활용해 소수의 개발자만으로도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초기 개발 비용을 줄이고 신속하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고객 서비스 및 콜센터 분야다. AI 챗봇과 음성 비서의 발전으로 인해 콜센터 산업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될 전망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AI 챗봇을 활용해 기본적인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24시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기반 고객 서비스 솔루션은 고객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답변을 제공할 수 있어 응대 속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액센츄어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74%가 생성형 AI와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초과 달성했으며, 63%는 2026년까지 이러한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가트너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및 디지털 기술은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단순히 도입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며, 경영진은 AI의 실제 잠재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AI 기술이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들은 AI 기반 고객 서비스 솔루션을 도입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넷째, 교육 및 연구 산업 분야다. AI 기반 튜터링 시스템과 연구 논문 작성 보조 AI가 교육 및 학술 연구 환경을 바꾸고 있다. AI 기반 튜터링 시스템은 학생들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별 맞춤형 학습 계획을 제공하고, 자동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맞춰 개별적으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일률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화된 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또한, 연구 논문 및 기술 문서 작성을 돕는 AI 모델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학계에서의 활용도가 증가할 것이다. AI는 대량의 논문을 분석해 연구자들에게 관련된 논문을 추천하고, 논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네이처(2024)에 따르면, AI 기반 논문 요약 및 추천 서비스인 엘리시트(Elicit)가 연구자들이 관련 연구 결과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이는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대체 어려운 산업군도 존재생성형 AI의 변화를 약하게 받는 산업과 기업도 존재한다. 건설업, 제조업, 농업과 같은 분야는 기계적 자동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길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AI가 로봇과 결합해 특정 작업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작업 현장의 복잡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즉각 대응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크다. 건설업에서 AI는 건축 설계를 보조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날씨 변화, 지반 문제 등)에 대응하는 것은 숙련된 인부들의 몫이다. 오라클 보고서(2024)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건설업계에서 공정 효율성 개선, 비용 절감, 건설 성과 향상 등에 기여하고 있고, 건설 관련 문서 작성 및 요약 작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인재 격차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현장 작업의 복잡한 변수에 대한 실시간 대응은 여전히 인간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에서는 AI가 자동화된 트랙터, 드론을 활용한 작물 모니터링 등의 방식으로 일부 혁신을 이루고 있지만, 복합적인 농업 환경에서 AI가 완전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AI 기반 작물 관리 시스템은 토양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수분 공급량을 계산할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나 예상치 못한 해충 발생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은 농부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다.둘째, 정밀한 인간 판단이 필요한 직업 (의료·법률·심리 상담)이다. AI가 의료 영상 분석이나 법률 문서 검토 등의 보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이다. 예를 들면, AI는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지만, 종합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의사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다. AI는 진단 스캔 해석의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있지만, 임상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AI와 인간의 전문 지식을 결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즉,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은 특정 암 진단에서 인간 의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병력, 생활 습관, 복합적인 증상 등을 고려한 통합적 진료는 아직 인간 의사가 수행해야 한다. 법률 분야에서도 AI는 문서 검색과 판례 분석을 도울 수 있지만, 법정에서 변론을 하거나 법적 해석을 내리는 것은 인간 변호사 또는 인간 판사의 역할이다. 세션트 리걸 리서치 AI는 미국 연방 및 주 법원의 수백만 건의 판례를 분석해 사용자가 몇 초 만에 주요 법적 선례를 확인하고, 법률 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데이비드윌킨 (David Wilkin) 교수는 AI는 특정 사건과 관련된 판례를 빠르게 찾아 제공할 수 있으나, 실제 사건에서 변호사가 고려해야 할 사회적 맥락, 도덕적 판단, 법적 전략 등은 인간의 경험과 논리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심리 상담 분야에서도 AI 챗봇이 간단한 정신 건강 상담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 상담사의 공감과 직관적인 판단은 대체할 수 없다. AI 기반 정신 건강 앱들은 사용자의 감정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일반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으나,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담사와의 대면 대화가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상담 과정에서 신뢰와 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AI는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즉각적인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공예 및 수공업 기반 산업 분야이다. 예술, 디자인, 공예 등 인간의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는 AI가 지원할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예를 들면, AI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할 수 있지만, 개별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감성을 완전히 복제할 수는 없다. 최근 AI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예: DALL·E, Midjourney)이 발전하면서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제작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디자이너들이 갖고 있는 직관적 감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어렵다. AI가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는 기존 스타일의 변형일 뿐, 완전히 새로운 예술적 개념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공예 분야에서도 손으로 만드는 특유의 질감과 창의성은 AI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전통 도자기 제작이나 수제 가구 제작과 같은 분야에서는 장인의 경험과 기술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AI가 설계 도면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세밀한 조각, 균형 감각, 재료의 특성을 활용하는 부분은 여전히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한다. 특히, 맞춤형 제작이 중요한 공예 산업에서는 고객의 취향과 감각을 고려해 즉흥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며, 이는 AI가 단순 반복 학습을 통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패션 디자인에서도 AI가 트렌드를 분석하고 디자인 시안을 생성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AI는 소비자 선호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턴과 스타일을 추천할 수 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인간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과 문화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부 패션 브랜드는 AI를 활용해 디자인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패션 브랜드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2023년 봄/여름 컬렉션 캠페인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이미지를 생성하였지만, AI 활용은 인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최종적인 디자인 결정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가 주도했다.생성형 AI 시대에서 개인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학습과 AI 도구의 효과적인 활용이 필수적이다.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며, 창의성과 감성 지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인식을 높여 AI 시대의 위험 요소에 대비해야 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대비하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개인과 기업 모두가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김호림 동양대 교수는_현재 동양대 AI융합연구센터장으로서 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WAESG) 회장, 한국경영정보시스템학회(KMIS) 부회장, 한국인터넷전자상거래학회(KIECA)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머신러닝, 인공신경망, 스마트팩토리, 기업정보시스템, ESG, 블록체인이다. 고성능 AI 솔루션 개발 및 생성형 모델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DT)과 관련하여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등의 생산성 향상, 결함 탐지, 생산관리 시스템(MES)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며,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한 AI 및 데이터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2025.03.17 09:00

