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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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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확대·안전규제 강화 건설산업과 주택시장이 직면한 딜레마 [스페셜리스트 뷰]

부동산 일반

올해 9월 7일 신정부의 첫 번째 주택공급 정책에 이어 지난 10월 15일에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의지가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공공 위주의 공급 정책과 대출 및 거래 규제를 통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또한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대출 제한 등 건설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건설사들의 공정 관리와 하도급 구조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전국적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건설사들의 사업 및 재무적 부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과 안전사고 대책으로 향후 주택시장 수급과 건설사들의 사업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수도권 신규 공공주택 공급, 대출·거래 규제로 수요 억제 지난 9월 7일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하 9·7 대책)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및 조기화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민간 주택공급 여건 개선 등 공급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 확립 ▲주택시장 수요관리 내실화 등 수요 억제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최근 수도권 주택착공 물량이 정부가 계획한 적정 공급 수준인 연간 25만호에 크게 미치지 못함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2026~2030년에 걸쳐 총 135만호, 연간 27만호의 신규 주택을 수도권에 공급할 예정이다.주택 수요 측면에서는 지난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를 적용한 데 이어 9·7 대책에서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LTV 상한을 40%로 강화하고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하 10·15 대책)에서는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기존 서울 강남, 용산 등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을 강화함으로써 현금이 풍부한 실수요자 이외의 신규 주택 구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향후에는 보유세 인상을 비롯한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정부 정책,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주택가격 안정 한계9·7 대책과 10·15 대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주택가격 불안과 최근 수도권 주택공급 감소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출 및 거래 규제 등으로 일부 지역에 집중된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신속한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엿보인다.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은 ▲핵심지 신축 주택에 대한 수요 집중 ▲신규 주택공급 감소 ▲분양가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정부 출범 직후인 6월 27일,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9·7 대책, 10·15 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데 이어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정책 제시의 가능성도 시사했다.신정부의 주택공급 방안인 9·7 대책의 핵심은 LH의 직접 시행 방식 도입이다. 기존에는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고 민간이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LH가 직접 시행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이를 통해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고, 민간이 설계·시공에 참여하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방식으로 공공주택의 품질도 개선할 계획이다.정부의 계획대로 LH의 직접 시행을 통해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된다면 수요자들의 공급 부족 우려를 일정 수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그러나 주택 수요는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에 집중된 반면, 정부의 공급 예정 지역은 수도권 외곽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도권 내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도권 외곽 위주의 공공택지 개발을 고려할 때 서울 및 서울 인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실제 LH가 주로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수도권 외곽 지역에 서는 2024년부터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까지 수도권 지역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양 여건이 유지되었으나, 건설사들이 분양경기가 침체된 지방 시장의 신규 분양을 축소하고 수도권 지역에 주력하면서 ▲경기도 평택 ▲이천 ▲양주 ▲김포 ▲인천광역시 서구 등은 과거 대비 미분양이 확대됐다.LH는 공공택지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향후 직접 시행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이 본격화된 이후 수도권 외곽 지역의 미분양이 누적되거나 사업비 투입 등으로 인해 재정부담이 확대될 경우 당초 목표한 수준의 주택공급과 원활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신규 주택부지가 제한적인 서울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이외에는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 대책에 ▲정비사업의 임대물량 축소 ▲용적률 완화 ▲역세권 대규모 복합개발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및 사업 활성화 방안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아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 수급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와 이주비, 중도금 대출 시 추가 주택 구입이 제한되는 점도 정비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수요 측면에서는 10·15 대책을 통해 최근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과열된 주택경기가 일정 수준 진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리 인하와 유동성 증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에 대한 주택 구매자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상 대출 및 거래 제한 정책만으로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지방은 경기 부진, 서울은 정비사업 지연이 주요 원인현재 주택가격 불안의 뇌관이 되고 있는 신규 주택공급의 경우 2023년부터 전국적으로 착공이 크게 감소했다. 주택 건설 기간인 3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준공 물량도 2026년부터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2023~2024년 평균 연간 주택 착공 물량은 전국 27만5000호, 수도권 14만5000호로 각각 과거 10년 평균 대비 5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 감소의 원인은 지역별로 상이하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수요 부진 ▲주택가격 하락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하 PF) 부실화 등으로 신규 주택공급이 위축됐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은 주택가격 강세에도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PF 사업 기반의 신규 주택공급 비중이 큰 지방 주택시장은 주택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2020~2021년 90% 내외를 기록한 지방 주택시장의 초기분양률(분양 개시 이후 3개월간의 분양률)은 2025년 2분기 50% 수준으로 급락했다. 대구 이외에도 경북·경남·부산 등 동남권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인구 감소, 지역 내 거점 산업의 부재 등으로 신규 주택 수요가 축소된 가운데 2022년 상반기까지의 대규모 주택공급과 정부의 세제 규제 등으로 투기 수요도 위축됐다. 기존 주택의 가격 하락과 과거 대비 크게 상승한 공사비로 인해 PF 대출을 통해 용지를 확보한 신규 주택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2023년부터는 다수의 주택 공급이 지연 또는 중단됐다.서울 주택 분양시장은 여전히 풍부한 수요와 신규 현장의 우수한 분양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원가 상승과 조합의 분담금 부담 등이 주요 주택공급 수단인 재건축, 재개발의 사업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신규 주택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철근, 시멘트 등 건자재 가격 인상에 이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결과 서울 신규 재건축 현장의 계약면적 기준 평당 공사비는 2021년 400만~500만원 수준에서 2025년 상반기 1000만원 내외로 2배 이상 상승했다. 건설사들, 지방 미분양·매출채권 부담 등 리스크 지속 수주 및 착공 물량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건설경기 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주택공급이 크게 감소하고 PF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건설사들도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가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 물량 확보에 일부 기여하겠지만 ▲지방 미분양 ▲공사비 상승 ▲매출채권 회수 지연 ▲PF우발채무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을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대응으로 건설사들의 사업 및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9·7 대책에 따른 LH 시행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으로 기존에 공공주택 사업 비중이 큰 중견 건설사들의 수혜가 일정 부분 예상된다. 