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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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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해” 얘기 들었던 지난 1년, 코레일유통을 변화시키다[이코노 인터뷰]

유통

코레일유통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다. 지난 2004년 12월 설립됐지만 기본 모태는 1936년 설립된 철도강생회(1967년 홍익회로 개칭)다. 지난 2007년 현재의 사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익숙하지만 코레일유통은 낯설다. 이곳은 철도역사 내 편의점이나 자판기, 광고물 등을 관리하고 점포 임대 사업도 추진한다. 우리가 KTX(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는 철도역사 내 모든 유통 관련업을 관리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했던 코레일유통은 최근 날개를 펴는 분위기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실적은 자연스레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에는 5992억원의 매출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물론 코레일유통의 실적 상승은 단지 늘어난 여객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부임 후 모빌리티 서비스업을 지향하며 회사에 ‘변화의 씨앗’을 심은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긍정적 경험 제공…모빌리티 서비스의 시작Q.부임 1년이 지났다. 1년간의 소회를 밝히자면.-철도역사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쟤네들(코레일유통) 별걸 다 하네”, 뭐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부임 후에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철도역사를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할까’를 많이 고민했다. 서울역에 커다란 곰돌이(초대형 벨리곰)를 세우기도 하고, 부산역에서는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출정식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때 철도역사를 방문한 대원들한테 생수를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5월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치티니핑’ 캐릭터 전시회도 열었다. 우리 역사를 찾는 모든 고객들이 좀 재밌어했으면 해서 뭐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다.Q.코레일유통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모빌리티 혁명의 시대에서 철도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철도 고유의 경쟁력인 안전·친환경·정시성 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이동’을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경험할 때는 집에서 나와 원하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순간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고 평가한다. 그러면 결국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모빌리티 서비스 퀄리티(질)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철도역사는 고객에게 먹거리·볼거리 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질 좋은 서비스 제공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철도역사는 코레일유통 모빌리티 서비스 혁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일 텐데.-지난해 전국에 있는 모든 철도역사에 다녀간 고객 수가 약 18억명이다. 이분들 시선이 우리 역사 내부에 꽂힌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철도역사 방문객의 60%는 KTX 이용객이다. 현재 KTX 정시율은 무려 99.8%다. 열차 지연 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시율 수치가 높으면 고객들이 역사 내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분들이 철도역사를 방문했을 때 ‘역사 내 식당 밥이 생각보다 맛있네’, ‘고향 방문 선물을 미리 준비 못했는데 역사 내에서 꽤 살만한 상품들이 많잖아?’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다. Q.철도역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철도역사는 모빌리티 허브(Hub)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도역사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아닌가. 그러면 우리가 이 플랫폼 안에서 고객과 어떤 것을 연결시켜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랑 함께 여러 고객 서비스를 고민했고 현재도 구체적인 서비스화를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 또 토스가 특정 지역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하면 10원을 나눠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를 참고해 우리 철도역사 내 특정 매장 앞에서 토스앱을 켜면 20원을 주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었다. 지금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와 토스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Q.모빌리티 서비스 강화를 위한 다음 계획은.-철도 모빌리티 서비스는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소멸 완화를 위해서라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취임 이후 전북 무주군·강원 인제군·강릉시·부산광역시·강화도 등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전국 지차제들과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다.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강조하는 ‘청취의 중요성’ 김영태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언론사 퇴사 이후 하이트진로·한샘·쿠팡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역임했다. 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국민소통관장도 맡았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소통이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는 일단 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김 대표는 스스로 ‘최고청취책임자’(CLO·Chief Listening Officer)라는 표현을 썼다. Q.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제가 어렸을 때 벤처 미디어 관련 기업을 두 번 창업했다가 모두 망했다. 그래서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나는 창업과 안 맞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업들을 잘 되게 도와주는 일은 적성에 맞았다. 오히려 그쪽에서 내 실력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이트진로 혁신 담당 임원으로 들어갔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는 변화의 시기였다. 한샘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았을 때는 한샘과 이케아가 치열한 홈퍼니싱 경쟁을 할 때였다. 쿠팡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때는 쿠팡이 고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친 듯이 경쟁하던 시기였다. 쉽지 않은 시기에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내온 것 같다. Q.정치 커뮤니케이션에까지 영역을 넓혔다.-정치 커뮤니케이션 쪽도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대통령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통령 선거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 일의 끝판왕 아닌가.(웃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한 현장 스피치 등을 관여했다. 내가 낸 의견이 꼭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많이 깨지기도 했지만 어떤 의견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선거를 이기지 않았나.(웃음) Q.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면.-하이트진로에서 물류 담당 임원으로 일했을 때다. 2008년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던 시기였다. 전국 술 배송이 마비가 됐다. 그때 청주에 위치한 소주공장 파업 현장을 찾았다. 당시 25톤(t) 탑차에 적재물을 싣는 공간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나도 거기에 올라가서 앉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위 노동자들의 얘기를 계속 들었다. 그분들은 자기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동안의 고초를 늘어놨다. 그러다 저녁 때쯤 되니 나이가 지긋한 한 시위 관계자 분이 나에게 와서는 “파업 현장에 임원이 온 것도 처음이지만 너 같이 하루 종일 우리 얘기 다 들은 놈도 처음이야”라고 했다. 그러고 이후에 파업 문제는 일이 잘 풀렸다. 들으면 일단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혁신의 기본은 일단 듣는 데서 시작한다. 다들 소통하라고 하는데 소통은 누군가를 만나 ‘나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듣는 거다.Q.청취 경영이 직원들에게 통했다고 보나.-직원들 사이에서 ‘들어주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이미지는 심어진 것 같다. 또 회사가 지금까지 안 해봤던 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분위기라는 것도 직원들 사이에서 인식이 됐다. 그래서 지난해 회사가 실적도 좋았고 직원들은 각 부서에서 안 했던 시도들을 많이 했고 여러 성과를 낸 것 같다. 제가 지난해 취임사 때도 강조했지만 뭐든지 일단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 10가지에 주저하지 말고, 해야 할 똘똘한 이유 한 가지를 믿고 도전했으면 좋겠다.Q.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코레일유통이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런 토대들을 더 구축해 놓고 싶다. 다만 공기업이다보니 예산이나 이런 부분에서 제약이 많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회사의 방향성은 만들어 놓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시도들을 통해 얻은 기업문화도 그런 방향성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다음 분(사장)이 왔을 때도 그동안 구축해 놓은 기업문화를 자연스럽게 가져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2024.05.20 06:01