11분 소요
중앙 없는 조직 시대 여는 ‘DAO’가 온다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자유로운 정보 공유라는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동시에 익명의 사용자들이 가득한 가상 공간에서 신뢰를 보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익명의 댓글, 가짜 뉴스, 해킹 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경에서 신뢰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등장했다.블록체인의 핵심 개념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 원장 기술이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주고받은 거래 내역이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에 공유돼, 한 번 기록된 데이터는 누구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런 구조 덕분에 우리는 가상공간에서도 실물 경제보다 더 높은 신뢰를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다.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스마트 컨트랙트의 발전블록체인의 시작은 비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은 중앙기관 없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줬지만, 그 기능은 금과 유사한 자산의 저장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구조를 보고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 낸다. “비트코인처럼 단순히 거래 내역만 서로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실행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으로 만든 앱 및 앱이 실행되면서 만들어지는 모든 결과물이 공유되므로 아무도 이를 위변조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결과물들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권을 위변조할 수 없게 돼 인터넷상에 진정한 소유권이 확립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이더리움(Ethereum)이다.이더리움은 블록체인상에서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코드에 의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고 서로 공유되므로, 중개자 없이 이루어지면서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의 계약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자동화된 계약 시스템은 신속하며, 중개자를 제거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준다. DAO, 조직의 개념을 바꾸다탈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DAO)는 인터넷상에서 운영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조직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들은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이 이에 따라 움직이는 중앙 집중식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DAO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규칙이 미리 정해지고, 구성원들의 투표에 의해 운영된다.DAO는 모든 의사 결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 관리자가 아닌 코드에 의해 운영되는 자율성, 조직 구성원들이 직접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참여자 중심 구조로 핵심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DAO는 ‘온라인 자판기’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사람의 개입 없이 원하는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DAO 역시 조직 운영이 미리 정해진 코드(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되므로, 중개자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즉, DAO는 인터넷 상에서 코드에 의해 운영되는 자판기 형태의 온라인 회사인 셈이다.이런 특징으로 DAO는 온라인상에서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DAO를 통해 중앙화된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뢰 문제를 해결하고,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중개자 없이 운영되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참여자 중심의 구조를 통해 개인의 의견이 조직 운영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DAO의 다양한 종류와 실제 활용 사례DAO는 사용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DAO의 3가지 종류와 실제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전통적인 벤처 캐피털 투자 방식은 폐쇄적이며, 소수의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투자 DAO’인 비트(Bit)DAO는 이런 구조를 탈피하고, DAO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비트DAO는 탈중앙화 금융(DeFi), 블록체인 인프라 및 웹(Web)3 프로젝트와 같은 분야에 투자하며, 참여자들은 투표를 통해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탈중앙화 거래소 DAO’도 있다.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소는 높은 거래 수수료, 검열 위험 및 보안 취약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니스왑(Uniswap) DAO는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자동화해 중개인 없이 사용자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참여자들이 유니스왑 플랫폼에 다양한 종류의 가상자산을 넣어두면, 이용자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운영돼 교환이 신속하며 이를 관리하는 중개자가 필요 없게 된다.전통적인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대출 및 예치를 할 수 있는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대출 DAO’도 있다. 에이브(Aave)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중개자 없이 대출을 실행하며, 사용자는 자신의 가상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정책 및 이자율 조정은 에이브 DAO 구성원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이 외에도 예술가, 크리에이터 및 문화 산업 종사자들이 보다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DAO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DAO의 허브를 꿈꾸는 와이오밍州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의 와이오밍주(州)는 2021년 영리 목적의 DAO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에는 ‘와이오밍 분산형 비법인 비영리 협회법’(DUNA)을 제정해 비영리목적의 DAO에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DAO는 와이오밍주 내에서 법인격을 인정받아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며 ▲세금 납부 등의 법적 절차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이런 법적 인정은 DAO 운영자들에게 법적 안정성과 신뢰를 제공하며, 와이오밍주를 DAO 설립 및 운영을 위한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와이오밍주는 블록체인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8년 이후 30개 이상의 친(親)가상자산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산악지역에 자리 잡아 광업과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와이오밍주에 블록체인 및 DAO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 지역이 미국 내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 잡아가는 계기가 됐다.또한 와이오밍주는 2025년 1분기를 목표로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주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의 활용과 수용을 촉진하며, DAO와 같은 디지털 조직들이 안정적인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한다. 이런 움직임은 DAO가 실생활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정책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와이오밍주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법안도 발의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DAO와 같은 탈중앙화 조직에게 디지털 자산을 통한 안정적인 금융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지원이 실질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 법안의 탄생에는 마크 고든(Mark Gordon) 와이오밍 주지사와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든 주지사는 농업과 에너지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이 와이오밍주의 경제적 다각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루미스 상원의원은 비트코인의 초기 투자자로, 탈중앙화 기술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2024년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발의해 와이오밍 주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DAO 기업 형태 도입 검토하는 일본일본은 DAO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금융청(FSA)은 그동안 DAO의 법적 지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DAO를 기업 형태로 인정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DAO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을 고려해, DAO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관련 규제를 정립할 계획이다.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술 혁신을 수용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 시스템을 도입했다. DAO의 법적 지위를 공식화하는 과정도 이러한 기술 수용 정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으며, DAO를 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법적 조직으로 간주해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또한 DAO의 운영 방식과 투표 시스템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의사결정 절차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DAO의 소득 및 자산 관리 방식을 명확히 해 세금 납부와 회계 기록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이런 논의를 배경으로 닌자(Ninja) DAO, 와구미 DAO, 슈퍼 사피엔스(Super Sapienss·スーパーサピエンス) 등과 같은 다양한 DAO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대체불가능토큰(NFT) ▲웹3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분야에서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와 공급망 관리를 실험하고 있다. DAO가 만들어갈 미래는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DAO의 확산은 국경을 초월한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전통적인 기업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DAO는 중앙집권적 조직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사회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DAO를 통해 기업 운영 방식뿐만 아니라 금융·예술·지역 사회 조직 운영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이에 대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규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미국 와이오밍주의 DAO 정책과 일본의 DAO 법안 검토 사례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제도적 정비가 미비한 국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법적 명확성이 확보된 환경이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기업과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법률제정이 늦어질수록 글로벌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향후 글로벌 경제에서 DAO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질수록,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많은 국가가 이제 DAO를 단순한 실험적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모델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DAO의 성장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커뮤니티, 정부가 등장하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중앙이 없는 조직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