시공 마진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지만, 안정적인공사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미분양 위험이 제한적인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공능력순위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투입 원가 대비 적정 수준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아 실질적인 참여 유인이 크지 않다.수도권 주요 지역의 우호적인 분양 여건과 공급 확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지방 및 수도권 외곽 주택시장의 미분양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수주잔고 및 진행 현장, PF우발채무 규모 등에서 여전히 지방 및 수도권 외곽 시장의 비중이 큰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2022년 하반기 이후 분양한 다수 지방 현장에서 부진한 분양 실적을 기록하면서 매출채권 규모가 크게 증가했으며, PF보증을 제공한 주택사업의 지연으로 PF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시공능력순위 50위 내 건설사(건설 이외 사업 비중이 큰 삼성물산, 한화 제외)들의 공사미수금,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매출채권은 2020년 말 약 25조원에서 2024년 말 약 46조원으로 87% 증가했다. 준공 임박 물량의 집중,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분양경기 부진과 미분양 현장의 증가로 인한 공사대금 회수 차질이 주요 원인이다.정부가 LH를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지방 미분양 규모와 정부의 사업 진행 속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리스크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다.대형 건설사들은 건설경기 부진과 공사원가 부담, 안전사고 리스크에 대응해 점차 보수적인 수주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수주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보다는 적정 수익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주택 분양가 상승에도 공사원가를 비롯한 제반 비용 부담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저하됐다. 실제 시공능력순위 50위 내 건설사들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1년 7.1%에서 2024년 1.8%로 하락했다.최근 가덕도 신공항, GTX-B 현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포기한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사 마진이 크지 않고 공정 난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큰 대형 토목공사의 경우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주택 현장에서도 공격적인 수주 전략보다는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공사 위주로 선별적인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토목 등의 시공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국내외 개발사업, 에너지사업 등으로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건설현장의 잇따른 안전사고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은 건설산업 전반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서는 안전사고 규제가 추가적인 공사비 상승과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안전사고 규제 강화로 건설산업 공사원가 추가 상승 전망출범 이후 중대재해 예방을 강조하고 있는 신정부는 각종 규제 방안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중대재해의 구조적, 근본적 원인 해결을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적 추진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사고 발생시 영업이익의 최대 5%, 최소 30억원의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및 등록말소 사유 및 처분 강화 ▲공공입찰 참가 제한 ▲금융권 대출 및 투자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일부 건설사들의 대형 붕괴사고 발생 이후 건설사들도 중대재해 예방 조치와 관련한 비용 투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옥외 작업과 하도급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대규모 장비와 인원이 투입되는 공정 특성상 안전사고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폭염, 폭설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영향도 증가하는 추세이다.지역별 미분양 주택 수와 건설공사비 지수 안전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의 경우 과거에는 사고로 인한 추가 공사비 투입, 손해배상보다는 주로 건설사의 평판위험,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정성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향후에는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금융권 대출 제한 등 사업 및 재무적으로 과거 대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는 사전적으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실제 발생 시에는 단기간 내에 건설사들의 사업 및 재무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주택시장 측면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규제 강화가 건설원가 및 분양가격 인상과 주택공급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대비 건설사들의 공정기간이 점차 장기화되는 추세이며,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한 직접적인 비용 투입 이외에도 안전사고 방지와 충분한 공기 확보 과정에서 공사기간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산업 특성상 건설 공사기간의 증가는 추가적인 공사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며, 이는 건설사들의 도급금액과 주택 수분양자들의 분양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지역별 수급 불균형 해소가 주택시장 안정의 필수요건건설산업을 분석하고 건설사 신용도를 판단하는 입장에서 ▲지방 및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 ▲PF우발채무 ▲공사원가 부담 등 건설사들이 직면한 리스크 요인들이 당분간 신용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착공 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 위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현장의 공사미수금 회수 지연, PF우발채무 현실화 등 비경상적인 손실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으며, 안전사고 대응 부담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지방 미분양이 장기화되고 ▲주택공급 감소 ▲공사비 상승 ▲안전사고 및 유동성 대응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산업 전반의 구조조정도 지속될 전망이다. 2025년 들어서도 ▲신동아건설(2024년 시공능력순위 58위)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삼정기업(11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영무토건(111위) 등 10개 이상의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또한 9월에는 대형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기업회생을 진행하기로 했다.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과 공급감소는 점차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직접적인 주택 공급자인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 안전사고 리스크 등으로 인해 보수적인 사업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예고한 LH의 경우 시행 사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다. 주택시장을 넘어 가계부채, 기준금리 결정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서울의 주택가격 불안은 단순한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닌 수도권 내 지역별 수급 불균형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정부는 보유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까지 검토할 계획이나 대출 및 거래 규제, 부동산 세금 인상 등을 통한 수요 억제책만으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지금은 주택 수요 분산과 더불어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사업성 확보와 원활한 진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주택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급 확대와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사업 환경 조성을 통한 주택시장과 건설산업의 회복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의 산업 1실장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안진회계법인을 거쳐 2006년 한국신용평가 입사 이후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의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했다. 2021년부터는 산업 1실장으로 건설, 정유, 민자발전, 부동산개발, 시멘트 및 레미콘 등의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2025.1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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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기업, 대출 한도 축소…보험료 인상도