6분 소요
용산 경의중앙선 일대, 대학생 기숙사 들어선다…2022년 착공

부동산 일반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경부선 일대에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생 기숙사가 들어선다.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는 30일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대학생 연합기숙사 건립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토부가 서울시 용산구 소재 철도 유휴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한국장학재단이 부지에 기숙사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제공 부지는 총면적 5851㎡ 규모로 용산구의 경의중앙선·경부선에 인접한 5개 필지가 대상지다. 수용인원은 750여명으로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로 건설된다. 내년 착공을 시작으로 2024년 1학기에 개관한다는 목표다. 기숙사 이용비는 2인실 기준 1인당 약 15만원으로 책정됐다. 부지 매입비와 토지 사용료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일반적인 사립 민자 기숙사비 약 40만 내외보다 저렴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7년에도 국유재산 부지를 제공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대학생 연합기숙사를 마련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최근 민자철도역사, 차량기지 등을 건물형으로 건설하는 철도-주택 복합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철도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주거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번 사업으로 대학생들이 주거비 부담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거의 질은 높이고 주거비 부담은 낮출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1.12.30 10:57

1분 소요
김부겸 총리 “철도역사 위층, 청년주택으로 짓자”

부동산 일반

김부겸 국무총리가 철도역사 위에 청년주택을 건설하는 등 새로운 공공주택 공급 모델을 제시했다. 김 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철도와 공공주택 복합개발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기존 공공주택공급 방식과는 다른, 살기 편리한 주택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모델은 교통과 주택공급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로 향후 다양한 방식의 주거유형 개발과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소개한 ‘철도와 공공주택 복합개발 방안’은 철도 역사 건물에 공공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위층을 주택으로 기획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철도 역사 위에 주택을 공급해 청년들이 교통이 편리한 곳에 거주하면서 주거 부담도 덜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역사 인근 택지분양 시에도 개발이익 공유를 제안하는 사업자에게 분양 우선권 및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도심 공간의 활용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며 개발 후 공유된 이익을 철도 요금에 반영해 이용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2.09 11:05

1분 소요
고객만족도 조작해 기소된 직원에 코레일 징계 없이 ‘모르쇠’ [2021 국감]

정책이슈

고객만족도 조작에 연루돼 기소까지 된 직원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여전히 징계를 내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이 2019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하는데 연루된 200여명의 직원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 일부는 기소까지 된 상태인데도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해 4월 ‘코레일 직원들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2019년도) 조작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코레일에 ‘기관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관련자 30명에 징계·경고 조치를 하고 설문 조작을 주도한 7명과, 이를 지시·묵인한 상급자 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국토부 국정감사 당시 논란이 됐었다. 당시 국감에서는 고객만족도 조작이 옛날부터 행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고객만족도 조작에 연루된 직원들 208명 중 20명에 대한 수사 결과 12명이 기소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중징계는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1년 6개월 이상 징계를 미루고 있는 셈이다. 김은혜 의원은 “성과급을 위해서 고객만족도를 조작해도 징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내 온정주의는 큰 문제”라면서 “결국 코레일의 이런 행태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해당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의 절차와 함께 성과급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도록 조직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최근 7년간 코레일에서 자회사·출자회사로 재취업한 퇴직 임직원이 200명에 달하는 사실도 드러났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에서 최근 7년간 자회사·출자회사로 재취업한 퇴직 임직원이 194명이나 된다”면서 ‘제 식구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이 코레일에서 받은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기관별로 ▶코레일관광개발에 7명 ▶코레일네트웍스에 6명 ▶코레일로지스에 1명 ▶코레일유통에 3명 ▶코레일테크에 98명이 재취업했다. 5개 자회사에 재취업한 퇴직 임직원이 최근 7년간 총 115명에 달하는 것이다. 5개 자회사 대표이사도 모두 한국철도 임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에스알(SR·수서고속철도)에도 39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롯데역사·신세계의정부역사·부천역사 등 민간에 임대한 철도역사에 재취업한 코레일 출신 임직원도 40명으로 확인됐다. 퇴직 임직원 재취업은 특히 지난해 많이 늘어났다. 2015년 21명, 2016년 35명, 2017년 1명, 2018년 20명, 2019년 29명으로 30명 안팎을 기록했던 재취업자 수는 2020년 63명으로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지난 5월까지 집계한 재취업자 수도 25명에 달한다. 장 의원은 “전관예우에 따른 비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유관기관 등에 취업을 금지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0.12 19:10

