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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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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 시즌1 2차 업데이트 실시

IT 일반

넥슨은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신작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The First Descendant)’의 시즌1 ‘침공(INVASION)’ 2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11일 밝혔다.먼저, 신규 ‘계승자(캐릭터)’로 ‘얼티밋 프레이나’를 선보인다. ‘얼티밋 프레이나’는 한층 더 강화된 버전의 ‘프레이나’로, 신체적 부담을 완화하는 중화학 통제복 설정의 ‘악몽의 지배자’를 착용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이와 함께 다양한 신규 ‘모듈’을 도입했다. ‘얼티밋 프레이나’ 전용 ‘모듈’로 중첩될수록 총기 공격력이 증가하며 최대 중첩 도달 시, 총기 치명타율이 추가 상승하는 ‘독성 혼합물’과 스킬 위력을 증가시키고 적에게 독 속성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맹독 투여’를 추가했다. 또한, ‘헤일리’ 전용 ‘모듈’로 전용 무기 사용 시, 약점 배율을 증가시키는 ‘초냉각 카이퍼탄’과 ‘극저온’ 효과를 가진 적 사격 시, 추가 광역 피해를 입히는 ‘극저온 환산탄’을 업데이트했다.뿐만 아니라 신규 보스와 신규 궁극 무기를 새롭게 추가했다. 신규 보스 ‘데스스토커’는 어둠 속에서 생명체를 추적하고 독성 공격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처치 시 다양한 효과를 제공하는 ‘왜곡된 집념’과 ‘침략자’ 외장 부품 세트, 신규 궁극 무기 ‘서리 감시자’ 도면을 획득할 수 있다. 신규 궁극 무기 ‘서리 감시자’는 정찰 소총으로, 일정 거리 이상 적에게 치명타 적중 시 적의 ‘냉기 속성 저항력’을 감소시키고 약점 명중 시, 자신의 ‘냉기 속성 스킬 위력’을 증가시킨다.최상위 난도의 ‘400% 침투 작전’도 선보였다. ‘침공’ 이벤트가 발생한 침투 작전에서 ‘400%’ 옵션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으며, 다른 던전에 비해 많고 강력한 몬스터가 연속적으로 등장해 전투의 재미를 강화했다. ‘400% 침투 작전’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전용 재화 등 더욱 풍성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이 밖에도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상인 ‘ETA-0’가 나타난다. 알비온에 매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등장하고 계승자 도면과 재료 아이템 등 매주 다른 상품을 선보이며, ‘400% 침투 작전’ 보상과 무기 도면으로 바꿀 수 있는 ‘ETA 교환증’으로 품목을 구매할 수 있다.넥슨은 이번 업데이트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30일까지 ‘핼러윈 접속 이벤트’를 통해 주차 별로 게임에 접속하면 핼러윈을 연상시키는 ‘소셜 모션’을 받을 수 있다. 또한, 31일까지 ‘계승자 초대 이벤트’를 통해 신규 복귀 유저 초대 시 성장 재료인 ‘결정화 촉매’와 ‘에너지 활성체’를 선물한다.시즌1 ‘침공’ 2차 업데이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퍼스트 디센던트’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10.11 17:06

3분 소요
조용한 ‘빼빼로데이’에 속타는 롯데제과…‘연말 대목’도 사라질까

산업 일반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제과가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데이 참사에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자 처음으로 빼빼로데이 관련 마케팅을 취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 1년에 1000억 버는 빼빼로…“마케팅 중단 영향 없을 순 없어”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 관련 TV 광고와 SNS 마케팅 등을 전면 중단했다. 다만 유통사에서 진행하는 빼빼로데이 관련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거의 매년 진행해왔던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사회 애도 기간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안 하게 됐다”며 “저희는 납품사다 보니 유통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와는 관련이 없어 유통사 행사 등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빼빼로 매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롯데제과가 빼빼로 마케팅 취소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빼빼로가 지난 38년간 거둔 누적 매출액을 추정하면 1조8500억원에 달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빼빼로 단일 상품이 벌어들이는 매출액이 1년에 1000억원 정도 된다”며 “이태원 참사로 인한 마케팅 중단으로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롯데제과의 빼빼로 매출은 1257억원으로 2019년 1030억원 대비 22%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빼빼로는 빼빼로데이인 11월 11일 전후로 매출 차이가 크게 난다. 2020년 하반기 빼빼로 매출은 883억원으로 상반기 373억원보다 2배 이상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제과는 거의 매년 TV 광고나 SNS 등을 통해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TV 광고에는 ‘빼빼로 프렌즈’라는 자체 캐릭터 10종류를 빼빼로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빼빼로데이 때마다 볼펜·고데기 등 다양한 굿즈도 선보였다. SNS에서는 빼빼로데이 관련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대목 중 하나인 빼빼로데이를 공략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었다. 빼빼로와 비슷한 모양의 스틱 과자 ‘포키(Pocky)’를 만드는 해태제과도 올해는 관련 마케팅에 대한 계획이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국가 애도 기간에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할 순 없다는 판단에 올해는 따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 편의점도 발주 제품 판매만…연말까지 소비 심리 위축 우려 편의점 등 유통사들은 이미 빼빼로 발주가 완료된 상황이라 판매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관련 행사는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CU 관계자는 “국가 애도 기간으로 소비 심리 자체가 위축되기도 했고,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최대한 차분한 분위기에서 상품 판매만 진행할 예정으로 마케팅과 판촉 행사도 올해는 진행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상품 발주가 한 달 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상품 판매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정도로만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GS25측도 판매는 진행하지만, 대외적인 마케팅은 따로 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세븐일레븐도 빼빼로데이 이전에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평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마케팅적인 요소는 최대한 자제하고 관련 프로모션도 진행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빼빼로 예약발주가 이미 진행돼서 판매는 하지만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크리스마스와 연말까지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이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데이를 포함한 기념일 관련 상품 수요가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평보다 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애도 기간에 맞춰 상품 판매는 하되 마케팅은 축소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 연말까지 관련 영향이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1.04 11:11