부동산 일반

앞으로 기업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일으키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건설공사보험 ▲공사이행보증 보험료도 최대 15% 할증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도 중대재해 여부가 고려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금융위는 “중대재해에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행정·사법 조치가 강화되면 해당 기업의 향후 영업활동이나 투자수익률 등이 과거와 달리 크게 변화할 수 있다”며 “금융 부문은 건전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권은 기업의 사망 사고 등을 여신심사에 더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 항목과 등급조정 항목에 명시적으로 넣어야 하고, 한도성 여신을 감액·정지 요건에도 포함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요건은 연내 전 은행 한도성 대출약정에 반영 확대된다. 다만 이미 실행된 일반 대출에 대한 회수는 제외한다는 방침이다.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 시 중대재해 기업의 위법 행위 수준에 따라 기업평가 평점 감점 폭을 5∼10점으로 확대한다. 또한 감점제도 적용 수준에 따른 가산 보증료율 신규 도입하고 안전관리 우수기업에 대한 우대 보증료율은 상향한다. 보험권도 최근 3년 내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배상책임보험 ▲건설공사보험 ▲공사이행보증 등의 보험료율을 최대 15% 할증한다.반면, 안전설비 신규 투자 대출에는 금리를 우대해주거나 안전우수 인증 기업 금리·한도·보증료 우대 상품을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중대재해 위험 관리를 못 한 기업에는 불이익을, 예방 우수 기업에는 우대 조치를 병행하는 등 ‘양방향’ 대응 방안을 마련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공시 규정도 강화된다. 중대재해 발생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 판결 시 관련 내용을 당일 수시 공시하도록 했으며,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에는 공시 대상 기간 발생한 사고 현황·대응조치 등을 담도록 했다.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투자 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코드 및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평가에도 반영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2025.09.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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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2~3세 책임·투명성 부담은 더 커졌다