2분 소요
[‘코로나19 시대 한가위’ 11인의 시선 | 문정현-공유 오피스] 공유 오피스 또 한번 각광받을 수 있을까

산업 일반

젊은 감각으로 딱딱한 업무환경 바꿨지만 대규모 공실 초래할 시한폭탄 안고 있어 부동산 임대시장에선 정보통신기술(ICT)과 공유경제를 합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했다. 공유형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공용공간을 공유하는 공유 오피스도 그 중 하나다. 임대인들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높아진 서울 오피스의 공실률을 해소하기 위해 공유 오피스를 유치했다. 공유 오피스는 1인 창조기업과 스타트업의 증가와 맞물려 오피스 시장에서 공유경제의 상징이 됐다.공유 오피스의 사업 구조는 건물 전체 또는 일부 층을 임대한 뒤 여러 공간으로 재구성해 재임대하는 전대차와 유사한 방식이다. 공유 오피스의 운영 형태는 비즈니스 센터, 소호 오피스 등 전통방식에서 벗어나 코워킹 스페이스로 운영되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입주자들간의 친분 형성과 교류를 통해 비즈니스 공유와 입주사별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국내에선 2016년 8월 미국 위워크가 서울 강남역에 국내 첫 지점을 열며 존재를 알렸다. 공유 오피스로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업태와 업종은 무수하다. 수요가 많고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공유 오피스가 우후죽순 공급되는 단점도 안고 있다. ━ 돈 되자 대기업도 공유 오피스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공유 오피스의 형태는 공항과 철도역사에서 간편한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비즈니스센터에서 시작했다. 2015년 이후부터 미국 위워크, 국내 브랜드인 패스트파이브 등의 등장으로 본격 성장했다. 이는 대기업 임차수요와 벤처기업·스타트업의 수요를 흡수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공유 오피스의 대부분은 강남·여의도·종로 등 임대 수요가 탄탄한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에 들어섰다.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는 약 10만평으로 국내 오피스 전체 면적의 약 5%를 차지한다.공유 오피스가 성장하게 된 배경은 첫 번째로 높은 공실률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후 우리나라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실물경기가 회복되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신생 기업의 증가와 기업 임대면적의 확대가 불투명했다. 많은 공실을 해결할 대안으로 공유 오피스가 떠올랐다. 공유 오피스는 대형 면적의 공실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우량 임차인이자, 서울 전체 오피스 공실을 줄이는 견인차가 됐다.두 번째는 공유 오피스를 희망하는 수요의 등장이다. 실물 경기의 악화로 기업이 폐업하고 임차면적이 줄었지만, 한편에선 소규모 기업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 수요를 공유 오피스가 흡수한 것이다. 공유 오피스가 업무를 지원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무상 제공하는 점도 스타트업 기업들에겐 초기 투입비를 절감하는 매력이 됐다.현재 국내엔 15개 넘는 공유 오피스 브랜드가 사업 중이다. 2016년 이후 한화·롯데·LG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시장에 진입해 다양한 확장 전략을 선보이고 있으며, 후발 업체들은 커뮤니티 시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 초창기에 문을 연 공유 오피스는 대부분 업무 전용 공간 외에도 사무기기를 무상 제공하고,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 주류·스낵바 등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는 변화하는 입주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추가 수요를 창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늘날 공유 오피스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해 입주고객의 감성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빌딩 블럭스는 여성 창업자를 위해 수유실과 키즈존을, 한미글로벌의 이노톤은 인테리어를 특화한 이노 스페이스를, 위워크는 국내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창업 지원 컨설팅과 교육을 무상 제공하는 위워크랩스를 각각 선보였다.대기업들이 공유 오피스를 처음부터 사업 모델로 여겼던 것은 아니다. 기업의 거점 사무실로 좀 더 유연한 공간을 찾던 중 공유 오피스를 알게 됐고 많은 인력들이 사용하면서 눈을 뜨게 됐다. 특히 창업하는 기업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유 오피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짧고 초기 구축비가 적은 사무공간을 찾다 보니 공유 오피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LG 서브원은 서브원 강남빌딩으로 플래그원이라는 브랜드를 출시, 프라이빗룸·라운지·회의실 등을 선보이며 공유 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이라는 자본력으로 다양한 전략을 좀 더 쉽게 펼쳐나갈 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사업 영역으로 얼마나 장기간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발주자다 보니 노하우, 수요 흡수, 시장 점유 등의 숙제도 안고 있다.코로나19 사태는 부동산시장에 많은 타격을 줬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오피스 시장은 공용 공간이 코로나를 확산시켜 많은 이탈이 발생하고 공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방역 시스템 도입, 까다로운 출입 관리 등으로 노력해 세계적 대유행에도 아직까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임대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성장한계에 다다라 코로나 후에도 공유 오피스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임차인인 입주고객의 입장과 임대인인 건물 소유주 입장으로 나눠 살펴보면 입주고객은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발생한 비용이 임대차 재갱신 시점에 임대료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낼 수 있다. 초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에도 실질적인 월 사용료는 더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예민해진 입주고객들이 사무기기·회의실 등을 타인과 무작위로 함께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 시설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의문이다.소유주 입장에선 공유 오피스가 대형 공실을 한번에 해소하는 해결사였다. 뒤집어 생각하면 대량 공실 사태를 만드는 주범도 될 수 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종로타워는 위워크가 건물 소유주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국내 토종 브랜드 공유 오피스 기업이 인수를 검토했던 적이 있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공유 오피스 기업이 해당 시설을 그대로 승계해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지 탈바꿈 등 여러 면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공유 오피스가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임대수익에만 의존하는 형태여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오피스 안에 다양한 협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와 손잡고 창업·소상공인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만든다면 한 단계 더 진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리기업과 비영리기관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것이 뻔하다. 공유경제라는 공통 분모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성장발판을 만들어가는 해법을 모색할 때다.※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2020.09.20 16:21

4분 소요
[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 ⑫ 코네(KONE)] 더 높게, 더 빠르게 “기술력 UP~”