2025.02.16 10:00

7분 소요
트럼프 2기 맞은 ‘메타’의 변신은 무죄? 유죄? [한세희 테크&라이프]

산업 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2020년 재선 실패 후 4년의 시간을 지나 권토중래한 트럼프에게 빅테크 기업들은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대체로 친민주당 진보 성향이다. 최근 몇 번의 대선에서도 이들의 정치자금 기부의 90%는 민주당에게 갔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아마존과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CEO가 대선 승리 축하 메시지를 올리고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유화적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누가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저택에 가 함께 식사를 하는지에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 저커버그, 트럼프와 악연 끊을까?트럼프에 대한 태도를 가장 극적으로 바꾼 빅테크 경영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이다. 메타는 2020년 의사당 난동 사건 등의 문제로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악연이 있다. 트럼프는 메타가 페이스북에서 바이든 대통령 아들의 비리 의혹에 관한 뉴스를 차단하는 등 자신을 방해해 지난 대선에 패배했다며 “2024년 대선에서 그가 불법을 저지르면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틱톡 제재를 추진했으나, 같은 정책을 이어간 바이든 시기에는 “틱톡 규제가 페이스북을 돕는다”며 유화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현 X), 유튜브 등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백신 회의론 등 코로나19 관련 콘텐츠를 적극 규제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을 단속하고 정치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의 노출을 줄이는 정책을 폈고, 이 과정에서 공화당 등 보수 진영으로부터 콘텐트를 검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소셜 미디어의 콘텐트 관리 정책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저커버그는 지난 번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선거 관련 기부를 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당선 후 2번에 걸쳐 마러라고에서 트펌프와 만나는 등 밀접하게 소통했다. 그리고 1월 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의 콘텐트 관리 정책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은 ▲외부 기관과 제휴해 진행하던 팩트 체크를 종료하고, ▲성 정체성이나 젠더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표현 수위 규제를 낮추며, ▲정치 관련 게시물의 노출을 다시 확대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16년 트럼프 대선 당선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자리잡은 소셜 미디어 콘텐트 관리 원칙을 대부분 뒤집었다. 이와 함께 메타는 인종이나 성적 지향, 나이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에게 포용적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고, 공화당 출신 조엘 카플란을 글로벌 정책 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트럼프 열렬 지지자인 데이나 화이트 UFC CEO도 메타의 새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팩트 체크 폐지 논란 저커버그는 정책 변경을 설명하는 동영상에 직접 등장해 그간 팩트 체크 프로그램이 ‘편향적(biased)’이었다고 말했다. 또 가짜 뉴스 확산 방지 활동으로 사용자가 ‘검열(censor)’ 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편향’이나 ‘검열’ 같은 표현을 직접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이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비판하며 사용한 키워드이다. 공개 반성문인 셈이다. 그간 팩트 체크는 잘못된 정보를 담은 게시물을 메타와 계약한 외부 전문 기관이나 언론사가 찾아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노출을 감소시키며, 게시물을 공유하려는 사람에겐 팩트 체크 기관의 문서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메타는 앞으로 사용자들이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에 직접 의견을 적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커뮤니티 노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X에서 쓰이는 방법이다. 또 메타는 혐오 표현을 걸러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였다.메타의 정책 변경은 반발을 샀다. 팩트 체크 폐지로 가짜 뉴스가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메타의 팩트 체크 폐지를 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소셜 미디어의 콘텐트 관리 방식이 성공적이었는지는 논란이다. 팩트 체크의 효과는 좋게 보아도 제한적이었다. 합리적 판단 기준을 제시해 가짜 뉴스를 막고 편향과 양극화를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이미 의견이 갈린 사안에 대해서 사람들은 추가 정보가 제시된다 하여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결론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 AI를 활용한 콘텐트 관리는 오류가 많아 무해한 게시물이 삭제되고 계정이 정지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혐오 표현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성 정체성 등 사회적 토론 대상이 되는 주제들에 대한 대화를 가로막는 측면이 있었다. 메타의 변화는 권력 앞에 약해지는 모습으로 비출 수도 있으나, 큰 문화적 흐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커버그는 정책 변경 발표 후 보수 성향 인기 팟캐스트에 나와 “팬데믹 때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을 희화화하는 밈까지 삭제하라 요구하고, 우리 직원들에 전화해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표현의 확산을 막자는 좋은 의도의 행위는 결국 표현 행위를 가로막거나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표현만 활성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메타가 비겁한지 민감한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듯하다. 다만, 비즈니스란 이런 물줄기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발표한 메타는 “유럽연합(EU)이 각종 규제로 콘텐트 표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하소연도 잊지 않았다. 미국 빅테크에게 강경한 규제를 밀어붙이는 EU에 대한 민원을 트럼프 정부에 넣은 것이다.