글로벌

증권업계가 2·3세 경영 체제로 빠르게 교체되는 가운데 ‘책임경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3일 시행된 책무구조도와 상법 개정안은 ▲임원별 내부통제 ▲위험관리 책임을 명문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23곳이 제출 대상에 포함되면서 2·3세 경영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리테일·자산관리(WM)·투자은행(IB)·트레이딩·상품·디지털·전산·보안 등 핵심 업무별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의사결정·집행·사후점검 흐름을 구조도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준법·감사 부서에 집중됐던 내부통제의 초점이 사업부 책임 임원으로 이동하면서 ▲영업권한 위임표 ▲적합성·적정성 기준 ▲이해상충 차단 절차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재정비되고 있다.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해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하는 제도다.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과거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준법감시인에게 포괄적 책임이 귀속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영업·리스크·상품판매·정보기술(IT)·데이터·사이버보안 등 단위 업무별 책임 임원을 문서로 지정·공시하는 방식이다.증권사 기준으로는 2023년 말 자산 5조원 이상 대형사 23곳이 대상이다. 이들 회사는 7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7월 3일부터 제도가 효력을 가지며 변경 시 재제출 의무가 부과된다. 구조도에는 조직도와 별개로 ▲업무 범위 ▲최종 책임자 ▲보고 라인 ▲위험식별·평가·통제 절차 ▲위반 시 조치·책임소재가 포함된다. 금감원은 제출 서류의 적정성 점검과 현장검사를 병행한다. 세대교체 속 커지는 ‘책임경영’ 압박”상법 개정의 취지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다. ▲사외이사 비중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권고 등으로 권한과 감시의 분리 원칙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와 신규투자 및 인수합병(M&A), 보수정책 등 중대 안건은 이사회 사전심사와 사후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책무구조도상 책임자와 이사회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기록돼야 한다. 보수체계는 이연(성과급이나 보너스를 한 번에 다 주지 않고 몇 년에 걸쳐 나누어 지급하는 제도)·환수(지급한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다시 회수하는 제도) 장치 중심으로 조정되는 추세다. 증권업 특성상 성과급 비중이 높고 단기성과 민감도도 크다. 최근 시장 호황 국면에서 일반 임직원이 CEO 보수를 추월하는 사례가 증가한 만큼 ▲다년가중 수익성 지표 ▲위험조정 이익 ▲소비자보호 지표 ▲내부통제 위반 감점 등 비재무 핵심성과지표(KPI)를 보수 산식에 포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조도에는 ▲보수 결정 권한자 ▲적용 KPI ▲이연·환수 조건 및 절차가 기재된다.그룹 내부거래와 이해상충의 사전차단도 핵심이다. ▲특수관계인 거래의 공정가액 산정 근거 ▲외부 검증 방법 ▲정보장벽 운영 ▲딜 리뷰위원회 구성·의결 요건 등의 항목이 구조도에 반영된다. 모회사·자회사 겸직 임원에 대해서는 역할 충돌 최소화를 위한 보고 라인 분리와 안건 회피(Recusal) 규정이 명문화된다.디지털·인공지능(AI) 확대에 따른 모델리스크와 사이버위험 관리 항목도 신설됐다. 알고리즘 추천·자동매매·퀀트 전략에 대해 ▲모델 개발·검증·배포 분리 ▲변경관리 승인 ▲데이터 편향 점검 ▲성능 모니터링 ▲장애·침해 사고 보고 타임라인을 책임자 단위로 기록한다. 중요 외주·클라우드 사용 시 제3자 위험평가와 계약상 통제권 확보 여부도 포함된다. 소비자보호 거버넌스는 판매 전·중·후 전 과정으로 확장됐다. ▲상품승인 절차(제조·유통 분리) ▲적합성·적정성 체커 ▲설명의무 준수 관리 ▲민원·분쟁 데이터의 실시간 대시보드화 ▲반복 민원 원인 분석·개선계획 수립 책임자가 구조도에 지정된다. 고령 투자자·퇴직연금 가입자 보호를 위한 과다위험 노출 경보 임계치와 자동 감속 장치도 문서화한다.실무 이행 과제도 구체화됐다. 첫째, 프런트·미들·백 경계가 겹치는 업무에서 최종 책임자 기준을 기능·중요도·통제가능성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둘째, 위탁판매·자문·플랫폼 제휴 등 외부 파트너 연계 업무를 구조도 범위에 편입하고 점검 주기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내부 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 단계(감점→보류→환수→인사조치)와 보고 기한을 사전 합의해야 한다. 넷째, 구조도 변경 관리(주요 인사·사업 변동 시 자동 갱신)를 시스템화해야 한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현업 임원이 내부통제를 본인의 업무와 책임으로 인식하는 긍정적 변화가 확인됐다”며 “다만 업권 전반이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어 실효성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즉, 책무구조도는 지배구조 보고서나 조직도의 보완물이 아니라 내부통제의 운영문서다. ▲최종 책임자 지정 ▲권한·보고·감시의 구분 ▲위반 시 조치까지 사전에 합의·기록함으로써 책임소재 불명확성과 사후 분쟁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증권사는 높은 레버리지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만큼 책임 회로의 선이 더욱 촘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 안팎에서 줄곧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3세 체제의 핵심 평가지표는 속도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라며 “책무구조도를 통해 권한·책임·보상·리스크를 한 장에 정렬하고 이사회와 현업 간 점검 사이클을 짧게 돌리는 회사가 규제 신뢰와 밸류업 프리미엄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9.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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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로에 선 HD현대重...쟁점은 ‘작업계획서’와 ‘신호수’