산업 일반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민영환은 1896년 캐나다 벤쿠버의 한 호텔에서 생애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그는 기행문에 ‘5층 건물을 오르고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을 헤아려 아래층에 한 칸의 집을 마련해 전기로 마음대로 오르내리니 기막힌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남길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은 그로부터 14년 후인 1910년 들어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은행(현 화폐금융박물관)에서 화폐 운반을 위해 수압식 승강기를 설치한 것. 승객이 타는 전동식 엘리베이터는 그보다 늦은 1914년 조선호텔에서 처음 선보였다.국내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던 1910년 바로 그때 핀란드에서는 엘리베이터 전문 기업인 코네(KONE)가 탄생했다. 핀란드 에스포에 본사를 둔 코네는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 등을 제조·판매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40여개국 800여곳에서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며 전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린 핀란드 대표 기업이다. 코네는 이번 발표에서 유럽 기업 가운데 5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승강기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선정됐다.출발은 1908년 핀란드 헬싱키에 문을 연 ‘타르모(핀란드어로 활력)’라는 이름의 작은 기계수리점이었다. 타르모 주인은 단순히 고장난 기계를 손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기계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핀란드어로 ‘기계’를 뜻하는 코네(KONE)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주인은 얼마지 않아 회사 지분을 사업가인 고프리드 스트룀베리에 팔아넘겼다. 스트룀베리는 전동모터·기구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술자였다. 그는 이웃나라 스웨덴 기업과도 무역 활동을 펼쳤는데, 그중 하나가 ‘그레임 브라더스 엘리베이터’였다. 코네는 이 업체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핀란드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 포브스 선정 2015 ‘세계 100대 혁신기업’ 이 회사가 창립하던 당시 핀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식민지였다. 제 1차 세계대전 발발 때 코네는 전쟁을 위한 무기와 탄약을 생산해야 했다. 초창기 멤버 10명에 불과했던 작은 회사는 무기를 생산하면서 직원 수가 600여명으로 불어났다. 전쟁이 끝나고 핀란드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했고, 코네 역시 그레이엄 브라더스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엘리베이터 사업을 접을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스트룀베리는 기존 주력 사업이던 모터 대신 엘리베이터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전문가를 대거 채용하고,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맡고 있던 로렌즈 페트렐을 사장직에 앉혔다. 페트렐은 그 후 20년간 경영을 펼치며 엘리베이터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다.코네는 1919년 회사 내 단 한대의 기계로 총 다섯 대의 엘리베이터를 생산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탄생한 코네의 제품을 두고 핀란드에서조차 이 회사의 기술력에 기대를 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생산된 코네 엘리베이터는 이미 미국 등 해외 선진 업체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전후 가난을 씻지 못한 핀란드에서 엘리베이터에 대한 수요는 미미했다. 엘리베이터 제조만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한때 일상 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램프와 커피분쇄기, 스케이트날과 같은 다양한 공산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몇 년의 암흑기를 보내던 1924년 핀란드 경제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그동안 1년에 서너대를 파는 게 고작이던 코네는 핀란드 경제 발전에 힘입어 한해 100여대의 엘리베이터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또 다시 위기가 닥쳤다. 스트룀베리가 전후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들인 탓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덩치를 키우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연구·개발(R&D)을 등한시한 탓에 해외 경쟁 업체와의 기술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었다. 수렁에 빠진 코네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사업가 해럴드 헤린이었다. 헤린은 스트룀베리로부터 회사를 사들여 부채를 해결한 후 2대 회장직에 앉았다. 이후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을 옮기고, 생산량을 1년에 200대로 늘렸다. 1928년 한 해만 320대의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해 헤린의 아들 헤이키 역시 이사회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핀란드뿐 아니라 독일·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는데, 이는 훗날 코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 해외 진출로 작은 내수시장 한계 극복 1930년대 들어서자 코네는 핀란드 엘리베이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구 500만명에 불과한 핀란드만 바라보기에는 내수시장이 너무 작았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1년에 100대를 팔기도 어려워졌다. 가업을 이어받은 헤이키 헤린은 엘리베이터 생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산업용 크레인과 전기모터 등으로 다시 제품군을 넓혔다. 그러나 여전히 주력사업은 엘리베이터와 크레인이었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진출 10여년 만인 1939년 코네는 역대 3000번째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며 건재를 알렸다.가업을 이어받은 헤린가의 3대 경영인, 페카 헤린의 사업 스타일은 아버지 헤이키처럼 공격적이었다. 그는 경영에 참여하자마자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유럽 지역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인수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는 당시 유럽 최대 시장인 프랑스와 벨기에를 장악하고 있었다. 규모 면에서도 코네를 앞질렀지만 무엇보다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1974년 웨스팅하우스 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코네는 유럽을 넘어 글로벌 경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코네는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미국 오티스와 스위스 쉰들러, 독일 티센크루프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03년 취임한 안티 헤린 회장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 4대째 승계하며 250여 업체와 신뢰 쌓아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코네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협력 업체와의 끈끈한 결속력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코네는 자국 중소기업 250여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대부분 20~3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코네는 하청 업체를 두고 ‘형제 기업’이라고 표현한다. 