2025.01.19 07:00

4분 소요
프라이버시 포기보단 범죄 감내…텔레그램 창업자 체포와 ‘뉴 노멀’ [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아동 성착취물 같은 불법 콘텐츠 공유와 거래를 방치 내지 공모한 혐의 등으로 조사받고 있다.텔레그램은 흔히 보안이 철저한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카카오톡과 밴드 등에 대해 이른바 ‘검열’ 논란이 일었을 때, 많은 사람이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메신저 이민’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도 정치인이나 기자 등이 많이 사용한다. 두로프를 체포한 프랑스에서도 정치인들은 텔레그램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현재 텔레그램은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 더 가깝다. 한 그룹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20만 명이고, 규모가 큰 대화방에서도 원활한 대화와 파일 공유가 가능하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하는 사람들의 대화방이 주로 텔레그램에 몰려 있다.텔레그램은 철통 보안?‘보안이 강하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오가는 대화가 모두 암호화돼 메시지를 수신하는 사람만 자신의 단말기에서 해독해 볼 수 있고, 서버에는 암호화된 데이터만 남아 경찰이 압수수색해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볼 수 없는 메신저라면 보안이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잘 보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를 종단 간(end-to-end) 암호화라고 한다.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송하기 때문에 해커가 중간에 가로채거나, 사법기관이 영장을 갖고 서버를 압수수색해도 메시지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텔레그램은 제한적으로만 이런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종단 간 암호화되는 대화를 하려면 ‘비밀 대화’ 기능을 따로 켜야 한다. 일대일 대화에만 적용되고, 단체 대화에서는 쓸 수 없다. 텔레그램에서 우리가 하는 대화는 대부분 종단 간 암호화되지 않은 일반 대화이다. 비밀 대화 기능을 찾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카카오톡에도 일반 채팅과 다른 ‘비밀 채팅’이 있다. 텔레그램의 보안은 사실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욱 강한 종단 간 암호화를 제공하는 메신저로는 왓츠앱·애플 아이메시지·시그널 등이 있다.‘텔레그램은 보안이 강하다’란 인식을 심은 것은 이들의 보안 기술이 아니라 정책이다. 이 회사는 세계 어디서든 경찰의 수사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나라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 한 나라에서 발부한 영장만으로는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권력과 싸우는 기업인창업자의 행적을 보면 이런 행보가 이해되기도 한다. 두로프는 22살이던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이콘탁테’를 창업했다. 이 플랫폼을 1억명이 쓰는 국민 소셜 네트워크로 키워냈다.하지만 2012년 러시아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의 온라인 그룹을 폐쇄하라는 당국의 명령을 거부한 후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당시 친러 대통령에 반대해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정보도 넘기기 거부했고,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지난 2월 사망했다)의 계정을 막으라는 요구도 듣지 않았다. 갈등 끝에 결국 두로프는 2014년 브이콘탁테를 떠났다. 그러면서 해외로 이주, 그 전 해에 창업한 텔레그램 사업에 집중했다. 브이콘탁테 지분을 판 돈은 텔레그램 사업의 기반이 됐다.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에 두는 텔레그램의 방침은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활동가뿐 아니라 음란물과 마약을 거래하고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퍼뜨리는 범죄자나 ISIS 같은 테러리스트에게도 활동 공간을 열어줬다. 국내 ‘N번방 사건’이나 최근 일반인 딥페이크 음란 영상 공유도 텔레그램을 무대로 일어났다. 청소년이 마약을 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텔레그램은 손안의 ‘다크 웹’이란 말도 듣는다.그럼에도 두로프는 “프라이버시 보호는 테러리즘 같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경찰이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면 곧 테러리스트도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결국 사용자 전체가 위험해진다”고도 했다.텔레그램의 이런 입장은 여러 나라 사법기관을 당혹스럽게 했다. 글로벌 플랫폼을 개별 국가에서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텔레그램에 대한 불만은 쌓여 갔고, 결국 두로프는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범죄 예방 vs 프라이버시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운영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갖고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일부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이유로 플랫폼 기업 경영자를 인신 구속하고 공모를 추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는 정도를 벗어난 국가 권력의 과잉 행사인가? 아니면 커가는 디지털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뉴 노멀’이 다가온 것일까?프랑스가 두로프에 공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플랫폼 규제의 새 장이 열린다. 한국 경찰도 텔레그램에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페이스북·왓츠앱·아이메시지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범죄는 일어나니, 이번 일이 선례가 돼 플랫폼 기업 경영자는 상시적 체포 위험에 놓일 수 있다. 텔레그램만큼 정부에 비협조적인 기업은 많지 않지만, 다른 기업에도 자사 플랫폼에서 일어난 범죄가 콘텐츠 관리의 ‘실패’인지 ‘방조’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활발한 참여가 플랫폼 서비스의 핵심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된다.독재 국가 정부가 같은 이유로 플랫폼 기업 경영자나 현지 대리인을 체포하거나 사용자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허위 정보 유출’ 혐의로 폐쇄됐다.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로부터의 위험만 쏙 골라내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은 깊어진다.

2024.09.07 09:00

4분 소요
미국은 틱톡을 중국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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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이 한국을 위협한다고 여겨질 때, 그 앱을 자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에서 벌이지는 일이다.미국 정치권이 숏폼 동영상 앱 틱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하원은 최근 틱톡을 겨냥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적성 국가의 통제를 받는 모바일 앱을 앱스토어 미국 영토에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하려면 법안 발효 후 180일 안에 지분을 매각해 적성 국가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의 앱을 유통하는 앱스토어가 처벌받는다.실질적인 ‘틱톡 금지법’이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을 매각하거나 미국에서 철수해야 한다. 이 법이 상원 문턱을 넘을지는 불확실하지만,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이 뜻을 모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틱톡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상원을 통과하는 대로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미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우려하는 중국 앱틱톡은 1분 이내 길이의 ‘숏폼’이라는 콘텐츠 포맷을 확립해 세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며, 2017년 ‘뮤지컬리’라는 미국 앱 인수를 계기로 서구에서도 급성장했다. 2019년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 2021년 30억 건을 돌파했다. 누적 다운로드 30억 건을 넘은 앱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 외엔 없었다.미국 10대들이 가장 즐겨 쓰는 앱이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틱톡을 가장 큰 위협이자 경쟁자로 지목한 바 있다. 틱톡을 겨냥해 유튜브는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숏폼 서비스를 내놓았다. 현재 미국 내 틱톡 사용자는 1억7000만명에 달한다. 미국과 서구에서 큰 규모의 성공을 거둔 최초의 중국 모바일 서비스이다.틱톡의 성공은 미국에 적잖은 우려도 함께 일으켰다. 미국 내 틱톡 사용자의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을 노골적으로 실행하며, 중국 인터넷 기업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 사용자 정보를 넘기도록 하는 법률을 따라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틱톡 알고리즘을 활용해 미국에 여론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력한 영상 추천 알고리즘은 틱톡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바이트댄스는 해외 사업은 중국 사업과 별도로 진행하며, 해외 사용자 데이터 역시 별도 서버에 분리해 중국 측에서 접근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선 ‘더우인’, 해외에선 틱톡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본사에서 해외 사업의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실제로 중국 측 직원이 해외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체류 시간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틱톡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에게 자기 몸에 대한 불만이나 우울증을 부추기는 영상을 추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판이라 규제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정권 때부터 주요 정부 기관이나 교육 기관들은 업무 휴대전화에 틱톡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 매각을 압박해, 실제로 오라클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오라클의 틱톡 인수는 흐지부지됐지만, 틱톡 규제 주장은 줄곧 정계나 행정부에 잠복해 있다가 이번에 새로운 법안 형태로 표출됐다. 법안 제정 작업이 시작된 것은 몇 달 전부터다. 물밑에서만 조용히 진행하다 최근 몇 주 사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절차가 진행됐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과 관련, 틱톡에 친하마스 성향 영상들이 대거 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한 계기였다. 하원 에너지산업 소위에서는 50-0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하원 전체 회의에서도 352-65로 통과됐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직후 바이트댄스는 틱톡 앱에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 법안 통과 반대를 압박하는 전화를 걸라는 알림을 띄었다. 자신 집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지역구 의원 사무실로 바로 전화할 수 있게 했다. 의원 사무실은 밀려드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하지만 이 일은 도리어 의원들에게 틱톡을 규제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는 계기가 되었다. 10대들의 전화 폭주를 보며 틱톡이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틱톡 계정을 활용해 2022년 중간 선거에 개입하려 한 의혹이 있다”라며 올해 중간 선거나 대만 이슈 등의 문제에서 중국이 사이버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을 주요 국가 위협 중 하나로 제시했다.틱톡 금지, 자유를 위해 자유를 억누르는 셈?틱톡에 대한 우려는 여야를 가리지 않지만, 틱톡 금지법이 바람직한 해법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틱톡은 청년 세대의 ‘최애’ 앱이며, 많은 자영업자·인플루언서 등이 틱톡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반박하기 어렵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정부가 맘에 안 드는 앱은 모두 금지해 버릴 수 있게 된다. 중국이 미국인의 데이터를 확보할 다른 수단은 이미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법률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미국 스스로 임의로 앱을 차단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의 인터넷 검열이나 표현 규제를 비판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구글 등 대부분 해외 서비스를 차단하는 중국의 틱톡 법안 비판이 설득력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자유의 적을 막아야 하는데, 그 막는 행위가 자유를 억누르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중국·러시아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서구 사회가 겪고 있는 딜레마다.