산업 일반

HD현대중공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로에 섰다. 앞서 지난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피해자는 조선소 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우회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트레일러에는 족장(발판)이 가득 실려 있었다. 이번 사고를 두고 노조는 ‘중대재해’를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핵심은 해당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쟁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은 ‘작업계획서’와 ‘신호수’와 두 가지다. 먼저 작업계획서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중대 재해를 야기하는 고위험 작업에 대해 재해유형·안전조치 등을 담은 작업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작업계획서에 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된 만큼, 이를 작성하고 준수하는 행위는 작업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작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규정은 ‘산안법’에 관한 규칙 제38조에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일 경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해야 한다. 트레일러는 ‘차랑계 하역운반기계’에 속한다.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 20조 7호를 보면 지게차·구내 운반차·화물자동차·고소 작업대 등을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레일러를 활용한 작업을 수행할 경우 ‘작업 계획서’를 사전에 작성해야 한다. 단 예외는 있다. 해당 작업이 ‘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 작업’일 경우다. 단순히 주행작업만 수행할 경우 작업계획서 작성은 제외된다.이에 대해 김형기 노무사는 “단순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조선소 외부에서 일반 화물자동차에 적용되는 사안”이라며 “트레일러를 통해 조선소 내부에서 화물을 상·하차 할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38조 별표 4에 따르면 차랑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수행할 시 운행경로 및 작업 방법이 담긴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문제는 HD현대중공업이 이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와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HD현대중공업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해당 작업 시 필요한 ‘작업계획서’를 마련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며 “작업계획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를 작성하지 않고 업무를 강행했기 때문에 사측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사측이 ‘작업지시서’를 작성해 물류회사에 전달한 것은 맞으나, 별도의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 된다”며 “해당 작업의 경우 일상적으로 매일 반복되는 작업이기에, 현장에서 바로 상차작업을 진행했다. 별도의 작업계획서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사고 사안을 살펴본 전문가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산안법 위반과 함께 중대재해처벌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고용노동부도 작업계획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산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김현우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당초 작업계획서의 내용 등 구체적 사정과 조사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작업계획서 미작성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볍령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노동청과 경찰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법이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달리는 부분까지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조선소 내부에서 하역 작업을 실시할 경우 시행하기 전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맞다. 만일 이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산업안전법 제 38조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쟁점은 ‘신호수’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출·퇴근 시 급증하는 교통량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 관리자가 배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무 시작과 동시에 해당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철수한다. 조선소 내부 도로에 관리자를 상시 배치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별도 작업이 이뤄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산안법 제172조(접촉의 방지)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해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장소에 노동자의 출입을 막거나 유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인데, 노조 관계자는 “당시 사고 장소에는 출입을 막거나, 유도자를 배치하는 행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물론 예외는 있다. 산안법 제39조(작업지휘자의 지정)다. 산안법 제39조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에서 작업 장소에 다른 근로자가 접근할 수 없거나, 주위에 근로자가 없어 충돌 위험이 없는 경우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장소는 모든 근로자가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돌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또 호황기를 맞은 조선소 내부의 물류 이동량을 지적했다. 이들은 조선업 호황에 따라 사내 물류 이동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유사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노조 관계자는 “출·퇴근시에는 오토바이 등으로 출근하는 인력이 모여 관리자가 교통을 통제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어떤 관리자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와 같이 유사한 사고는 과거에도 계속해서 반복됐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삼거리에는 이동하는 차량과 기계,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특히 도로 구조 자체가 트레일러 등 조선소에서 주로 사용되는 차량용 하역운반기계 등이 운행하기 위험한 구조”라고 덧붙였다.해당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도 “평소 출·퇴근 시 신호수를 배치하는 구간일 경우 사측도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호수를 배치해야 한다고 평가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HD현대중공업은 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안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사고 경위 및 자세한 사항들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2025.01.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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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참사 '중대재해법' 적용되나…“조사 결과 지켜봐야”

산업 일반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의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국토부가 (제주항공의) 항공 안전법 위반 여부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경찰 등과 중대시민재해 위반 여부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중대시민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함께 ‘중대재해’의 한 종류다.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 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적용한다. 두 재해 모두 경영 책임자가 안전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 받도록 하고 있다. 1명 이상 사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항공기를 공중 교통수단으로 보고 있다.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중대시민재해 해설서에서 이번 사고와 유사한 가상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당시 항공기가 착륙 도중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1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 중대시민재해 범위‧원인‧재해 규모를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 등과의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사고 항공기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공중 교통수단의 하나”라며 “향후 사고 원인 조사의 결과에 따라서 제주항공사와 경영 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 및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했다.경실련은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항공기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의 작동과 버드스트라이크가 연관성이 작다”면서 “정비 부실이나 기체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랜딩기어란 비행기가 착륙할 때 펼치는 바퀴를 말한다. 속도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기능이 바퀴에 있는데, 비행기가 착륙할 때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경실련은 “원인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며 “업무상 과실이나 책임소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또 “최근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등의 영향으로 항공기 이용이 급증했다”며 “시민들의 항공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사고 조사가 신속하고 투명하고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항공사는 생존자에 대한 치료와 회복, 희생자에 대한 시신 수습과 장례 절차, 유가족에 대한 보호와 심리치료 등에도 각별히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에서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중 생존자는 2명으로 확인됐다. 2024년 12월 30일 기준 사망자 179명 가운데 14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국토부 등 사고 수습 당국은 “사망한 179명 전부 유해를 임시 안치소에 모셨다”며 “수사기관의 검시 등을 마쳐 시신 인도 준비가 끝났을 때 가족들에게 추가 연락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습한 유해는 무안공항 격납고 등에 임시로 안치했으며, 유가족에게 인도할 때까지 보존을 위한 냉동설비도 마련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2024.12.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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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체임버에서 질식사...“유례 없는 사고”