헨릭 에른루스 코네 대표는 “안전성이 최우선인 엘리베이터 산업에서 협력 업체와의 유기적인 파트너십은 필수”라며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 걸맞은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려면 협력 업체와 공동 신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 덕분에 새로운 업체를 발굴하거나 기술 이전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 회사는 핵심 부품 협력사를 300㎞ 이내 위치하도록 해 물류비와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는 본사 기술진을 직접 파견하거나 상주시켜 신속한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엘리베이터 산업은 인공지능 관제 시스템과 초고속 이동장치 등 신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산업 특성을 감안해 코네는 협력 업체 신기술 개발비 확보를 위해 납품가를 무리하게 깎는 것을 삼가고 있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코네 구매 관리 부서가 먼저 조사에 나서 적정 납품가를 결정한다. 핵심 부품의 경우 경쟁 입찰을 피해 협력사의 출혈경쟁을 막는다. 대신 회계장부를 펼쳐놓고 협상할 만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상호 간 만족스러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코네는 협력사와 계약할 때 기간을 3~5년으로 명시해 일방적인 납품 중단을 지양한다. 계약기간 중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납품 관계는 지속되지만 장기간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이 없는 업체는 냉정하게 자른다. 협력 업체 역시 이미 납품한 부품이라도 결함이 발견되면 큰 손해를 감수하고 전량 리콜할 만큼 신의를 지킨다. 이같은 파트너십은 핀란드 내에서는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관계다. 핀란드 기업은 기업간 신뢰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깔려있다. 이는 인내와 정직을 미덕으로 여기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핀란드의 아너시스템(Honor system)에서 비롯됐다. 핀란드는 1155년부터 600년 넘게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에는 100년 동안 러시아 식민통치하에 있었다. 이때문에 상생만이 살 길이라는 민족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수도인 헬싱키 인구도 120만명에 불과해 어지간한 사업 파트너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탄탄한 협력 업체를 바탕으로 성장한 코네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우수한 기술력이다. 우리가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는 알고 보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기계다.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 한 대에는 윈치(권상기·밧줄을 감거나 풀어 탑승칸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치)와 비상정지장치·조속기·완충기·제동기·도어 인터록 등 100여개의 안전장치와 3만개 부품이 들어간다. 자동차 부품이 볼트까지 포함해 2만여개인 점과 비교해보면 승강기 구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처럼 많은 기계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 등 건물 옥상에는 이를 보관하기 위한 기계실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미관상 좋지 않고,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최초 개발 코네는 1995년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소형 에코디스크 머신(윈치)을 탑승차가 오르내리는 승강로 내부에 설치해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를 개발한 것. 이 기술의 개발로 불필요한 기계실을 없앨 뿐 아니라 건축비와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진 주로 기계실을 설치하기 곤란한 지하철 역사나 육교, 상업용 건물 등에 설치해 우리나라 승객용 엘리베이터 10대 중 1대만이 MRL승강기다. 그러나 기존 설비에 비해 50~60%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고, 제어성능은 물론 승차감도 뛰어나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 등에 설치되는 승강기 3만여 대 중 30% 이상이 MRL승강기다. 현재 전 세계 MRL승강기의 60%는 코네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코네는 지난 2004년 국내 업체인 수림 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서 한국 지사를 세우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성과 부진과 비용 감축 등을 이유로 생산공장을 중국 등지로 이전하면서 한국 지사는 설립 7년 만인 2011년 폐쇄됐다.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중국에서는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중국 전역의 주요 성을 연결하는 46개 고속 철도역사에 400대가 넘는 승강기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주택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매년 3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49만여대의 승강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에서 코네는 시장점유율 17%를 차지하며 1위 업체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최근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물 건축 경쟁이 벌어지면서 엘리베이터 업계 최대 화두는 더 빠르고 더 높이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코네 역시 2013년 엘리베이터의 이동거리를 기존 500m에서 1km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탄소섬유케이블 ‘울트라로프’를 개발하며 초고층 건물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 가닥의 탄소 섬유로 이뤄진 울트라로프는 혁대와 같은 모양으로 약 4mm의 두께, 4cm 너비의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는데, 고마찰 코팅을 입혀 기존 강철로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이 특징이다. 코네 측은 “2004년 기초실험을 마친 후 9년에 걸친 안전실험을 통해 품질을 안정화시켰다”고 밝혔다. 울트라 로프가 처음 설치된 곳은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제 3타워다.코네는 울트라로프를 내세워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들어서는 킹덤 타워의 엘리베이터 공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높이 3280피트(약 1km)에 달하는 킹덤 타워가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될 전망이다. 이전 기술로는 지상 500m 이상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없어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는 두 개의 엘리베이터로 연결돼있다. 때문에 최상층에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내려 한번 갈아타야만 한다. 헨릭 에른루스 대표는 “1km 이상 높이로 건설되는 킹덤 타워 내 805m를 오르내리는 더블덱 엘리베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가벼우면서 강하고, 빠르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코네의 기술력이 집약된 엘리베이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정연 기자