3분 소요
‘해골 젤리’에 ‘피흘리는 버거’…1년에 한번 ‘핼러윈 한정판’ 눈길

산업 일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핼러윈 데이를 3일 앞두고 한정 상품을 앞세운 식품·외식업계 마케팅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14만원짜리 버거’로 화제를 모은 고든램지 버거는 핼러윈 테마의 신메뉴 ‘고스트버거’를 오는 31일까지 판매한다. 캐치테이블 선착순 예약을 통해 하루 5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가격은 5만3000원으로 알려졌다. 한우 2+등급 패티가 들어간 고스트버거는 오징어 먹물을 사용한 검은색 브리오슈 번과 빨간 비트 피클로 핼러윈 감성을 담았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14일 핼러윈 한정 메뉴인 ‘포켓몬 몬스터볼 피자’를 출시했다. 유명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몬스터볼을 형상화한 피자로, 핼러윈 당일인 31일까지 한정 판매된다. 도미노피자는 제품 출시를 맞아 포켓몬 핼러윈 홀로그램 카드 증정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포켓몬 핼러윈 홀로그램 카드는 포켓몬 몬스터볼 피자를 포함한 모든 피자를 온라인 방문 포장 주문한 19세 이상 성인 회원들에게 선착순 증정되며, 재고 소진 시 이벤트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도미노피자는 요일별 포장 특가 프로모션도 오는 31일까지 진행한다. 이 프로모션은 온라인 방문 포장 시 도미노피자의 대표 인기 메뉴인 ‘포테이토 피자(L)’, ‘블랙 타이거 슈림프 피자(L)’, ‘베스트 콰트로 피자(L)’ 3종을 요일별로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단 설명이다. 스타벅스는 ‘블랙글레이즈드 라떼’, ‘핼러윈 초코 헤이즐넛 프라푸치노’, ‘핼러윈 매직 유스베리티’ 등 핼러윈 한정 음료 3종을 새롭게 출시하고 다음 달 1일까지 핼러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프리미엄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는 핼러윈 데이를 기념해 스쿨푸드 롯데월드점에서 호러 콘셉트로 개발한 ‘블러드 매운돈까스’와 ‘크런치블러드 맥주콤보’ 2종 시즌 신메뉴 출시했다. ‘블러드 매운돈까스’는 바삭하게 튀긴 왕 돈가스에 매콤한 소스를 함께 제공해 새빨간 피를 표현했고, 맥주와 감자튀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크런치블러드 맥주콤보’는 스포이드에 담긴 케첩으로 호러 콘셉트를 완성했다. 오리온은 핼러윈을 맞아 강렬한 맛과 모양을 특징으로 하는 ‘블러디 비틀즈’, ‘핵아이셔’ 신제품 2종과 ‘해골 젤리 박스’, ‘핼러윈 파티팩’ 온라인 전용 선물세트 2종을 한정 판매한다. 블러디 비틀즈는 체리콜라맛에 빨간색 츄잉캔디를 검은색으로 코팅하고 패키지 디자인에는 뱀파이어 캐릭터를 넣는 등 핼러윈 분위기를 담았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31일 핼러윈이 이제는 국내에서도 데이 마케팅으로 자리 잡은 만큼 식품업계들의 다양한 한정 상품 등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0.28 15:00

2분 소요
‘MZ세대’ 명절 잡아라...유통가, ‘할로윈 특수’ 노린다

유통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첫 ‘핼러윈 데이’를 맞아 유통가들이 할로윈 특수 잡기에 나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0월 31일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주요 유통기업들이 다양한 제품과 이벤트를 통해 고객 맞이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슈퍼 핼러윈’을 테마로 오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약 한달 동안 백화점을 거대한 핼러윈 파티 성지로 변화시킨다. 특히 영국의 유명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과 함께 ‘슈퍼 핼러윈’ 테마의 비주얼을 제작하고 백화점 외벽뿐만 아니라 식품관, 출입문, 디스플레이 존 등을 꾸며 백화점 곳곳에서 핼러윈 파티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먼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잠실 롯데월드몰에서는 10월 18일부터 31일까지 팝업스토어 운영과 함께 다양한 퍼레이드와 공연 이벤트를 선보인다. 우선 핼러윈 팝업스토어에서는 ‘위니비니’와 ‘러쉬’가 참여해 핼러윈 젤리와 초콜릿부터 호박 바구니, 배쓰밤 등 핼러윈 테마 한정 상품을 선보인다. 특히 팝업스토어 판매 직원들도 핼러윈 코스튬과 마스크를 착용하여 핼러윈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또한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 존을 구성하고 ‘벌룬놀이터’, ‘포토박스’, 그리고 ‘핼러윈 페이스 페인팅&타투 체험 등을 운영한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은 오는 30일까지 '핼러윈 캐릭터 유니버스'를 진행한다.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은 미국의 클래식한 펌킨 농장을 콘셉트로 공간을 연출하며, 이스트(EAST) 광장에는 6m 규모의 대형 고스트 더쿠 조형물을 설치했다.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에서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와 함께 10월 한 달간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할로윈 컨셉의 팝업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빌리프 세계관에 등장하는 주요 장소와 캐릭터가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곳곳에 구현됐다. 중앙광장에는 빌리프의 캐릭터 13 종을 만나볼 수 있는 5M 규모의 대형 포토존이 조성되어 있고, 4가지 테마의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은 빌리프 유니버스 스토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빌리프 유니버스 제페토 월드에서도 해당 팝업 전시가 동시에 진행돼 메타버스 상에서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핼러윈 파티용품도 속속 나온다. 아성 다이소는 핼러윈 파티를 겨냥해 파티용품·캠핑용품·캐릭터 용품 등 총 200여종 상품을 선보인다. 파티용품은 실내 공간에서 핼러윈 파티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핼러윈 프린팅 파티 커튼'과 '핼러윈 박쥐 호박 커튼' 등을 판매한다. 코스튬 용품은 아동용, 성인용, 반려동물용 등으로 구성해 온 가족이 핼러윈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 캠핑용품은 캠핑램프, 장식용품 등으로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할로윈 데이는 MZ세대 고객들과 어린 고객들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로 받아들여지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주요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며 “엔데믹 이후 첫 할로윈인만큼 다양한 이벤트뿐만 아니라 상품 할인 행사도 함께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0.13 18:30