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연구원이다. 이들 중 2명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소속, 1명은 협력업체 소속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 당국의 1차 합동 감식은 현재 마무리된 상태다.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전동화품질사업부 차량성능 테스트 공간(체임버) 1차 합동감식이 마무리됐다. 이번 합동감식은 약 7시간 가량 진행됐고, 비공개로 이뤄졌다.사고는 지난 19일 발생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를 진행해던 연구원 A씨(45)·B씨(38)·C씨(26) 등 3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경찰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당일 오후 3시경,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 4공장 내 전동화품질사업부 차량 성능 테스트 공간(체임버)에서 동료 직원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 등은 이날 오후 12시 50분경부터 주행 테스트 및 공회전(아이들링) 테스트를 위해 체임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체임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 직원이 체임버로 들어가 질식한 상태인 연구원들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 등은 의식을 잃은 채 각각 실험 차량인 GV80 운전석과 보조석, 뒷좌석에 탑승해 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3시 10분 즘이다. 이후 약 10분 뒤인 오후 3시 21분경 사내 구급차로 1명을, 약 2분 뒤인 23분경에는 119 구급차로 나머지 2명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모두 사망 판정을 받았다.현대차는 사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고의 중심 ‘체임버’사고가 발생한 체임버는 차량 1대 정도 들어가는 크기의 밀폐 공간이다.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 환경 적응성 등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됐다. 체임버는 극한의 조건을 인공적으로 재현해 주행 상황에서 차량의 반응을 분석하는데 사용된다.자동차 테스트 체임버는 제작 시 여러 안전 표준이 적용된다. 특히 밀폐 공간 체임버의 경우 안전 규정이 더욱 엄격하다. 업계 관계자는 밀폐 공간 체임버에는 배기가스 환기 시스템·일산화탄소·수소·메탄 누출 등 가스 경고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안전 기능이 장착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만 테스트 체임버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전문가 역시 해당 체임버가 안전 규격을 어기고 생산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전 표준에 명시된 각종 센서 및 시설들이 예기치 못하게 고장이 나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사실상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테스트 체임버의 경우 국제 안전 표준에 적합하게 설계가 돼있다”며 “따라서 이번 사고가 안전 표준에서 벗어난 체임버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이 같은 사고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고,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며 “안전 표준에 명시된 각종 센서 및 시설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장 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체임버에 대한 안전 기준들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이번 사고의 관건이 체임버에 설치된 ‘배기가스 배출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인 셈인데, 합동 감식 직후 설비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고개 숙인 ‘안전보건최고책임자’사고 발생 이후 고용부는 사고 작업장에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또 사고 원인과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중앙·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현장에 파견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지시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문용부 지부장 명의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긴급성명서’를 냈다. 금속노조도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중대재해를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대자동차지부 회의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원인 분석 및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현대차 울산공장은 상시근로자가 100명이 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등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은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현대차 3분기 사업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에 명시된 대표이사는 총 3명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의선 대표이사 회장(경영 전반 총괄),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업무총괄·CEO 등), 이동석 대표이사 사장(업무 총괄·생산, 안전 등)이다. 이동석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표이사 CSO로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참담함과 비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어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는 유가족분들에 대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금번 사고를 계기로 회사는 현장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의 현장 조사와 원인 규명 과정에 모든 협조를 다 하겠다”고 전했다.

2024.11.2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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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ESG에 ‘진심’이 돼야 할 때 [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ESG

“이거 원청사 좋자고 하는 거지 우리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 거죠?”수천 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평가하고 지난 2년 동안 약 500회 가까이 중견 및 중소기업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면서 종종 들었던 말이다.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인권경영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중소 공급업체에 불과한 본인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으며, 다만 원청사가 평가를 받으라고 하니 응할 뿐이라는 것이다. ESG에 관한 많은 기사나 칼럼들이 대기업 즉 원청사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공급업체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ESG 경영은 ‘기업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직원·주주·소비자·협력사·지역사회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경영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들은 ESG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패러다임으로 활용하고 있다. ESG 경영 현황 진단 및 평가는 기업 활동의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실사(Due Diligence)’ 개념이 등장한다. 기업 실사란 ‘기업의 운영이나 사업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들을 파악해 방지 및 완화하는 과정’이다. ‘공급망 실사’는 자사·자회사·협력사를 포함하는 공급망(Supply Chain)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 및 완화하는 ‘리스크 관리’ 과정으로서 평가와 분석, 개선조치 및 모니터링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 이때 부정적 영향은 실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잠재적 영향까지 포함한다.2024년 7월 25일 EU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발효돼, EU에서 영업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자사와 협력사의 활동이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조사하고 시정해야 하며, 그 결과를 2028년부터 공개해야 한다. 협력업체들은 이를 위한 정보 제공 요청에 응하고 부정적 영향의 예방 및 완화 조치에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여기에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면 ESG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CBAM은 탄소규제가 약한 EU 역외지역으로 생산시설이 이전할 경우 EU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탄소비용이 더해져 생산 단가가 높은 유럽 제품이 수입 제품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에서 도입한 제도다. 수입품목의 탄소배출량에 일정한 요금을 부과하여 ‘불공정’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며(현재는 전환기간),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 제품을 시작으로 향후 유기화학제품과 플라스틱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여러분이 만드는 부품에서부터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수출해봤자 안 팔립니다. 그럼 이게 원청사만의 문제일까요?”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사례까지 안내하면 ESG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이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사장님의 구속 리스크’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었지만 예상보다는 처벌이 약하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사 현장에서 ‘작년 12월에 대표이사가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된 최초 사례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면 임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후 “개인안전보호구 꼭 지급하고 실제 착용하는지까지 감독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보통 다음과 같은 언급이 이어진다.“현장 사고를 보면 솔직히 근로자 잘못도 많아요. 마스크 해라, 안전띠 해라, 안전모 써라 해도 귀찮다고, 덥다고 안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물론 그렇다.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사측의 관리 소홀과 근로자 개인의 부주의가 결합돼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산업재해 판결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전대와 안전모 미착용 상태에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망한 근로자의 부주의도 일부 인정했지만 법령상 ‘보호구 지급 의무’는 근로자가 실제 착용하는 것까지 관리·감독할 것을 요한다면서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상무)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필자가 “지급대장부터 관리하셔야 한다. 국소배기장치 잘 작동하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확인하셨냐. 스프레이 작업자들이 방독마스크 안 쓰고 있더라, 하청근로자의 안전도 관리해야 한다” 등을 안내하면, 이제서야 실사를 시작할 때의 “원청사 좋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은 “지금 실사받기를 잘했습니다”라는 말로 바뀐다.원청사의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급망 내 수많은 기업들의 부품 및 중간재가 좋은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인권과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기업 N사도 1990년대 말 협력업체에서의 독성물질 유출로 많은 근로자들이 건강상 위협에 노출되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주가가 반토막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 여파는 다시 공급업체들에 미칠 수밖에 없다.올해 6월 현대차그룹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 결과를 입찰 조건으로 담은 표준계약서를 마련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급업체 스스로 인권과 안전, 환경 등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여 예방조치를 취하고, 원청사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제, ‘진심으로’ ESG를 해보자. 오현주 대신경제연구소 공급망ESG센터장·행정학 박사 | 필자는 공급망 내 ESG 평가와 현장실사, 교육 및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원청사의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협력사의 ESG 경영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실행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공급망 벤치마크 분석, 온실가스 관리, CDP SC 및 EcoVadis 대응 등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맞춤형 심화 컨설팅도 담당하고 있다.