2015.10.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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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 (5)호텔업계]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CEO

애경과 대림산업은 호텔업을 추가해 기업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애경은 ‘유통·항공·호텔 삼각편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고, 대림산업은 ‘개발·시공·운영 통한 수익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애경그룹은 크게 화학(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 백화점(AKS&D·수원애경역사·평택역사), 부동산(AM플러스자산개발·AKasset), 항공(제주항공)으로 사업분야가 나뉜다. 최근 몇 년 새 그룹의 성장률은 연 1~3%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 사업들이 대부분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주항공이 그룹 매출을 받쳐주는 모양새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초 호텔 아벤트리 부산을 오픈한 데 이어 연말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을 개장하며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성장 동력이 부재한 애경그룹이 항공사업·유통사업과 가장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는 호텔사업에 진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한다. ━ 호텔업 연계로 주력사업 살리기 대림산업도 최근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신 성장 사업도 마땅치 않았다. 중동지역 건설현장에서 추가비용이 대거 발생하면서 지난해엔 매출 9조2961억 원, 영업 손실 2703억원이라는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5.47%, 2012년 4.74%에서 2013년 0.40%로 급감했다. 대림산업도 호텔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미 제주도에 그랜드호텔과 항공우주호텔, 강원도에 메이힐스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 비즈니스호텔 글래드호텔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호텔업 확장을 선포했다. 두 기업의 호텔사업 확장은 기업 성장의 활로를 찾기 위한 전략이다. 그룹의 주력사업을 살리기 위해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호텔업에 주목했다.애경의 호텔업 진출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지휘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경영 전체를 맡고 있는 그는 호텔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주위에서 ‘호텔업 진출이 다소 늦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룹 내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해 뛰어들었다. 제주항공에서의 학습효과도 호텔업 진출을 결정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05년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 설립 당시에도 거센 내부 반대에 부딪혔지만 채 부회장이 남다른 직관력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지난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내년에는 업계 최초로 상장 추진을 계획 중이다.애경이 지난해 12월 AK플라자 수원점 옆에 오픈한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은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로 287개 객실을 갖춘 특1급 호텔이다. 쇼핑몰과 수원역이 연결된 복합 역사 호텔로, 운영은 전문그룹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맡는다. 이로써 애경은 철도역사(수원역)와 백화점(AK플라자 수원점), 쇼핑몰(AK&), 호텔(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이 하나로 연결된 연면적 19만 4000㎡(5만8000평) 규모의 대형 랜드마크 ‘AK타운’을 완성했다. 그룹 관계자는 “수원역은 경기 남부 최대의 교통요지임에도 제대로 된 호텔이 없었던 만큼 단기간 내 핵심 요충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호텔 개장으로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백화점 AK플라자를 연계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대림산업도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에 그랜드호텔과 항공우주호텔, 강원도에 메이힐스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대림아이앤에스도 지난해 169실 규모의 세울스타즈호텔을 경매로 낙찰 받아 호텔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예전 대림사옥 자리에 오픈한 글래드호텔 여의도는 319객실에 8가지 인테리어로 구성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한국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헤리티지 온돌, 간단한 조리시설과 식사 테이블이 있는 글래드 하우스가 특징”이라며 “실용성과 친근함을 핵심 가치로 잡아 효율적인 공간과 실용적 기능, 합리적 가격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대림산업의 호텔사업 확장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2011년 대표 취임 후 대림산업을 시공회사에서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로 변신시키고 있다. 단순 시공보다 개발부터 운영까지 직접 책임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현재 대림산업의 호텔사업엔 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기획과 개발을, 삼호가 시공을, 오라관광이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디벨로퍼 역량과 닿아있다. 대림산업은 향후 석유화학 및 에너지, 호텔, 기업형 임대주택 등 3가지 분야를 주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글래드호텔 여의도는 디벨로퍼 사업의 표준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가도 기대감으로 긍정 평가 대림산업은 서울 시내에서 호텔 수요가 많은 강남, 마포, 을지로 등에 글래드호텔을 더 세울 계획이다.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 바로 옆 빌딩을 임차해 비즈니스호텔로 재건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올해까지 1차적으로 2000개 정도의 객실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4000객실의 호텔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에 이어 3위 규모다. 애경 또한 서울 홍대입구 근처에 AK&2호점과 특2급 비즈니스호텔(310객실)을 건설 중이다. 애경 관계자는 “5년 내에 3~4개 호텔 1500실 이상을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증권가에서는 애경과 대림산업의 호텔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BS투자증권은 “애경의 객실확보는 단순 외형 성장뿐 아니라 AK플라자와 제주항공 등을 연계한 상품개발이 가능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항공·호텔·유통사업이 기능적으로 이어지면서 여행과 쇼핑산업의 시너지가 기대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림산업의 호텔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2016년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실적 회복 외에도 개발·운영을 통한 지속적 성장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5.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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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꾼 ‘스마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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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주최, 지식경제부·JTBC 후원 ‘2013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 스마트·녹색·기술혁신 등 분야별 최고 기업 및 지자체 리더 22명 선정돼 월간중앙이 ‘2013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 수상자 22명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2월 17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상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무한경쟁 속에서 뛰어난 리더십으로 새로운 패러다임과 조직문화를 선도해온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에 수상한 리더 22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쉼 없는 혁신을 통해 탁월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2013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은 지난달 공적서를 제출한 응모자들을 서류 심사해 선정했다. 심사에는 류지성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장을 비롯한 산·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평가 기준으로는 리더십·조직문화·사회적 책임 이행 등이 포함됐고, 수상은 각 부문별로 진행됐다.우리금융그룹 내 첫 여성 CEO로 금융정보기술(IT) 전문가인 권숙교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는 2010년 세계 금융 IT 사상 처음으로 고객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데이터센터를 이전했다.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들의 빚을 감면해 주는 등 취약계층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 김영배 남도정보통신 회장은 초고속 광통신망과 이동통신망 구축 등 전문성과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다.박영근 VGX인터내셔널 대표는 체계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해 DNA백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워크스마트’와 ‘벤처정신’을 행동지표로 내세운 박원세 화인텍 대표는 조선·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2012년 3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보다 86% 늘렸다.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업의 특성을 잘 살린 사회공헌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철학 아래 경제·금융·재테크 교육 활동을 실시했다. 이상호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2010년 국내 화력발전회사 중 최초로 매출 5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에는 연간 매출 6조원을 바라보는 성과를 거둬 경영효율화에 앞장섰다. ‘친환경건축’을 실현시킨 이수석 보보스디앤시 대표는 “사람에게 맞는 집을 건축한다”는 지론으로 자재 선정부터 최종 마감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시켰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유연한 업무환경 조성과 꾸준한 사회적 공헌활동 등으로 법률전문 매체인 ALB(Asian Legal Business)가 선정한 ‘일하고 싶은 직장 1위’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정인수 동인기연 대표는 인체공학에 기반한 제품 개발 역량을 키워 세계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였다. 미래 핵심과제를 ‘글로벌 진출’로 정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동유럽·인도·동남아·중국 지역과 북·중·남미 쪽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2020년까지 글로벌 1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최기의 KB국민카드 대표는 ‘One 카드 전략’ 등 새로운 변화를 이끌며 전문카드사로 출범한 지 1년 만에 KB국민카드 점유율을 업계 2위, 은행과 카드사를 통틀어 체크카드 부문 1위로 올려놓았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농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균형 있는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설립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한국 농업인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경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해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일터로 가꾸는 ‘QWL(Quality of Working Life)사업’을 실시했다. 철도건설설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수행한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65개 철도역사 및 3개 차량기지의 태양광 설비 사업 등 녹색성장을 추진했다. 류화선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취임 6개월 동안 카지노 업계에서 수십 년 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어져 오던 각종 제도에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다.송명재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은 공단 안에 4년제 대학 과정의 계절학기를 신설하고, 고졸자와 지역주민 채용을 늘리는 등 인재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윤승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녹색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진행하며 개발도상국에 우리기업의 녹색기술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행정 CEO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찾아가는 이동시장실’ ‘시민참여학교’ 등을 운영함으로써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에 모범을 보였다. ‘세계육상대회(2011)’와 ‘전국체전(2012)’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그 여세를 몰아 세계 최대 에너지 분야 올림픽인 ‘2013 세계에너지총회’와 물 분야 최대 국제행사인 ‘2015 세계물포럼’을 유치했다.김성제 의왕시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기업인 데소 판매를 유치하고, 백운지식문화밸리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조성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지역사회의 성장동력은 ‘시민’”이라는 믿음 아래 직원들이 시민의 생활불편사항을 처리하는 8272 민원센터를 운영하며 소통창구를 넓혔다.류지성 심사위원장은 “훌륭한 리더는 어려운 때일수록 빛을 낸다”면서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역할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2012.12.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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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철도혁명’