2분 소요
“러버덕 인증샷 찍으러 갈까”…온라인에 뺏긴 소비자 ‘캐릭터’로 끌어온다

산업 일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면서 유통업계가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이며 소비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관련 굿즈나 협업 제품으로 부가적 수입이 발생하기도 하고, 캐릭터를 통한 브랜드인지도 확보와 사업 다각화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어 캐릭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로 불리는 업체들이 캐릭터 사업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29일 석촌호수에 ‘러버덕’을 설치했다. 러버덕은 2014년 석촌호수에 처음 설치돼 한 달 동안 5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고, 8년 만에 재설치된 러버덕을 보기 위해 사흘 만에 벌써 7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되며 핼러윈 콘셉트의 러버덕도 세계 최초로 롯데월드타워와 몰에 전시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0~21일 이틀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관광명소 ‘피어17’에 15m 크기의 초대형 ‘벨리곰’을 전시하는 ‘어메이징 벨리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공공전시 성공을 기반으로 최초로 해외 전시를 기획해 글로벌 시장까지 노린 것이다. 행사에서는 ‘피어17’, ‘타임스퀘어’ 등 뉴욕 유명 관광지에 ‘벨리곰’이 출연하는 ‘깜짝 카메라’ 이벤트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벨리곰’은 120만 명의 SNS 팬덤을 보유한 인기 캐릭터로, 콘텐츠 누적 조회 수 3억 뷰를 돌파했다. 지난 4월 325만 명 이상이 방문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공전시로 국내 초대형 캐릭터 전시 붐을 일으킨 이후 국내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전시, 팝업 스토어 등을 진행해 왔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1주년을 맞아 옥상정원에 17m 크기의 ‘푸빌라’를 설치했다. 신세계는 대표 캐릭터 푸빌라뿐 아니라 너구리, 여우 등을 닮은 푸빌라의 친구들까지 다양한 조형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했으며 스크린을 통해 푸빌라의 탄생 스토리, 푸빌라 NFT 이미지를 감상하고 관련 캐릭터 상품도 함께 구매할 수 있게 꾸몄다. 지난 2017년 처음 공개된 ‘푸빌라와 친구들’은 곰과 너구리, 여우 등에서 영감을 받은 신세계백화점의 대표 캐릭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9년 자체 캐릭터 ‘흰디’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4월과 7월 전국 16개 백화점 지점과 아웃렛 8개점에 ‘월리’를 등장시켰다. ‘월리를 찾아라’를 테마로 백화점 내부를 꾸미고, 백화점 중앙에 13m 높이의 월리와 백화점 곳곳에 캐릭터 조형물 100여 개를 설치했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4월 이틀간 진행됐던 ‘월리를 찾아라’ 이벤트에는 총 3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식품업계에서도 캐릭터 관련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신제품 소주 ‘처음처럼 새로’를 선보이면서 ‘구미호’를 재해석한 캐릭터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구미호 캐릭터를 제품 전면에 내세워 기존 소주 제품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주기 위한 전략이란 게 롯데칠성음료 측의 설명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9월 20일 자체 제작 캐릭터 ‘야쿠’를 선보였다. 야쿠는 자사 스테디셀러 제품인 ‘야쿠르트 라이트’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야쿠를 활용해 나들이 용품이나 골프 드라이버 커버에 적용하는 등 생활 밀접형 제품으로도 출시될 계획이다. 캐릭터 기반 IP(지적재산) 사업 확장에도 나설 것이고, 또 최근 3집을 발매한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와 함께 야쿠를 내세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와의 소통에 힘쓰겠단 설명이다. 유통업계가 캐릭터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이후 야외 공간을 활용한 이벤트를 열고 전시회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으로 옮겨갔던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리 두기가 2년 만에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면서 업계도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장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 ‘캐릭터’를 활용한 팬덤 강화라고 보고, 온라인으로 옮겨 간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앞으로 더 많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0.09 08:00

3분 소요
결국은 기-승-전-‘좀비’?

산업 일반

최고 인기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와 ‘왕좌의 게임’ 시즌8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서로 비슷해져 좀비와 높다란 장벽, 석궁으로 무장한 전사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들의 공격으로 실존적인 위협이 닥치면서 모든 인간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승자가 독식하는 한판 대결을 치른다. 거기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을 무참히 죽이는(그랬다가 가끔씩 다시 살려내는) 제작자의 냉담한 무신경도 더해진다. 10월 22일 미국 케이블 TV 채널 AMC에서 시즌8이 시작된 ‘워킹 데드’는 마치 제작 비용을 적게 들인 ‘왕좌의 게임’처럼 보인다.‘워킹 데드’는 2010년 핼러윈 데이 밤에 처음 방영된 이래 미국 케이블 TV 역사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케이블 TV 채널 HBO에선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그 이래 ‘왕좌의 게임’은 2000년대 초에 대히트한 ‘소프라노스’를 밀어내고 프리미엄 케이블 TV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리즈로 등극했다. 첫 몇 년 동안 ‘워킹 데드’와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에 뿌리를 둔 드라마라는 사실, 또 팬이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워킹 데드’는 문명이 멸망한 뒤 미국 남부를 무대로 펼쳐진 현대극이다. 반면 ‘왕좌의 게임’은 철기 시대의 영국을 어렴풋이 닮은 허구의 왕국 웨스테로스를 배경으로 한다. ‘왕좌의 게임’에선 은밀한 동맹, 사창가, 얽히고설킨 왕족 혈통, 거인, 용, 가상언어 ‘도스라키’가 등장한다. ‘워킹 데드’의 플롯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뭉쳐서 좀비에게 물리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전부다.두 드라마 사이에 피상적인 유사성은 처음부터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석궁은 다른 드라마에선 잘 볼 수 없지만 ‘워킹 데드’에선 데릴(노먼 리더스)이 가진 필살의 무기이며 ‘왕좌의 게임’에선 가학적인 소년 왕 조프리(잭 글리슨)의 장난감이자 그의 삼촌 티리온(피터 딘클리지)의 살인 무기다.‘워킹 데드’의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중 하나인 글렌(스티븐 연)은 한 에피소드의 끝에서 좀비 떼 속에 떨어졌지만 다음 에피소드엔선 멀쩡하게 살아서 다시 등장했다(채식만 하는 좀비가 있었던가?). ‘왕좌의 게임’에서도 여러 캐릭터가 단검에 찔리고 물에 빠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고대 그리스극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는 기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에서 이 두 드라마는 완전히 하나가 되려고 근접하기 시작했다. 시즌6 이래 ‘워킹 데드’에선 보안관 릭과 그를 따르는 대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 사악한 파시스트 세이비어 일당이 등장하면서 좀비들은 상대적으로 조연 역할로 밀려났다. 한편 ‘왕좌의 게임’에선 좀비인 화이트 워커 대군이 윈터펠을 침공하는 동안 라니스터 가문과 타르가르옌-스타크 가문이 동맹을 맺으며 동상이몽에 빠진다.두 드라마는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무자비한 통치자를 찾는다고? ‘워킹 데드’에 역대 최고 악당 네간이 있다면 ‘왕좌의 게임’엔 세르세이 여왕이 있다. 나서기 싫어하지만 단호하고 진실한 지도자는 어떤가? ‘워킹 데드’의 릭 보안관과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선량한 거인 전사? ‘워킹 데드’에선 에이브러햄 병장, ‘왕좌의 게임’에선 토르문드가 그렇다. 검을 휘두르는 거친 여전사를 찾는다면 ‘워킹 데드’의 미숀과 ‘왕좌의 게임’의 브리엔이 닮은 꼴이다.두 드라마 모두 ‘파시스트 vs 자유의 투사 vs 좀비’라는 삼위일체를 기본 구도로 한다. 좀비는 자연적인 힘이며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들에겐 배신 같은 갈등은 없다. 하지만 영웅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엔 누가 승리할까? 각 드라마의 파시스트와 자유의 투사들이 너무 늦기 전에 좀비에 맞서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오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마라. 두 드라마 모두 시즌8이 오고 있다.-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

2017.11.06 15:33

3분 소요
양극성 장애아 맥스 가족의  ‘작은 행복’