2024.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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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사고에 멍든 5대 금융…‘내부통제 강화’ 잰걸음

은행

올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금융권에 내부통제 쇄신 등 기업문화 개선 움직임이 분주하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로 국감장에 섰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연말 윤리문화 쇄신안을 마련하며 기업문화 대수술을 예고했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조기 제출하면서 시범운영을 앞둔 모습이다.◆ 칼 빼든 임종룡 회장…우리금융 내부통제 쇄신 ‘정조준’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화를 정비하기 위해 윤리문화 쇄신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확보 ▲여신감리 프로세스 강화 ▲자회사 임원 사전합의제 폐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임 회장은 “내부통제 미흡과 잘못된 기업문화가 근본적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룹사 전임원의 동의를 받아서 친인척에 대한 신용정보를 등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원들의 친인척 정보를 모두 등록할 경우 대출 취급 시 처리 지침도 마련되고 사후 적정성 검토 등 관리 프레스도 엄격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한 그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독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하며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외부 전문가가 수장이 되는 윤리경영실을 만들겠다”며 “여신 감리조직을 격상하고 부적정 여신에 대한 내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회사 임원 사전합의제 폐지를 통해 지주 회장의 인사권도 대폭 축소한다.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회장의 과도한 인사 권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금융이 자회사 임원을 선임할 경우 금융지주사 회장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이번 연말 인사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14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의 CEO 임기가 올 12월 만료된다.최근 우리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실무 인력 양성을 위해 처음으로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에 관련 분야를 새롭게 포함시켜 14명의 대상자를 선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내부통제 인재양성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지원하고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5대 금융·은행 책무구조도 제출…시범운영 돌입우리금융이 조직문화 대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다른 금융그룹도 내부통제 강화를 연이어 선언하고 있다. 5대 금융그룹은 최근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 마련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5대 금융그룹은 지주 및 은행별 책무구조도를 모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중으로 시범운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며 금융사 임원들의 구체적 책무와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지정한 문서다.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역할을 한다.당초 지난 7월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은행과 금융지주는 늦어도 내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당국이 제도의 조기 안착을 강조하며 빠른 제출을 주문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이 빨라진 모습이다.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며, 부서장부터 은행장까지 점검시스템을 도입했다. 본점·영업점 부서장들의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한 매뉴얼도 별도 마련했다. 이어 지난 10월 25일 하나은행이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책무구조도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관리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우리금융그룹도 지난 10월 18일 이사회에서 책무구조도를 의결하며 조만간 당국에 책무구조도 제출한다. 이 밖에 NH농협금융그룹은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국정감사에서 시범운영 기한 내 제출을 약속했다.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은 최근 줄줄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이를 반영해 지배구조 내부규범도 개정했다.KB금융그룹은 지난 10월 24일 이사회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책무구조도를 의결하고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책무구조도 운영은 임직원 본인과 고객보호를 위한 기본 업무이며, 금융회사의 본질적 업무를 수행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내부통제 장치”라며 “KB금융은 충실한 책무구조도 운영을 통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 체계를 갖추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주요 금융그룹은 책무구조도 가동을 조기에 마치면서 빈번한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의지를 피력하는 모습이다. 책무구조도 제출에 미온적이던 당초 분위기가 180도 바꼈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 부당대출 등이 불거지며 금융권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과 시범운영을 앞당기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강화한다는 것 자체가 금융사에게 큰 부담이지만 내부통제 강화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024.1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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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협력사 ESG 컨설팅 지원…‘국내 패션기업 최초’