산업 일반

승객들로 붐비는 열차 안에서 밤새 시달리는 고된 여정. 지난 수십 년 중국 철도여행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동독에서 설계한 열차들이 낡은 레일 위를 덜컹거리며 달렸다.하지만 중국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철도사업에 3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로 건설되는 2만km의 철도 중 1만3000km는 시속 350km 주행이 가능한 고속열차 용으로 설계된다.‘광활한 영토’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점점 좁아진다. 베이징에서 산시(山西)성의 성도인 타이위안(太原)까지 철도여행 시간은 이미 8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됐다. 또 1시간 가까이 걸리던 베이징~톈진(天津) 간 120km 구간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직전 27분으로 단축됐다.10시간이 소요되던 우한(武漢)~광저우(廣州) 구간도 몇 년 후면 3시간으로 단축된다. 얼마 전 20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된 상하이~베이징 구간은 4시간으로 더 단축된다. 그러면 중국의 2대 도시인 이 두 도시 간 철도여행이 처음으로 항공여행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또 베이징에서 남부 제조업의 중심지인 광저우(廣州)까지는 현재 20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된다(현재 버스로는 하루 반이 걸린다). 중국의 철도혁명은 여러 면에서 19세기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 건설이나 1950~60년대 미국의 주간 고속도로 개통에 비견된다. 위의 두 사회기반시설 사업은 각각 미국에 발전과 탐험, 무역의 길을 열어줬다.이전의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에게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 거리의 개념뿐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한계에 갖는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영국 요크대의 철도역사학 교수 콜린 디발은 “자신이 사는 땅덩어리를 가늠하는 마음속 지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광활한 영토와 많은 인구, 지역 분쟁의 역사를 고려할 때 중국의 고속열차 출현은 한층 더 큰 효과를 불러올 듯하다.지역 간 연결이 원활해지면 균형 있는 경제발전의 확산에 도움이 된다. 또 국가의 결속을 다지고 지방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보탬이 된다. 게다가 내분이 나라를 분열시켜 전국(戰國)시대처럼 수많은 소국이 패권을 다투는 양상을 띠게 될지 모른다는 최악의 예측이 실현될 가능성도 낮아진다.중국 지도부는 특히 철도 덕분에 서부 오지 지역 접근이 용이해지면 국가의 인재와 산업을 서부 빈곤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운동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현재 도시와 시골, 도시화 된 동부와 농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부를 갈라놓는 부(富)와 사회적 지위의 격차가 좁아지기를 기대한다.그러면 중국 정부가 꿈꾸는 ‘좀 더 조화로운 사회’의 실현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고속열차는 이미 당일여행의 개념을 확장시켰고, 시안(西安) 등 고립되고 낙후된 내륙 지역을 발전하는 국가 심장부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또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그리고 아직 자가용 자동차를 마련하거나 항공여행을 할 형편이 안 되는 수많은 중국인에게 손쉬운 여행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속철도는 항공여행의 절반 가격에 똑같이 빠른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고속열차는 또 사람들이 느끼는 중국 국토의 규모를 축소시킴으로써 중국이 경제발전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창조성과 새로운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상하이 퉁지(同濟)대 철도·도시대중교통 연구소의 시에웨이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교통은 중국 사회의 모든 국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중국 정부의 철도 부문 투자는 이미 일종의 미니 호황을 일으켰다. 상하이 북쪽 쑤저우(蘇州)의 기차역에서는 일단의 건설 노동자가 레일 위쪽 공중 높이 설치된 그물 작업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작업에 여념이 없다.이곳에는 곧 유리와 강철로 된 새 역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1950년대에 건축된, 승강장이 몇 개 안 되는 낡은 역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광저우, 상하이 등 다른 도시들도 빨라진 새 열차들을 맞을 근사한 새 역사를 건축할 계획이다. 철도 시장에 자신감을 가진 당국은 고속열차 생산 현지화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일례로 베이징~상하이 간 새 노선을 운행하는 열차 부품 85%를 국내에서 제작한다. 또 그보다 훨씬 더 큰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바로 소비자 지출 증대다.예를 들면 베이징 시민들은 물가가 싼 톈진(120km 거리) 같은 곳까지 기차를 타고 쇼핑을 가기도 한다. 편도 기차 요금이 8달러 50센트에 시간이 30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많은 중산층 시민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이들은 시간이 기차의 3배나 걸리는 버스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상하이 근처의 양쯔강 삼각주 지역이나 광저우부터 홍콩까지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은 곧 1시간 이내 교통권에 들게 됨으로써 지역 간 고른 발전을 꾀하는 중국 정부의 계획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또 기존에 4시간이 걸리던 상하이~난징(南京) 간 기차여행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75분으로 단축된다.패션업체 메이터스 방웨이, 신발업체 아오캉 등 많은 대규모 민영기업의 본거지인 남부 저장(浙江)성의 원저우(溫州)는 해안 산악지방이라는 지리적 약점 때문에 오랫동안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주요 항구인 닝보(寧波), 그리고 타이완의 집중 투자처인 푸젠(福建)성까지 연결되는 고속철도가 개통됐다.궁극적으로 홍콩까지 연결될 이 철도는 소규모 가내공업 도시에서 단기간에 대형 섬유·전자 산업 도시로 탈바꿈해 중국 부동산 투자의 중심이 된 원저우의 기업가 정신을 한층 더 북돋울 전망이다. 고속철도는 또 기존 철도의 수송용량에 여유를 줌으로써 물류의 병목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듯하다.상하이에 있는 소매·물류 컨설팅 업체 액세스 아시아의 대표 폴 프렌치는 중국 화물열차들이 석탄과 곡물 수송에 우선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많은 외국 업체들이 상품 수송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현재 여객철도에는 많은 돈이 투자되는 반면 화물철도의 투자는 부족하다.따라서 업체들은 가뜩이나 교통체증이 심한 고속도로 위로 과적(過積) 트럭들을 더 내보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여객철도 부문의 투자는 기존 철도가 화물 운송에 이용될 여지를 줌으로써 좀 더 효율적인 화물철도망 확보에 도움이 될 듯하다. 퉁지대의 시에 교수는 중국 정부가 2010년 말까지 새 화물열차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화물철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화물철도가 강화되면 중국 정부의 서부개발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듯하다. 이 정책은 지난 2000년 서부의 일부 빈곤 지역에서 동부 해안 지방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해 위험한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완화한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연결 교통편이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자격 있는 인재들이 서부 오지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바람에 별 진전이 없었다.고속철도는 이 모든 문제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중국 고대 왕조들의 수도였던 시안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위치 탓에 첨단 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이징에서 1200km 떨어진 이곳까지 기차로 가려면 지금은 10시간이 걸리지만 곧 4시간으로 단축된다.중국 정부는 또 동부 해안의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려고 중소도시 발전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정책 또한 고속철도의 덕을 볼 전망이다. 고속철도에는 빠르게 확산 중인 대도시의 경철도망이 포함된다. 경철도는 중심 도시에서 소규모 위성도시로의 이주나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의 통근을 장려하는 수단이 된다.좀 더 좋은 생활 환경을 원하는 퇴직자들도 소규모 위성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의 결속을 다진다는 고속철도 사업의 목표는 중국 정부에 예상 밖의 어려움을 안길 가능성도 있다. 일부 고속철도 구간은 인기가 매우 높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서서 가는 승객들도 많다.이런 승객들의 분노를 반영해 일부 언론은 국영 사업인 철도를 민간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다. 청두(成都)상보에 실린 한 기사에서는 ‘독점 체제가 자유경쟁 체제로 바뀌어야만 양질의 철도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역 간 이동이 용이해지면 인구이동을 철저히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호구(戶口)제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이 제도는 복지와 의료・교육의 권리를 출생지나 성인이 된 후 직장생활을 해온 지역으로 국한시킨다. 상하이의 뉴욕대 분교 책임자이자 중국 도시 발전 전문가인 밍증시에 따르면 요즘 중국에서는 과거의 행정구역을 벗어나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중국인들의 도시와 거리 개념이 바뀌어 간다”고 말했다.“요즘 상하이 시민들은 아파트 값이 싼 장쑤(江蘇)성 남부의 도시로 이주해 상하이까지 고속열차로 출퇴근(20~40분 소요)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많은 도시 거주자들이 원래 자신의 복지권이 있던 도시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밍증시는 이런 현상이 호구제도에 큰 부담을 줌으로써 종국에는 완전히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중국 정부의 전통적인 사회통제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다. 여행과 이동의 편리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의 앞날을 새롭게 내다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중국 관리들은 오랫동안 중국의 영토가 방대하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다수당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이런 사고는 수세대 동안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이웃 마을까지 가는 데 한나절이 걸리고,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전화를 걸려면 4시간이 걸리던 나라에선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하지만 중국인들이 국토가 점점 좁아진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이상 그런 장애 역시 사소해 보이지 않겠는가? 고속철도는 실제로 중국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계획했던 방식대로는 아닐지도 모른다.