산업 일반

맥스 블레이크는 일곱 살 때 처음 자살을 기도했다. 장난감을 친구들에게 유산으로 남긴다는 내용의 유서 4쪽을 남기고 1층 침실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1.8m 아래의 뒤뜰에 떨어졌지만 찰과상을 좀 입었을 뿐 대체로 멀쩡했다. 어린이들은 죽음의 의미를 잘 모른다. 이는 맥스가 남긴 유서의 마지막 쪽에도 잘 나타나 있다. 첫 문장이 “내 손자가 태어날 때까지 살아 있다면”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불행하다는 게 무엇인지는 안다. 최근 어느 월요일 오후 2시 15분, 이제 10살이 된 맥스의 상담교사가 아이 엄마 에이미를 호출했다. 맥스가 스쿨버스를 타고 귀가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엄마가 학교로 달려가자 맥스는 당초 소환의 원인이 됐던 메모를 엄마에게 건넸다. 그 메모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로 시작됐다. ”나는 정말 슬프고 우울하고 나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요. 엄마 아빠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죽고 싶어요. 정말 슬프지만 도움을 받아서 다시 행복해지고 싶어요. 내가 그렇게 기분이 나쁜 이유는 밤에 잠이 안 오기 때문이에요. 아빠는 밤이 되면 내게 자라고 마구 고함치지요.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요. 잠을 통제하는 건 내가 아니에요.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니라고요. 정말로 정말로 도움이 필요해요. 사랑하는 맥스로부터!!!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이것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어린 아들이 등장하는 가족 드라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공포물에 가깝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등장인물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나중에 후회할 말을 하고 행동을 한다. 그 모든 고통의 원인은 양극성 장애다. 조증과 울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정신질환이다. 어떤 부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의사는 어린이에겐 없다고 믿으며 거의 모두가 백안시하는 정체불명의 질병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애정물이기도 하다. 부모가 합심하고 아이가 더 잘하려고 노력하며 교사·의사·친구들이 도우려 애쓴다. 맥스 블레이크네 가족은 다른 가족과 공통점이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한가족이다. 1997년 10월 31일 그들의 아들이 세상에 나서 첫울음을 터뜨린 후 에이미와 리치 블레이크에게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맥스는 심장에 구멍이 뚫린 채 세상에 태어났다. 세상에 나오려 발버둥치는 동안 산소결핍 증세를 보여 의사들이 황급히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에이미는 회복실에 있으면서 아기도 수술을 받아야 하나 걱정이 컸지만 의사들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나흘 뒤 부부는 아기를 데리고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의 작은 집으로 왔다. 해병대 출신인 리치는 카운티 교도관으로 일했다. 에이미는 인근 보스턴에 있는 한 회사의 전도유망한 이혼 전문 변호사였다. 리치와 에이미 모두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했지만 두 사람은 잘 어울려 살았다. 에이미는 두 사람이 활짝 웃는 커다란 결혼사진을 거실에 걸었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조부모가 멀리 떨어져 살아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에이미에게 허용된 출산휴가는 3개월뿐이었다. 그래도 맥스와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리라 믿었다. 양극성 장애아의 엄마들은 아기가 태어날 때 비명을 지른다고 종종 말한다. 이 아이들의 삶은 극과 극을 달린다. 너무 흥분해서 말을 두서없이 내뱉는가 하면 어떤 때는 우울해 하며 입을 열지 않는다. 양극성 장애를 가진 성인들과 달리 어린이들은 감정 변화가 빠르다. 때로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듯할 때도 있다. 미국에선 최소 80만 명이 넘는 아이가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중엔 오진도 포함됐을 수 있다. 이 병은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두뇌 회로가 뒤엉켰지만 그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약은 많지만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약효가 전혀 없을 때도 있고 정상적인 두뇌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런 약이 어린이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된 바도 없다. 그러나 이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환자 중 10%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부모에게 주어진 두 개의 선택지는 모두 고통스럽다. 나쁜 결과를 감수하고 아이의 병을 치료하든가 아니면 치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나쁜 결과를 감수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불확실성과 고통은 피하지 못한다. 맥스가 태어날 때 에이미는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아기를 키우기가 힘들 것이란 사실만 알았다. 맥스는 밤에 깊게 잠이 들지 못했고 에이미도 밤잠을 설쳤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몇 시간씩 그치지 않았다. 요람에 머리를 박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악을 쓰며 울어댔다. 젖을 물려도, 안아줘도, 공갈 젖꼭지를 물려도 소용이 없었다. 맥스가 울며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어가는 동안에도 산통(疝痛)이나 배에 가스가 찼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진이 빠지고 얼이 나간 채로 그녀는 농담을 했다. 아기가 핼러윈 데이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거나 출산 전 내가 매운 닭날개를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는 어린것이 어떻게 그렇게 사람의 혼을 빼놓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1년 뒤 그런 농담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맥스는 10개월 때 걸음마를 하고 12개월째엔 문장으로 말하면서 발달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아갔지만 아동 양육서에서 묘사하는 아기들과는 달랐다. 뒤뜰에서 땅바닥에 내려놓으려 하면 아빠의 품에 바짝 매달렸다. 맨발바닥에 닿는 잔디의 감촉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목욕을 시킨 뒤 환풍기를 틀면 양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13개월째는 장난감 트럭 수십 개를 같은 방향으로 정렬해 놓고는 엄마가 그중 하나를 건드리면 “자신의 팔이 잘려 나간듯” 악을 썼다. 어린이집 교사와 친구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아무런 이유나 경고 없이 잇자국이 또렷하게 남도록 사람을 물었다.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법 없이 때리고 차고 침을 뱉었다. 부모의 걱정이 죄의식으로 변했다. 에이미는 임신 중 과체중에 탈수증상을 보였다. 맥스의 그런 과격한 행동이 그때 엄마가 뭘 잘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18개월째 어린이집에서 맥스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고 하자 블레이크 부부는 다급해졌다. 해병대 시절 훈련 교관이었던 리치는 군에서 했던 대로 군기를 잡아보려 했다. ‘안 돼’라고 잘라 말하고 TV와 디저트를 금지하고 볼기를 때려 보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변호사인 에이미는 갓난아기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그것도 별무효과였다. 에이미와 리치는 아기의 양육방식을 놓고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담당 소아과 의사도(에이미도 그의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답을 내놓지 못했다. 두 살의 반항기가 일찍 찾아온 건 아닌 듯하다는 진단이 고작이었다. 자신이 치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도시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이크 부부는 보스턴의 병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수소문한 끝에 터프츠-뉴잉글랜드 메디컬 센터의 조셉 잰코스키 아동 정신과 과장과 연락이 닿아 맥스의 두 번째 생일 직후인 11월 18일 진료를 받기로 예약했다. 잰코스키는 몇 가지 검사를 했지만 대사효소 수치가 약간 높은 것 말고는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두뇌 스캔을 하도록 지시하고 인턴들과 함께 아기를 지켜봤다. 맥스의 행동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비명을 지르고 엄마를 물고 종이를 가져다 그림을 그리는가 싶더니 갈기갈기 찢어댔다. 한 시간 뒤 잰코스키는 맥스에게 양극성 장애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 밖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블레이크 부부에게 양극성 장애는 뎅기열만큼이나 생소한 병명이었다. 에이미는 ‘조울증’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그것은 어린이에겐 생기지 않는 무서운 질병으로 알고 있었다. 미 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는 미국의 성인 조울증 환자가 570만 명이라고 추산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의사들은 대부분 유아에게선 진단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어린이는 모두 ‘양극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아직도 회자된다. 감정에 따라 울다가 웃다가 변덕을 부린다는 얘기다. 에이미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녹초가 된 그녀는 다른 의사를 찾아가 봐야 할지 고민했다. 사무실 벽에 걸린 의사의 학위 그리고 그의 흰 가운에 새겨진 이름을 바라봤다. 그리고 “적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라고 생각했다. 잰코스키는 맥스에게 발작, 편두통, 양극성 장애 치료제 데파코테를 소량 먹여보자고 했다. 에이미는 편두통 약에는 익숙했고(몇 년 동안 두통을 앓았다) 그녀를 비롯해 가족 몇몇이 항울제를 복용한 적이 있었다. 