유통

한섬이 중소 협력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 지원에 나선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중소기업 맞춤형 ESG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국내 패션기업 중 협력사를 대상으로 자체 ESG 컨설팅을 개발해 제공하는 것은 한섬이 최초다. 한섬의 첫 컨설팅 대상은 20년 이상 한섬의 주력 브랜드 타임·시스템·더캐시미어 등의 니트 제품 가공을 맡고 있는 중소 협력사다.한섬은 이번 컨설팅을 위해 지난해 컨설팅에 사용한 ESG 평가 기준 19개를 영세 중소 협력사의 경영 환경에 부합하고, 현실적으로 수용하고 개선 가능한 13개 항목(환경 5개, 사회 7개, 지배구조 1개)으로 조정했다.또한 한섬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 환경 개선 ▲안전 교육 제공 ▲자금 지원 강화 등 협력사의 사업 경쟁력을 증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먼저 한섬은 본사 경영개선팀 주관하에 전문 미화업체와 협력사의 작업 현장을 점검·청소하는 ‘클리닝 데이’를 진행했다. 적재함과 이동 통로를 점검해 산업안전 위해 요소를 사전 제거하고 안전한 대피로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류 적재가 가능하도록 재고 관리 노하우도 제공했다.한섬은 올 하반기 중 협력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보건공단에서 제공하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 가이드’ 등을 활용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돼 협력사의 관심도가 특히 높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한섬은 협력사 중 적극적인 ESG 경영 개선 활동에 나서는 업체를 대상으로 무이자 대출·안전설비 구매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연간 80억원 수준의 예산도 편성했다. 이밖에 한섬은 지난해 설과 추석 명절 기간 협력사의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600억원 규모의 결제 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등 협력사 지원에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한섬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ESG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 쉽지만, 컨설팅과 자금 지원을 제공해 ESG가 안전한 업무환경 조성과 사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특히 이번 한섬의 협력사 ESG 컨설팅 지원은 EU를 중심으로 도입 예정인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등 글로벌 ESG 경영 흐름에도 부합한다. CSDDD는 EU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사를 포함한 사업 전 과정에 대한 ESG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지난 5월 EU 이사회 최종 승인을 받아 오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한섬 측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로 여겨지는 CSDDD 준수를 위해 선제적으로 협력사 ESG 컨설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한섬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자사 브랜드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인 ‘시스템·시스템옴므 파리’를 오픈한 바 있으며,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2019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파리 패션위크에도 참가하고 있다.한섬은 올해 안으로 협력사 두 곳을 추가 선정해 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매년 점차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이에 앞서 한섬은 투명한 ESG 경영 공개를 위해 지난달 2023년 ESG 경영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역시 지속가능경영 국제 표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tandards 2021’ 기준을 따라 작성했다.한섬 관계자는 “앞으로 협력사 대상 ESG 컨설팅을 지속 확대해 국내 패션기업 중 선도적으로 ESG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협력사의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 증진을 도와 국내 패션사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7.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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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왜 연차유급휴가를 주지 않을까요"[공정훈의 공정노무]

전문가 칼럼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 제1항에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률인 셈이다. 다만, 제2항에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 규정을 뒀다. 5인 미만 사업장도 제2항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의 법조항이 일부 적용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기준이 애매모호할 수 있다. 오늘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법 규정들을 소개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어떤 법 적용 받나근로조건의 명시, 해고예고, 휴게, 주휴일, 출산휴가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다만 부당해고, 근로시간 제한, 시간 외 근로 가산수당 등은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된다.5인 미만 사업장에 부당해고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한달 전 해고예고는 해줘야 하며, 즉시 해고 시에는 30일치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1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정근로시간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1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시킬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은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1일 8시간 또는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을 시급의 1.5배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없어 근로한 시간에 대해서 시급의 1배수로 계산해 지급하면 충분하다.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유급휴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지급해야하는 연차수당 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참고로 경조사휴가, 하계휴가는 법정휴가가 아니고 회사에서 임의로 정하거나 노사 합의 하에 규정하는 약정휴가여서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가 이뤄지지 않을 때, 사용자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46조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휴업수당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사업장 내에서 적절한 노무관리와 근로조건 최저 기준 보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상시근로자 수를 파악해야 한다. ‘상시근로자’란 사업장에서 통상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를 말하며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등 고용된 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뜻한다.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상시근로자 수에 포함된다.(단, 파견, 용역근로자 제외)회사와 근로자 모두 상시근로자 수와 그에 따른 법 적용범위를 충분히 이해한 후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준수한다면 노사 분규와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면 불필요한 비용감소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화합을 통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무법인 수 서울(광명)지사 대표 공정훈 노무사(cpla1220@다음)

2024.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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