2009.11.17 11:03

6분 소요
떠오르는 신세대 건축가들

산업 일반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은 올해 초 ‘현장: 스페인의 새로운 건축 양식(On-Site: New Architecture in Spain)’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다. 스페인이 현대 건축 디자인의 온상임을 보여준 전시였다. 물론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헤르초크&드뫼롱, 장 누벨 같은 저명한 대가들의 첨단 건축물도 전시됐다. 그러나 건축 문화 저류에 흐르는 미묘한 변화의 기운도 감지된 자리였다. 전위적인 대가들의 작품 근처에서는 도발적인 작품 수십 점도 보였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진취적인 스페인 건축가들의 작품들이었다. 카나리아 제도의 우에르만 단지를 보자. (카사리에고와 게라도 참여한) 아발로스&에레로스의 작품이다. 아래 부분에는 캔틸레버(기둥 없이 수평으로 걸쳐진 구조물)가 있고, 꼭대기에는 경사가 나있는 놀라운 탑이다. 혹은 산초-마드리데요스 팀의 아름다운 바예아세론 성당을 보자. 스위스의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제의 롱샹 성당을 21세기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다른 유럽 국가의 신예 건축가들도 소개됐다. 예컨대 베를린 출신의 위르겐 마이어 H는 세비야의 고대 로마 유적지를 거대한 버섯 모양의 덮개로 뒤덮을 계획이다. 루이스 캐럴(‘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저자)과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상상력을 합쳐 놓은 듯한 작품이다. 또 런던에서 활동하는 부부 건축가 그룹 ‘FOA’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 해변에 지은 매력적인 극장 건물(포장도로에서 공중으로 급상승하는 모양의 석조 단일체 구조물)은 중력에 도전하는 듯하다. 차세대 건축가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에너지와 경이로움은 세계 건축 예술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스타 건축가(starchitect)’의 시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게리(77)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쁘다. 최근 그는 LA에 예상 비용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주상 복합단지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보석류 등 다른 상품들의 디자인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와 동시대 사람인 브라질의 모더니즘 건축가 파울루 멘데스 다 로차는 최근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누벨은 오는 6월 두 개의 주요 건축물 제막식을 갖는다. 미니애폴리스의 거스리 극장과 파리의 뮈제 뒤케 브랑리 미술관이다. 그리고 노먼 포스터(세계 최대의 ‘스타급’ 건축 회사를 소유했다) 같은 건축가들은 여전히 세계적인 건축 프로젝트에 독보적인 기술을 적용한다. 그러나 반동의 조짐도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지은 값비싼 타워형 아파트(지난 몇 년간 택지 개발업체들의 사랑을 받았다)에 저항하는 흐름이 시장에서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일부 문화기관의 관재인들은 자기 주장이 강한 거물급 건축가들과 함께 작업할 경우 일이 복잡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한 디자인 컨설턴트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 쪽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마찬가지의 건물을 짓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최초의 건물, 개성 있는 건축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거물 건축가들의 작품은 이제 개성적이지 않다.” 진지한 건축물을 추구하도록 거장들이 만들어냈던 분위기는 이제 차세대의 첨단 작품을 갈망하도록 부채질한다. 그래서 신세대 건축가들이 주목받는다. 그들이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원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디자인뿐만 아니다(그들은 대가들을 흉내 내는 듯한 스타일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작업 방식 자체가 다르다. 신세대는 자주 공동작업을 하며, 건축과 조경·도시계획·미술 사이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 때가 많다. 또 문화의 경계선마저 쉽게 넘나들며 협업을 한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리의 경우를 보자. 그는 뭄바이 출신의 동료 건축가 카필 굽타와 팀을 이뤄 카타르의 초현대적 상가 건물을 설계했다. 또 중국 태생의 마옌쑹과 일본 태생의 하야노 요스케가 팀을 이룬 MAD도 있다. 이들은 주로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활동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광저우(廣州)와 몽골에서 작업하며, 최근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대규모 건축 공모전에서 우승했다. MoMA의 스페인 전시회 큐레이터인 테렌스 라일리는 “영웅적인 거장들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소장 건축가는 이상화된 형태에 집착하기보다는 디자인과 탐구 과정을 강조한다. 그런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거장 렘 쿨하스와 로테르담에 있는 그의 건축회사 OMA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뉴욕 건축가 연맹 회장인 로살리 제네브로는 이렇게 말했다. “신세대는 좀 더 융통성 있고 실용주의적인 듯하다. 이론이나 작품의 의미 등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문제 해결 지향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에게 컴퓨터는 영감의 원천이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환경이나 사회 문제를 작품에 반영한다. 유럽의 젊은 건축가들은 정부 지원 프로젝트의 풍부한 자금력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런 프로젝트에서는 공모전을 통해 작품을 선정한다. 이런 공모전 중 하나인 유로판(Europan)은 40세 미만 건축가에게만 참가가 허용된다. 특히 네덜란드는 혁신적인 디자인(건축뿐 아니라 일반 상품과 의상 패션에서도)을 창출하는 비옥한 토양 역할을 해왔다. 유엔 스튜디오 같은 건축회사는 그런 역할의 효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이 회사의 작품이다.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들어 화려한 빛을 반사하며 유선형 스포츠카 같은 곡선미를 보여준다. 네덜란드의 소규모 건축회사 워터스튜디오는 물 위에 떠다니는 주택을 실험적으로 설계한다(지구 온난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환경이 건축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스위스의 건축 회사 기곤/기어의 단단해 보이는 건축물은 험준한 알프스산맥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외관상으론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강력한 견고성과 예상 밖의 정교함이 보인다. 런던의 신세대 건축계도 좀 더 떠들썩한 예술계와 더불어 뜨겁게 달아오른다. FOA는 일본 요코하마의 페리 선착장을 설계해 처음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 건물은 급경사를 이룬 다층 구조의 급진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아자예는 우아하고 절충주의적인 디자인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탄자니아 태생의 아자예는 멋진 사람들(예컨대 영화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멋진 저택을 지었다. 지금은 세계적 건축가 명단에 단골로 오른다. 이는 오슬로의 낡은 철도역사를 매력적인 노벨 평화 센터(지난해 여름 개관했다)로 변모시킨 덕분이다. 아자예는 중국에서도 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기야 요즘 중국에 진출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중국 건축가들은 정부 산하의 대형 기관에 소속돼 일하는 경향이 있다. 그곳에서 거국적인 건축 붐을 충족시키는 평범한 설계안들을 양산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소규모의 젊은 전위 건축가 집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큰맘 먹고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해외에서 공부했거나 외국인 회사에서 일했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빌라주택이나 미술관을 설계하는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베이징과 선전의 우르바누스, 그리고 상하이의 MADA s. p. a. m. 같은 건축회사들은 요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현대적이면서도 중국적인 스타일을 개발한다. 신세대 건축가 집단의 대부이자 1993년 중국 최초로 개인 스튜디오를 설립한 영호창(50)은 “정말로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건축할 기회뿐만 아니라 현대 중국 문화 형성에 기여할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학과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정기적으로 오간다. “개발과 보전을 모두 중시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베이징에 21세기형 복합 정원주택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전통적인, 하지만 급속히 사라지는 시내 골목길(hutong)에서 흔히 보는 가옥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유럽과 달리 공공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세대 이동의 조짐이 보인다. 하디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안도 다다오 같은 세계적 거장들을 고용하는 각종 문화 단체들은 최첨단 설계를 선호하는 흐름을 주도해왔다. 그런 흐름이 이제는 젊은 전위 건축가들에게로 확산된다. 일부 소규모 미술관은 신세대 건축가들이 현대적 소장품과 고객들의 취향에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만든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미시간주의 그랜드 래피즈 미술관은 캘리포니아의 건축회사 wHY를 고용했다. wHY는 신선한 매력과 함께 노련함을 보여주는 두 명의 젊은 건축가들이 2003년 설립한 회사다(그중 한 명인 태국 태생의 쿨라팟 얀트라사스트는 안도 다다오의 일본 오사카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미술관 설계 작업을 많이 맡았다). 그리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브래드 클로필, 혹은 시카고의 잔 갱 같은 지방 건축가들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간다. 젊은 건축가들은 신기술과 급변하는 세계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모험심은 말할 필요도 없다)이 매력의 요체다. 네덜란드 건축 연구소를 이끄는 평론가 아론 베츠키는 오늘날에는 순수 건축을 넘어서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프로젝트 중심의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현대인들은 제2의 프랭크 게리보다는 제2의 i팟 같은 첨단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 첨단이란 무엇일까?” 오늘날의 창의적인 젊은 작가들은 그 답을 찾으려고 건축의 외연을 넓히느라 여념이 없다. 장병걸 cbg58@joongang.co.kr

2006.06.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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