리치는 더 조심스러웠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어린이에게 독한 정신활성제를 먹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작용을 걱정했다. 그리고 그후 오랫동안 그와 에이미는 그런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맥스는 3주 만에 데파코테의 복용을 중단했다. 밥을 못 먹었고 잠도 못 잤다. 잰코스키는 정신병약인 지프렉사를 시도했다. 며칠 만에 맥스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에이미의 기억으론 맥스가 처음으로 정말 아기처럼 곤히 잠들었다. “좋아.” 에이미는 생각했다. “항생제처럼 몇 주만 이 약을 먹이면 아이의 건강이 다시 회복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될 거야.” 2월 4일, 잰코스키의 진단이 나왔다. 에이미는 치료할 수 있는 병(“심할 경우 뇌종양이라 하더라도 자료를 찾아보고 이해하고 나을 수 있는 것”)을 기대했다. 아마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 장애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비슷한 경우의 친구 아이들이 모두 그 병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리치는 맥스에게 어떤 병이 있든 좀 더 크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장에 뚫렸던 구멍이 저절로 없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아이의 병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심각한 불치병이란 것이었다. 잰코스키의 직감이 들어맞았다. 맥스의 병은 양극성 장애였다. 에이미와 리치는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돌아갔고 에이미는 메모장을 하나 준비했다.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 노트는 맥스의 병력을 빠짐없이 기록한 완벽한 일지가 된다. 에이미는 “진단: 양극성 장애, 과잉행동장애”라고 적은 뒤 바로 공책을 덮었다. 맥스가 다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 희한한 병에서 한 가지 좋은 점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나쁜 엄마는 아니라는 증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당시 소아 양극성 장애는 아동 정신의학계 내에서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질환을 규명한 것은 맥스가 진단받기 불과 4년 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의료팀이었다. 1995년 아동 정신과 의사 조셉 비더만과 그의 제자 재닛 위즈니액은 내원한 아동의 16%가 그런 유형의 질환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당시엔 어린이에게 아주 드물어서 의사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병으로 간주됐다”고 워즈니액이 말했다. “그러나 바로 우리 눈앞에 있던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의사들은 어린이들이 병리적으로 흥분과 우울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어린이가 흥분해 있으면 과잉행동으로 진단하고 우울해 하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MGH 팀의 주장에 많은 의사가 반신반의했지만 그 주장을 주의 깊게 경청한 의사도 많았다. 양극성 장애아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라는 두뇌 영역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한 반면 이성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은 움직임이 둔하다는 사실이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생각할 수 없을 때 감정적이 된다”고 일리노이대(시카고) 아동 정신과의 매니 파불루리가 말했다. 양극성 아동은 세상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위험한 장소로 인식한다. 무표정한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 화가 났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 화난 얼굴을 보여주면 아이의 편도가 폭죽처럼 터지는 사이 전전두엽은 기능을 중단하게 된다. 보통 분노가 분노를 부르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신경학적 조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도 두뇌 스캔만으로는 양극성 장애를 진단할 수 없다. 그 진단은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깝다. 맥스의 진단 이후 몇 년 사이 의사들이 아무 어린이에게나 양극성이라는 엉뚱한 진단을 내려 제약회사들의 배만 불렸다고 많은 정신과 의사는 생각한다. 맥스의 담당의사 중 한명도 양극성 진단을 받은 어린이 중 십중팔구는 오진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에이미는 이런 논쟁엔 별 흥미가 없다. “맥스가 어떤 진단을 받든 상관없다”고 그녀가 말했다. “내게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이다.” 진단 후 몇 달간 약을 계속 바꿔 먹였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사설 어린이집에서도 두 돌 4개월째에 쫓겨났다. 블레이크 부부는 남아 있는 최선의 대안인 공립학교 특수교육 프로그램에 아이를 넣었다. 맥스는 신체장애나 중증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둘러싸이게 됐다. 교육을 받지도, 그처럼 길길이 날뛰는 송아지를 다루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에이미가 아침에 아이를 맡긴 뒤 보스턴의 사무실에 출근하면 얼른 피바디로 돌아와서 아이를 데려가라는 교사의 전갈이 도착해 있었다. 아이가 몇 달간 정학처분을 받아 블레이크 부부가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집에 발이 묶인 적도 있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동안 다른 의사를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이 한시도 에이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친구를 통해 매사추세츠 벨몬트의 매클리언 병원에 약뿐만 아니라 행동요법에 관심이 많은 진 프래지어라는 아동 정신과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맥스가 잰코스키의 진료를 받기 시작한 지 1년 1개월 1일 뒤인 2000년 12월 19일, 블레이크 부부는 세 살이 된 아이를 프래지어의 병원으로 데려갔다. 맥스는 처음엔 쾌활했지만 진찰이 길어지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의사가 질문을 해도 쳐다보지 않았다. 아빠를 물려고 덤비더니 엄마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블레이크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프래지어는 이번에는 속삭이듯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맥스가 귀를 기울였다. 프래지어는 이때 뭔가를 깨달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이의 귀에 거슬렸던 것이다. 맥스는 말소리의 정상적인 톤을 괴로워했다. 의사는 메모에 “머리카락이 짙고 눈빛이 초롱초롱한 미소년”이라고 적었다. 그녀는 아이가 전형적인 양극성 장애의 증상을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두뇌 스캔과 혈액검사를 다시 받아보자고 주문했다. 그리고 맥스가 복용하는 약을 줄이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잰코스키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놀이 치료에 대해 묻자 프래지어는 다른 전문가를 부부에게 추천해 줬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맥스는 여전히 공립학교의 특수교육 프로그램을 받았으며 곧 유치원으로 올라가야 할 형편이었다. 주와 연방 장애법에 따라 학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해당 교육청에서 사립학교 학비를 대신 지급해야 했다. 피바디 교육당국은 맥스를 공립학교 시스템 안에 붙잡아 두려는 생각에 아이를 위한 특수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맥스는 6주를 더 다니면서 벽에 주먹질을 하고 욕설을 퍼붓고 낙서를 했다. 결국 학교 당국이 두 손을 들고 아이를 맨빌 스쿨에 보내기로 합의했다. 보스턴 소재 저지 베이커 아동센터 부설 학교로 1년 학비가 6만4000달러다. 맨빌은 책상과 의자가 있고 로비에 밝은 색 벽화가 그려진 여느 학교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사회복지사와 심리학자들을 고용해 학생들을 돌봤다. 학생 8명당 교사가 3명이었으며 교실과 거의 같은 숫자의 타임아웃 룸(어린이가 잘못을 했을 때 안에 들어가 조용히 반성하도록 하는 방)이 있었다. 에이미는 커다란 바인더를 구입해 아들의 학교생활에 관한 교사들의 메모를 모두 보관했다. 여느 엄마라면 독서 감상문과 공룡 그림을 보관했겠지만 말이다. 오후 시간에 맥스를 돌봐주는 보모 제니 멜로도 구했다. 리치도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소방관으로 직업을 바꿨다. 한 주에 이틀씩 소방서에서 철야를 해야 했지만 다음날 낮에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온갖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맥스의 삶은 여전히 격동의 연속이었다. 한 해 사이에 정신활성제를 8가지나 바꿔 먹였다. 그렇게 많은 약을 복용해도(그리고 어쩌면 그 때문에) 아이는 정서적으로 파탄상태였다. 에이미는 그의 눈을 보며 하나의 표정을 읽어내는 법을 익혔다. 그런 표정이 보이면 “이제 곧 소동이 벌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맥스는 2002년 1월 네 살 때 “얼어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6월엔 집을 뛰쳐나가 이웃집 자동차 밑에 숨어 있다가 발견됐다. 맥스는 상상 속의 친구가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에이미 부부는 아이가 환청을 듣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식료품점에 갔을 때 옆 칸에서 어떤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아이가 갑자기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아줌마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쯤 되자 에이미와 리치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맥스는 생일파티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에이미는 초청장을 조용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가족의 친구들도 일부는 연락을 끊었다. 에이미의 엄마는 양극성 장애 ‘치료법’을 인터넷에서 찾아 e-메일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에이미는 맥스의 친척들조차 그를 ‘불량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낯선 이들의 몰이해도 상처를 남긴다. 어느 날 오후 쇼핑몰에 갔을 때 맥스가 광란을 일으키자 한 여자가 에이미에게 다가오더니 이런 여자는 아이를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일행에게 말했다. 