2024.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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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관전 포인트 4가지 [한세희 테크&라이프]

IT 일반

결국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기업 인수합병으로는최대 규모인 440억 달러 (약 55조 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고,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트위터가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440억 달러라는 가격표는 결국 세계인들의 의견과 주장, 정보가 공개적으로 쉴 새 없이 오가는 초대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소유하는 값이다. 머스크 역시 트위터 인수가 “경제적 이유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밝히는 트위터 인수의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디지털 공론장’을 지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트위터를 잘 활용하고, 트위터를 통해 큰 가치를 만들어온 머스크는 그만큼 트위터에 불만도 많았다. 그리고 이제 직접 나서 트위터를 뜻대로 바꿔보려 하고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 어떻게 봐야 할까?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 1.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는?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트위터 인수에 나서자 즉각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플랫폼 관리를 완화해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이 넘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반면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열을 해 왔다고 생각하는 보수 세력으로서는 이런 변화가 반가울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류 언론의 집중적 견제를 뚫고 트위터를 통한 과감한(?) 발언을 앞세워 당선된 후, 미국 민주당과 진보 계열은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 사이버 괴롭힘 등을 걸러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러한 영향으로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관리(contents moderation)’는 계속 강화됐다.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혐오 발언을 확대하는 역기능이 있고, 이는 인도와 미얀마 같은 곳에서는 실제 인종 대립과 탄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 얼마나 해로운 발언인지 판단하는 프레임 자체가 좋은 직장과 학벌을 지닌 고소득 엘리트들의 관점 위주로 짜인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불만은 좌우 모두 갖고 있지만 큰 틀에서 엄격한 콘텐츠 관리는 진보 세력, 표현의 자유 확대는 보수 세력의 이해에 일치한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처한다. 최근 수년 간 좌파들이 정도를 지나쳐 극단적으로 나가버렸다는 의견을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또 트럼프가 독자적인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만든 것은 “트위터가 자유로운 표현을 검열했기 때문”이고, “트위터가 공적인 신뢰를 얻으려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이는 극좌와 극우를 모두 기분 나쁘게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언행을 봤을 때 머스크는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리버타리안 성향이 강해 보인다. 이는 트럼프식 보수와도 거리가 있지만, 일반적인 진보와도 다르다. 그가 추진할 ‘표현의 자유’ 정책이 가져올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콘텐츠 관리는 밖에서 보는 바와는 달리 지극히 까다로운 일임을 생각할 때,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 2. 알고리즘, 오픈소스로 공개 머스크가 트위터의 표현의 자유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알고리즘의 오픈소스 공개이다. 추천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열어 누구나 보고 활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게시물이 편향적으로 추천 혹은 검열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공개된다 해서 어떤 트윗이 왜 많이 또는 적게 노출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변수와 조건도 따져야 하고, 그에 앞서 어떤 데이터가 알고리즘 학습에 쓰이는 지도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스팸이나 가짜정보 확산과 같이 나쁜 목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려는 사람이 가장 열심히 알고리즘을 연구할 것이다. 어뷰징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여러 알고리즘 중 사용자가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쓰는 실험은 가능할 수도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역시 CEO 재직 중 ‘블루스카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돌리기도 했다. 트위터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실험이 이뤄지면 포털의 뉴스 편집이나 배달 앱, 택시 앱의 배차 알고리즘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내용들이 생길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공개는 예상되는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실제로 실현될 지 주목된다. ━ 3. 그래도 비즈니스를 생각 안 할 수 없지?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 85억 달러(약 10조 원)를 매각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적잖은 부담을 지고 있다. 트위터 인수 이유가 실제 그의 설명대로 ‘경제적 이유 없이’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일 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즈니스로도 성공하는 편이 그에게나, 트위터에게나 좋을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테슬라에서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그림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그가 말한대로 트위터 기능을 개선하고, 사용자 인증과 알고리즘 공개로 신뢰를 높이며, 스팸 봇을 없앨 수 있다면 플랫폼의 비즈니스적 가치가 좋아질 것이다. 외부 공격에 취약한 지분 구조를 가진 트위터가 상장 폐지를 통해 복잡한 이해관계자의 간섭에서 벗어나 머스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운영되는 것 자체가 회사로서의 트위터를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도시 전 CEO가 “머스크가 트위터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낸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 4. 머스크만을 위한 표현의 자유 사실 머스크는 제약 없이 트위터에서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 그의 트위터 활동은 이미 그 어떤 광고홍보나 프로모션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테슬라는 홍보 조직마저 없애 버렸을 정도다. 그가 트위터의 주인이 된다면, 이런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 문제는 트위터가 머스크가 말한 표현의 자유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머스크만의 표현의 자유’만 보장하게 되는 경우다. 머스크는 테슬라 제품을 비판하는 소비자를 공개적으로 조리돌림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 바 있고, 인수가 결정된 후에도 트위터의 콘텐츠 정책 담당자 등에 대한 공격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초고출력 스피커를 가진 세계 최고 부자를 위해 소중한 ‘디지털 공론장’이 사유화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을 지었고, 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2022.05.07 18:00

4분 소요
돈과 영향력 가진 그들, 미디어를 넘어 플랫폼이 되게 놔 두어도 될까?