집에서도 에이미와 리치는 서로의 아픈 곳을 감싸주지 못하고 오히려 긁어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서로를 공격했다. 리치는 맥스가 태어나기 전엔 참을성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내심이 “종잇장처럼 얇아졌다.” 양극성 장애는 유전성이 강하다. 언쟁이 격해지자 둘 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가슴에 못질을 해댔다. “당신 아이야! 당신 잘못이라고!” 블레이크 부부는 처음부터 아이를 하나 더 가질 계획이었다. 맥스가 안정을 되찾았을 때 (종종 그럴 때가 있었다) 에이미는 불현듯 둘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리치는 이제 자신들의 유전자가 걱정돼 입양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녀는 입양기관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음날 맥스가 광란을 일으켰다. 마치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 순간 블레이크 부부는 아이를 더 이상 갖지 않기로 작정했다. 훗날 맥스는 자기에겐 왜 동생이 없는지 묻기 시작했다. 상황에 따라, 장난감을 동생과 나눠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거나 “엄마와 아빠는 완벽한 아이 하나면 족한데 네가 있잖아”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하지만 리치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맥스가 충분히 농담을 받아들일 만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대답했다. “거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거야.” 일곱살 반이 됐을 때 맥스가 복용한 약의 종류가 너무 많아져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로운지 의사나 부모 모두 더는 알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이는 안면 경련을 일으키는 틱 장애를 앓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고 헛기침을 하면서 “마치 피부를 벗어던지고 싶은 듯 옷을 잡아당겼다”고 리치가 말했다. 2005년 2월 프래지어의 감독 아래 맥스에게 먹이던 약을 모두 끊었다. 화학성분이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가자 맥스는 두 살 때와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됐다. 상태가 더 악화된 것이다. 양극성 장애는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지기도 한다. 두뇌 또한 자기 개조를 통해 일부 약품에 반응한다. 도파민 수용체도 약해지고 민감해진다. 약의 복용을 중단하면 쇼크가 일어난다. 맥스는 환각을 일으키고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엄마가 자신에게 독약을 먹인다고 생각해 그녀가 요리한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입을 열기만 하면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밤에도 두 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한 달도 안 돼 프래지어는 아이에게 다시 약을 먹이면서 조건을 하나 달았다. 어린이 정신병동에 단기 입원시키자는 것이었다. 블레이크 부부는 이번 조치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매일 병원으로 맥스를 찾아갔지만 아이를 입원시킨 많은 부모가 자신들과 똑같이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맥스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지도 걱정스러웠다. 아이가 잠자코 앉아 혈액검사를 받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체내 약품 농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3주 뒤 마침내 에이미와 리치가 아이를 붙잡아 앉히고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아이의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리튬 수치가 낮았다. 프래지어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들은 맥스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다시는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두 달 뒤 맥스가 침실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오늘날 맥스의 의료 파일은 처방전, 웹사이트에서 출력한 인쇄물, 의사들의 명함 같은 서류로 가득하다. 맥스는 10살의 나이에 38가지의 정신활성제를 복용했다. 그 약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부른다. 약 때문에 체중이 불었으며 아직 자라나는 중이어서 빈번히 약을 바꿔줘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이(어떤 아이라도)는 절대 그렇게 많은 약을 먹이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블레이크 부부도 잘 안다. 그들도 그 점이 늘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현실에 적응했다. 잰코스키가 처음 맥스에게 양극성 장애와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내린 후 7년 반 동안 맥스의 예후 역시 더 복잡해졌다. “그 아이는 적대적 반항장애, 난독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강박장애(OCD)”라고 에이미가 말했다. “이니셜로 된 병은 모두 갖고 있다.” 양극성 장애아, 특히 어렸을 때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종종 그런 다른 장애들을 줄줄이 수반한다. 양극성 장애아의 두뇌는 다른 영역들을 끌어들여 전전두엽의 약점을 보완하려 한다. 따라서 지금은 다른 영역들까지 제 기능을 못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아동 정신과의사들은 현실적으로 커다란 난제에 직면한다. 종종 한 가지 장애를 치료하다 보면 다른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과 같다”고 아동 양극성 장애 규명에 기여한 MGH의 정신과의사 워즈니액이 말했다. 맥스 같은 어린이의 경우 부모는 종종 “증상의 일부를 제거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맥스의 삶은 아주 어렸을 때에 비해 몇 가지 측면에서 호전됐다. 맨빌 스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학교에서 소동을 일으키지만 친한 친구도 한 명 있다. 가벼운 불안장애를 가진 착한 금발 소년이다. 맥스는 작년에 항상 앞장서 신입생들에게 학교를 안내하는 모습이 선생님들의 눈에 띄어 ‘모범상’을 받았다. 급우들이 광란을 일으키면 자신이 나서서 진정시킨다. “자리에 앉거나 심호흡을 하거나 교실 밖으로 나가보라고 말하곤 한다”고 담임교사 줄리 히긴스가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은 터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회성 측면에선 발달이 있었지만 학업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나이로 따지면 4학년이지만(맨빌은 학년을 가르지 않는다) 몇몇 과목에서 뒤떨어진다. 과학과 미술은 좋아하지만 읽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창의성은 뛰어나지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지 못한다. 때로는 연필을 몇 분 이상 쥐고 있는 일도 어렵다. “아이를 보면서 정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짐 프린스 교장이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내버려둘 순 없다. 때로는 실제로나 정서적으로 아이를 꼭 잡아줘 수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맥스는 깊고 강렬한 감정을 지녔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은 매사추세츠주의 케임브리지 헬스 얼라이언스에서 근무하는 진 프래지어는 칠판에 아이의 걱정거리를 그려보도록 했다. 맥스는 최근 진료를 받던 중 게(crab)를 그렸다. 불면 때문에 ‘기분이 언짢아진(crabby)’ 것이다. MGH의 임상 심리학자 스튜어트 애블런은 놀이를 통해 아이와 소통하려 한다. 맥스는 병원에 파워레인저 액션 인형을 가져간다. “그 캐릭터들을 갖고 선과 악이 있으며 악이 항상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좋아한다”고 애블런은 말했다. “자기 몸속의 악이 선을 항상 이기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그러나 아이에게 그것을 직접 물어볼 순 없다. 상처를 줄 수 있다.” 한 번 시도한 적은 있었다. 그때 맥스가 완구를 던져 애블런의 다리에 상처가 났다. “피를 보자마자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고 애블런이 말했다. 맥스는 생각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일 때가 종종 있다. 가장 최근 유서를 쓴 뒤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훌쩍이며 말했다. “나를 병원에 보내지 말아 주세요.”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설 무렵엔 화가 나 있었다. 유서를 쓴 것은 선생님이 “늘 하던 대로 불공평하게” 자신을 반성의 방으로 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당초 그런 문제를 일으킨 것을 창피하게 여겼다. “수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해 엄마 아빠를 실망시킬까 겁이 났어요” 라고 양 손가락을 꼬며 에이미에게 말했다. “슬프고 무서웠어요. 모두가 나를 못 살게 구는 것 같았어요.” 1분 뒤 맥스는 언제 겁을 먹었느냐는 듯 애완견 불 마스티프(불독 비슷한 대형견)와 함께 깔깔거리며 뛰어다녔다. 단체 스포츠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의 장애아 재활단체 챌린지 언리미티드에서 승마 치료를 통해 감정조절법을 배우고 있다. “맥스 같은 아이들에겐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최근 어느 날 오후 맥스가 말 등에 올라타 실내 트랙을 도는 동안 강사 린다 고스가 말했다. “분명하게 지시를 내리면서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게 요령이다. 약간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말이 금방 알아차린다.” 때마침 신호라도 떨어진 듯 맥스의 말이 아직 설치되지 않은 한 쌍의 비월 폴대를 향해 질주했다. 린다가 달려가며 점프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말이 도약한 뒤였다. “미안해요”라고 맥스가 말했다. “나도 어쩔 수 없어요.” 그러나 그는 말 등에서 내리지 않고 몇 가지 묘기를 보여줬다. 작년 그는 주 내에서 열린 특수 올림픽에서 동메달 두 개를 획득했다. 몇 주 동안 그것을 목에 걸고 다니며 샤워할 때도 벗으려 하지 않았다. 도중에 몇 차례 고비는 있었지만 가라테도 그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아이가 다니던 한 도장의 사범이 정신력이 약하다며 울보라고 놀리자 맥스는 당장 도장을 뛰쳐나왔다. 5개월 전에 매사추세츠주 노스 리딩의 서비치스 무도 아카데미에 다시 등록했다. 특수아동 대상 교실을 운영하는 곳이다. 맥스는 이미 노란 띠를 땄다. “아이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잘못이라고 가정할 때가 있다”고 사범 크리스 스미스가 말했다. “때때로 좀 더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막기, 발차기, 주먹 지르기는 잘한다.” 마치 좋은 일인 것처럼 맥스가 주먹질과 발차기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가라테 도장에서 감정을 폭발시킨 적은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행동은 여전하다. 보모 제니 멜로는 3년 전 아들을 낳았다. 맥스를 돌봐주러 올 때 아기 잭슨을 함께 데려온다. 맥스는 아기를 귀여워하는 편이지만 문제는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작년 여름 아기를 포함해 셋이서 집 뒷마당의 풀장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보모가 배수구 필터에서 죽은 다람쥐를 발견했다. 학교에서 공수병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맥스는 물속에서 뛰쳐나왔다. 제니와 아기는 개의치 않고 수영을 계속했다. 맥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악을 쓰며 “아무도 내 말을 안 들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불현듯 제니는 문제가 생기겠다는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물속에서 나와 집 안 서재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맥스가 문을 향해 몸을 던져 문 반대쪽에 걸린 거울이 산산조각이 났다. 제니는 잠긴 문 뒤에서 떨면서 전화로 이웃에 도움을 청했다. 자신과 아들이 다칠까 겁이 났지만 “맥스가 안쓰러워 울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한동안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2주 뒤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별 탈 없이 잘 다닌다. 에이미는 아직도 아들의 행동을 어떻게 고쳐야 좋을지 고민 중이다.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자신의 생각이 너무 짧았다고 털어놓았다. 말을 잘 들으면 장난감을 상으로 주곤 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아이에겐 뇌물이었으며 계속하다간 자신이 파산하고 말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집에 완구 백화점 별관을 차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애블런의 지도를 받아 ‘난폭한 아이 다루기(Treating Explosive Kids)’라는 책에 나온 기법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맥스를 훈육하려 배우는 중이다. 리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해병대 생활이 몸에 밴 그는 아이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말라는 이론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자신이 어릴 때 같았으면 맥스 같은 애는 “볼기를 좀 맞았을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모두가 응석을 받아주며 교과서대로 존중해 주지는 않았다.” 그는 때때로 자신이 맥스에게 압력을 준다는 점을 인정한다. “내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자기 아들이 다른 집 자식들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맥스의 나이만 할 때 나는 하키와 야구를 즐겼다. 운동을 좋아했다”고 그가 말했다. “10살이나 된 아이가 자전거도 못 탄다니 실망스럽다. 또래 아이들이 다 하는데도 우리 아이는 못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 달라지리라 믿는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도 12살 때까지 미식축구공을 잡아보지 못했다. 아직 희망이 있다.” 리치의 집안은 전통적으로 말을 많이 아꼈다. 집안에 정신병 내력이 있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의 형은 21세 때 자살했지만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 “아버지는 내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리치가 말했다. “원래 그런 분이다. 무슨 일에든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과묵하기로는 리치도 아버지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자신도 아들과 똑같은 몇 가지 문제와 씨름을 한다. 욱하는 성격이 있으며 아내로부터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리치는 자신은 “엄격하고 아내는 물러터졌다”고 반박한다. 자신은 심리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년 말 에이미는 남편에게 함께 결혼 카운슬러의 상담을 받아보자고 요구했고 리치도 동의했다. 몇 번 찾아갔지만 나중엔 찾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맥스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어떤 치료가 아이에게 효과가 있으면 가족 모두가 좋아지는 것이다. 물론 맥스의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최근 프래지어에게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한바탕 광란을 벌였다. 미친 듯이 깔깔대면서 바닥을 뒹굴더니 부모 쪽으로 기어가 빈 약병을 손에 쥐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약이다! 내게 약이 있다! 어린이에게도 안전한 약이다!” 리치가 다시 빼앗아 들자 맥스가 비명을 질렀다. 리치는 마치 개에게 공을 물어오는 훈련을 시키듯 약병을 방 저편으로 던졌다. 맥스는 꺅 하고 환성을 올리며 약병을 향해 몸을 날려 집어 들더니 마이크처럼 손에 쥐고는 노래 ‘본 투 비 와일드’를 불렀다. “Booorn to be wiiiiild ….” 에이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안에 또 다른 애가 있어. 웃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지.” 정말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짐을 떠안은 맥스를 바라보며 아이 얼굴의 웃음이 여느 아이들의 장난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질병의 증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기도 힘든 일이었다. 슬픔과 분노가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뻔히 알지만 행복도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에이미는 맥스를 이끌고 진료실 문을 나서면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맥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하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그런 거 같아요.” 이처럼 자신의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 가끔씩 있다. 앞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지나면 사춘기가 오는데 그때가 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10대의 반항이야 그러려니 해도 양극성 장애를 가진 10대의 반항은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 “아이가 ‘약을 먹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해도 내가 강제로 입을 벌리고 약을 쑤셔 넣을 수는 없다”고 에이미가 말했다. 아이가 10학년(고1에 해당)을 마칠 때도 걱정이다. 그때가 되면 맨빌 스쿨을 졸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미는 맥스가 피바디의 공립학교로 되돌아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특수학교를 찾지 못할 경우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맥스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으며 이미 매사추세츠 아트&디자인 칼리지를 목표로 잡았다. 에이미도 그때의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십중팔구 대학 학비로 쓰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마다 대학 학자금 계좌에 적금을 납입한다. “맥스가 정상인처럼 훌륭하게 살아가리라고 믿고 싶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 생각을 한다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맥스 같은 아이들의 미래를 놓고 깊이 있게 생각한 과학자들이 있다. 다수가 아직도 양극성 장애의 오진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만 환자들은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데는 생각이 다르지 않다. 2년 전 NIMH는 7~17세에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청소년 대상의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예후가 나쁜 청소년들은 장애가 일찍 찾아왔을 뿐 아니라 정신병, 불안, ADHD 그리고 조증과 울증 간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바로 맥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의 앞날이 그렇게 밝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18번째 생일은 먼 훗날의 일이다. 블레이크 부부는 아이가 별 탈 없이 11세 생일을 맞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그런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내려 한다. “좋든 나쁘든 맥스는 우리 아이다. 나쁜 일이 많지만 좋은 일도 많다”고 에이미가 말했다. “엄마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아는 아이를 둬서 정말 행운이다. 맨빌에 다니는 많은 자폐아동의 부모는 그런 말을 전혀 듣지 못한다. 아이가 아무리 울고 때리고 ‘미워’ 라고 말해도 나는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지 않는가.” 지난 5월 어느 날 밤 맥스가 차분히 숙제를 마친 뒤 엄마와 함께 푹신한 안락의자에 몸을 뉘었다. 에이미가 책을 읽어주는 사이 겨우 7시 45분인데도 아이의 눈꺼풀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하자 에이미가 광란이 일어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맥스는 “그럴 거 같아요. 얼른 해 버리고 말죠”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광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몇분 간 조용히 있더니 엄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의 마음이 세상만큼 넓어요.” 그래야 하는 이유를 지금은 잘 모를지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번역:차진우