IT 일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트위터를 즐기고 잘 활용하는 대표적 셀럽 중 한 명으로 그가 날리는 트윗 하나 하나는 모두 언론과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받는다. 테슬라는 아예 홍보팀을 없애고 그의 트윗에만 의존해도 충분히 언론 노출과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다. 그를 단지 트위터 파워 이용자나 초특급 인플루언서로 규정할 단계는 진작 지났다. 그는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트위터에서 자라나 스스로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 플랫폼 위의 미디어를 넘어 스스로 플랫폼의 규칙을 정하는 위치를 노린다.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 머스크의 오락가락 행보 최근 머스크는 트위터를 두고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4월 초 그가 트위터 지분 9.2%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수개월에 걸쳐 개인 자격으로 26억4000만 달러를 들여 트위터 지분을 확보했다. 그는 처음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수동적 투자자’로 신고했으나, 곧 경영에 참여하는 ‘적극적 투자자’로 변경 신고했다. 트위터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고 발표했으나, 몇일 안 가 철회했다. 그러면서도 트위터의 변화 방향과 새 기능 도입 등에 대해 트위터로 끊임없이 의견을 던졌다. 트위터 지분 매입이 알려지기 전인 3월 말, 그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당신은 트위터가 이 원칙에 충실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투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그는 많은 팔로워를 거느렸으나 활동은 거의 없는 유명인 계정들을 거론하며 “트위터는 죽어가는가?”라고 묻기도 하고, 트위터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 가격을 월 2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수정’ 기능이 있어야 할지 묻다가, 재택 근무로 비어 있는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노숙자 쉼터로 쓸까?”라는 트위터 설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트위터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처럼 사용자 의견을 구했지만, 사실 트위터는 사외이사가 제품에 대한 제안 등의 활동은 하지 못 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사는 전체 지분의 14.9% 이상을 가질 수 없다는 트위터 규정을 피하기 위해 그가 아예 인수를 시도하리란 예측이 이때 이미 나왔던 이유다. 결국 머스크는 13일 트위터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달러에 매입하고, 회사는 상장폐지한다는 제안이다. ━ 소셜미디어 바꾸고 싶어하는 머스크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와 관련,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공론장 역할을 하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 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표현의 자유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잠재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구조로는 트위터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니 자신이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트위터 인수 제안을 발표한 후 다른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트위터 인수가 “돈이 아니라 문명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신뢰도 높고 포용적인 공공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위터에 ‘수정’ 기능을 도입하고,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말도 했다. 머스크가 현재의 소셜미디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 원칙에 충실하다고 보는가?”라는 설문 트윗을 올린 다음날 그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구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그는 표현의 자유 문제에 예민하다. 트위터가 콘텐츠 관리 정책을 통해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왔다. 얼마 전에도 자신의 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를 차단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며 “절대적 표현의 자유 옹호자라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탈중앙화된 오픈소스 알고리즘 기반의 소셜미디어에도 진작부터 관심을 보였다. ‘도지코인’을 발행하는 등 탈중앙적 성격을 핵심으로 하는 암호화폐에도 관심이 크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위터는 가짜뉴스 확산을 규제하는 현재의 콘텐츠 관리 정책을 완화하고,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양극화와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소셜미디어의 약점을 억누르려는 노력을 무위로 돌릴 것이라는 우려를 일으킨다. 반면 현재 소셜미디어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열이 만연하다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알고리즘의 오픈소스 공개 등을 통해 플랫폼이 사용자를 강하게 통제하는 기존 소셜미디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수가 성사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현재 트위터는 인수 제안을 그리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미디어 넘어 플랫폼이 되어가는 개인의 등장 트위터 인수전의 향배는 그가 내일 트위터로 무슨 말을 할지 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트위터의 미래에 미칠 영향만큼이나 흥미로운 점은 그가 스스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되어버린 현상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는 파워 유저나 인플루언서를 넘어 트위터라는 플랫폼의 작동 방식과 규칙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통령까지 오른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역시 스스로 거대 미디어였고, 그의 행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운영 방침의 변화를 불러왔다. 그 또한 트위터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고, 운영 방침에 자신의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그의 회사가 새로 만든 ‘트루스소셜’이다. 차이가 있다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살만큼 돈이 있지만,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돈과 영향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 소셜미디어를 확성기로 쓰는 것을 넘어 직접 플랫폼의 규칙에 관여하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는 현대 사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는 주제다. 세계 수억, 수십억 명의 생각을 모아 여론을 만들어내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작동 방식이 한줌의 기업과 창업자, 소수 파워 엘리트의 결정에 놓여 있다. 돈과 영향력, 유머 감각을 모두 넘치도록 가진 몇몇 괴짜들은 이 불안한 상황을 흔들며 벌어지는 모습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불만을 가진 사람이 기존 플랫폼을 인수하건 새로 만들건 해서 흐름에 도전하는 시도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트럼프나 이전의 다른 ‘보수’ 플랫폼 구축 시도는 별 성과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머스크라면?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을 지었고, 을 옮겼다. 한세희 칼럼니스트

2022.04.18 19:00

5분 소요
정년 앞둔 베테랑 판사가 디지털 혁신 선구자 된 이유

IT 일반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 내 디지털 혁신을 주창하는 디지털 전문가로 유명하다. 강 부장판사 스스로가 코딩 언어를 학습한 전문가이기도 하고,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했다. 그가 미국 사법시스템을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단행본 ‘함께하는 법정’은 한국 전자법정과 전자소송의 주춧돌이 됐다. 사법정보화 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최근엔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첨단 기술의 효용과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기업들은 분주히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지만, 필요한지 모르는 대중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거나 이를 다뤄본 적 없는 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도 심각하다. 그는 ‘QR 코드 활용 비법’ ‘구글 어시스턴트 활용법’ ‘구글 알리미 활용법’ ‘에버노트 왕초보 탈출법’ 등 작지만 일상의 질을 끌어올릴 만한 활용법을 전파하는 중이다. 이중 디지털 음영지대를 시급하게 해소하자는 내용의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란 강연 콘텐트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135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정년퇴직을 앞둔 베테랑 판사가 첨단기술을 애용하는 건 유별난 일이다. 기술혁신과 법의 관계는 종종 불편한 관계로 그려질 때가 많다. 기술을 다루는 회사들은 법이 기술의 진보를 방해하는 훼방꾼 역할을 한다고 토로한다. 그런데도 강민구 부장판사가 디지털 혁신을 주창하는 건 기술의 효용을 몸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일상에서 듣고 말하는 말을 혁신기술을 활용해 문서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러 권의 전자책을 발행하기도 했다. 판결문 작성에도 구술 입력을 이용하고 있다. 가 강민구 부장판사를 서초동 서울법원청사에서 만났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인터뷰에 앞서 “앱 몇 개면 녹취 정리도 간단히 할 수 있다”면서 “노트북과 노트, 펜은 일절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USB 마이크를 꺼내 스마트폰과 연결한 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기록하는 네이버 클로바노트를 실행했다. 실무에도 다양한 혁신 기술을 활용한다고 들었다. 타자 치던 손가락을 완전히 해방했다. 말로 풀어낸 걸 문서로 정리하기 위해 네이버 클로바노트, 구글렌즈, 에버노트 등을 수시로 쓴다. 각종 최신 정보를 취득하는 데는 구글알리미를 쓰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즐겨찾기 기능으로 세계 20여 개국 외신뉴스를 한글로 자동 번역해서 단박에 정보를 습득한다. 정년을 앞둔 판사가 각종 기술에 능한 점이 이채롭다. 누구나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쉽진 않은데, 그 장벽을 뛰어넘는 걸 좋아한다. 호기심이 많고, 욕심도 많다. 새로운 기술을 보면 탐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성격이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땐 뛸 듯이 기뻤다. 신기술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강연을 통해 공조직의 디지털 혁신을 전파하고 있다. 기업은 알아서 디지털 혁신을 꾀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 요소가 적은 공공은 그렇지 않다. 당장 사법부만 해도 정보화 수준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지만,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진 못했다.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그걸 다루는 리더와 조직원의 태도가 아직 더디다. 재판으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디지털 강연을 하는 이유다. 신기술 도입이 장밋빛인 건 아니다. 가령 기술을 어떻게 규제하느냐를 두고 사회적인 갈등이 상당하다. 법을 다루면서도 혁신 기술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이런 갈등을 줄일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기술과 법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인 일이다. 기술을 법이 따라갈 수도 없고, 성급히 선제적 법을 제정해도 안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둔 가운데 기술의 글로벌 동향과 법 규제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법이 수세적으로 따라가는 게 좋다. 특히 규제 일변도의 기술 발목 잡기는 정말 피해야 한다. 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일 것 같다. 법 만능주의도 위험하지만, 기술 만능주의도 우려해야 한다. 많은 법조인이 기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광범위하게 학습했으면 좋겠다. 기술 동향에 까막눈이 되면 이런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부를 일부 IT 기업이 독점하는 부작용도 있다. IT 업계의 기술개발, 발전은 사회적으로 권장해야 한다. 그렇다고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사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함부로 제약하고, 일종의 검열권과 유사한 사적 권한을 남용하는 건 엄격한 사법 통제를 통해 제재해야 마땅하다. ━ 디지털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 확립해야 일부에선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거라고도 전망한다. 판사 역시 그런 직종 중 하나인데. 2045년이면 AI가 인간을 추월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데 전문가 견해가 일치한다. 그때쯤이면 판사를 포함한 법조인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교육 패러다임을 디지털 중심으로 속히 혁신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청소년들은 첨단 기술을 능숙하게 다룬다. 오히려 스마트폰에 과몰입해 청소년의 사고력 확장을 방해할 거란 우려가 만만찮다.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기술 활용 방법을 전파하면서 동시에 지혜를 늘리는 ‘생각근육’을 튼튼하게 하라고 강조한다. 생각근육은 끊임없는 독서, 글쓰기, 꾸준한 명상과 사고실험, 각계 전문가와의 대화로 끌어올릴 수 있다. 어른 세대는 학생 세대에게 종이책을 읽게 유도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무작정 못 쓰게 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어긋난다. 독서를 통해 디지털 독소를 해소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도 독서광이지 않나. 2024년 1월이 정년이다. 퇴임 후의 비전은 무엇인가. 아직도 많은 노년세대가 100만원을 웃도는 슈퍼 PC인 스마트폰을 마치 1만원짜리 전자기기처럼 쓴다. 이런 디지털 문맹을 깨부수는 데 지금보다 더 힘을 쏟을 것 같다. 일단 ‘디지털 상록수 교실’을 차릴 계획이다. 재능기부 식으로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분들을 일일이 만나러 다니는 게 목표다. 스마트한 디지털 생활을 하면 노년이 더 행복해질 거다. 기술 진입장벽을 무섭게 느끼는 이들에게도 적합한 눈높이로 전파할 수 있다. 개인적인 버킷리스트도 있다.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상을 즉각 텍스트로 정리하고, 영상 콘텐트로도 공유하고 싶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3.27 10:00

4분 소요
모든 공개 온라인 공간을 N번방 취급? 이것이 최선입니까?

전문가 칼럼

연말을 맞아 고마운 분이 선물한 케이크 기프티콘을 확인하러 카카오톡 선물하기 탭에 들어갔더니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가장 최근 올라온 공지사항이 뭔가 위화감이 드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선물 후기를 작성할 때 올리는 파일에 대해 불법 촬영물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한다는 안내였다. 사람들이 후기에 올리는 사진이 불법 몰카인지 식별해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주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선물하기 상품 후기에 음란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성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의 행동은 상상을 뛰어넘곤 한다. 하지만 친구와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기 위해 방문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불법 촬영물 업로드를 모니터링한다는 공지를 보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내가 친구 생일 선물로 기프티콘 하나 보낼 때에도 스크린 너머에서 나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하는 누군가의 눈길을 의식해야 한다는 말인가? 성착취물을 막는다는 취지의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일명 N번방 방지법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많은 부분 이런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성착취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행위를 막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불법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정부 권력이나 기업은 사람들의 영역에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 ━ 광장의 자유, 광장의 억누름 N번방 방지법의 대상은 매출액 10억 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 사업자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과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업자 90여 곳이 포함됐다. 사실상 사람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공간은 대부분 해당된다. 오늘날 온라인은 오프라인 세계 못지않은 삶의 공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소셜미디어는 현대의 커피숍이자 술집이며 광장이다. 대형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공개 공간이기 때문에 불법 촬영물 식별이 사적 검열이 아니라고 정부는 해명한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광장의 곳곳에는 경찰이 조용히 순찰을 돌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CCTV도 돌아간다. 자유롭게 웃고 떠들라고 있는 술집이지만, 옆 테이블 여성 손님들에게 정도 이상으로 치근덕대면 경찰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광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이 1m 간격으로 눈에 띄게 서 있지는 않다. 사방 벽에 ‘감시 중’이란 문구가 크게 적힌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술집을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침실 안, 스마트폰 잠금화면 너머, 인터넷 검색 기록 등 자신만의 영역에서 안심하고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이 안에 있는 것들이 타의에 의해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는 안심감은 인간 존엄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에 못지않게 일상의 사회적 공간에서 감시의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활동하는 것 역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데 중요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영상을 올릴 때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보는 것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마치 소설 ‘1984’ 속 공산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어느 집과 가게에나 설치된 감시 기기 텔레스크린 밑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이 바람직하지 못한 짓을 하지 못 하게 일일이 친절하게 가르치고 교화하려 드는 국가의 지나친 선의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국민을 향한 국가의 지나친 선의는 국민에 대한 권력의 오만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물론 ‘검토 중’ 문구는 지금 올리려는 이미지가 검토되고 있다는 정보를 주는 것, 즉 국가나 거대 플랫폼 기업이 몰래 우리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투명한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광장에 CCTV들이 둘러쳐 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아는 것은 우리를 조심스럽게, 혹은 위축되게 할 수는 있지만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범죄자가 아니라 일반 국민 전체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일으키는 정책은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 다음에는 무엇에 대한 DB를 만들까? 우리는 여러 충돌하는 가치들을 조정하고 타협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동의하는 가치들도 종종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불법 촬영물 방지가, 누군가에게는 프라이버시 혹은 국가나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가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일은 어디서나 어렵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애플은 아이폰 운용체계 iOS 15.2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어린이 사용자가 아이메시지로 누드 사진 등 음란물을 받은 경우 사진을 흐리게 처리하고 보호자에게 경고가 전송되도록 하는 기능이 포함되었다. 이는 지난 8월 발표된 어린이 보호 신기능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아이폰에 있는 사진을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에 올릴 때 사진의 해시 정보를 분석, 아동음란물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사진과 비교하는 기능이다. 아동음란물 DB에 있는 사진과 정보가 일치하는 사진이 여러 장 감지되면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사진 정보에 대한 분석이 사용자 단말기에서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 외부에서 단말기에 침투할 수 있는 백도어를 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애플은 아동 보호 기능 업데이트를 연기했고, 이번에 어린이 사용자에 대한 아이메시지 음란물 차단 기능만 우선 적용되었다. 아동음란물 사진 감지 기능은 적용되지 않았다. 클라우드에서 인터넷 사업자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들여본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 단말기에서 이미지 분석을 하게 했지만, 그 역시 논란을 일으킨 셈이다. 이런 선택들에 정답은 없고, 어떤 선택을 하건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애플도, 우리나라 정부도 억울할 수 있다. 문제 있는 콘텐츠의 특성을 파악해 두었다가 온라인 공간에서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여러 군데에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용자로서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있다. 불법 촬영물에 대한 DB를 만들었다면, 다음에 또 다른 무엇에 대한 DB 역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N번방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초고속으로 뚝딱 법을 개정한 여야 의원들을 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지금 논의되는 부작용은 이미 그때도 다 지적된 사안들이다). 혹은 다른 나라 정부가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DB에 근거해 자국 내 사용자들을 ‘감독’해 달라고 우리 인터넷 기업에 요청한다면 어떨까? 그 나라가 독재 국가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는 일 아니니 신경 안 써도 되는가?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을 지었고, 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2021.12.18 13:00

5분 소요
음란물 잡겠다며 카톡 검열…정작 ‘N번방’은 못 잡는다

IT 일반

앞으로 인터넷 공간에 사진·동영상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보다 정부가 먼저 확인한다.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겠다는 명목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한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후속 조치다. 그런데 정부가 꺼내든 방법으론 ‘제2의 N번방’을 못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메신저를 필터링할 방법이 없어서다. 사실이라면 인터넷 검열만 강화하는 꼴이다. 이런 내용은 3일 카카오 공지를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카카오는 공지에서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프로그램이 사진·동영상을 먼저 검토하고, 전송을 결정한다. 오픈채팅방은 일반 채팅방과 다르게 서로 친구로 등록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공개돼 있다. 카카오가 별안간 사용자 검열에 나선 것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랐다. 개정법에 따라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고시했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 사이트와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등 87개 사업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 당장 인터넷 검열이란 반발이 잇따른다. 민간단체인 오픈넷은 지난 3일 개정법과 관련 조치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무엇이 불법인지 정의가 모호해 정부 입맛대로 표현물을 검열한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 관계자 발언에 비춰도 검열로 볼 여지가 크다.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19년 “검열이라는 것은 어떤 내용이 공표되기 전에 그것을 강제로 들여다보고 공표 부적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필터링 절차는 검열에 가깝다.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진 않다.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촬영물을 유통했던 N번방 사건의 파문이 그만큼 컸다. 미성년자를 유인해 강제로 신체 노출 영상을 찍도록 했고, 이를 돈을 주고 본 가담자만 1만명이었다. 이를 두고 그간 디지털 성범죄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단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선 재발을 막을 만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 문제는 재발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N번방 사건이 터진 주 공간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이었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정부가 강제로 들여다볼 수 없다. 애당초 개인정보를 절대 당국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운영방침으로 사용자를 모았던 메신저다. 이를 두고 이미 정부가 얼마든지 강제 조처를 할 수 있었던 국내 사업자만 필터링을 받게 된 것이다. 필터링 기술 자체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 급하게 개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충분하게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고양이 동영상을 공유했더니 검토 문구가 떴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공언했던 효과는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정부가 음란물을 구실로 인터넷을 통제하려 든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12.12 16:02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