2008.07.16 15:01

22분 소요
대작 시리즈의 재부팅

산업 일반

후속편 계속 나오면서 황당의 극치로 치달아 수명 재촉…원점으로 돌아가야 인기있는 영화 시리즈가 완전히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은 언제나 분명하다. 미묘한 탈선이란 없는 법이다.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 복장으로 젖꼭지를 보여준 순간 ‘배트맨’ 시리즈는 수명을 다했다. 로키가 냉전을 끝낸 순간도 그렇다. 수퍼맨이 세계평화를 달성한 순간도 마찬가지. 한니발 렉터가 레이 리오타의 머리 꼭대기를 잘라내고 뇌를 퍼내 그에게 먹이는 순간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윽’ 소리 말고)? 할리우드의 최장수 시리즈인 007 중에는 데니즈 리처즈가 핵물리학자로 나온 영화가 있다. 제대로 된 안경을 끼지 않았다면 결코 해내지 못할 배역이었다. 그러나 이 대하 시리즈의 수명을 재촉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고 007의 공동제작자 마이클 윌슨은 말했다. 2002년 나온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 제임스 본드가 투명 자동차의 운전대에 앉는 순간이었다. “표류를 시작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라고 윌슨은 말했다. “우리의 공상이 도를 넘었다. 관객을 다시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리즈가 첫선을 뵌 지도 44년이 지났고, 제작된 영화가 20편이며 본드 역에만 배우 다섯 명이 거쳐갔고, 섹스를 이용한 유치한 말장난이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요즘 무슨 수로 관객을 다시 사로잡는단 말인가? 재부팅이 정답이다. 11월 17일 개봉되는 새 시리즈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의 대니얼 크레이그가 새 본드로 나온다. 007이 살인면허를 얻는 과정이 마침내 밝혀진다. “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윌슨은 말했다. 최근의 할리우드에선 모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소위 기원 이야기(무엇무엇이 어찌어찌해서 무엇무엇이 됐는가)가 유행이다. “옛날에는 프랑켄슈타인이 애버트나 코스텔로(코미디언들)와 싸우는 영화도 있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새출발을 해야 했다”고 공포영화 작가 롭 좀비는 말했다. 그는 요즘 ‘핼러윈’ 시리즈의 재부팅에 바쁘다. “우리가 다시 만드는 캐릭터들은 우상 격이다. 명작의 소재는 영원히 명작이다.” ‘스타워즈’ 전편(prequel)과 지난해 여름의 ‘배트맨 비긴스’는 둘 다 일급 주인공들의 뿌리를 추적하는 줄거리로 금맥을 캤다. 요즘 극장에서는 전기톱 살인마 레더페이스에 관해 알고는 싶었지만 무서워서 묻지도 못했던 모든 사항을 알게 된다. 내년에는 마이클 마이어스(‘핼러윈’)와 제이슨 부어히스(‘13일의 금요일’)의 어린 시절이 밝혀지고, 2월에는 ‘한니발 라이징(Hannibal Rising)’에서 역시 한니발 렉터의 과거가 밝혀진다. 악명 높은 그의 인육 생식 습관은 나치 병사가 누이동생을 먹은 60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어쩌면 약간의 파바빈(콩)과 맛있는 키안티(포도주)를 곁들여서. 모험 기피가 할리우드의 본질인 이상 영화사는 관객들이 여전히 좋아하는 브랜드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잘 아는 제목이 있으면 전투의 절반은 이긴 셈”이라고 드림웍스의 마케팅 본부장 테리 프레스는 말했다. 금전상 안전제일을 추구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영화사는 창의적 모험을 시도할 핑계를 얻기도 한다. ‘한니발 라이징’의 감독을 맡은 피터 웨버가 전에 만든 장편영화라고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단 한 편이었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에 관한 영화이며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된 사극이다. 웨버는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에게 앤서니 홉킨스가 단골로 맡던 살인마 배역을 맡겼다. “속편이나 전편을 얕잡아보고 ‘폴리스 아카데미 47’에 출연하는 기분으로 생각하기 쉽다”고 웨버는 말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런 식이었다면 시작도 안 했다.” ‘한니발 라이징’은 편리하게도 전작 렉터 영화들의 출발점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서 끝난다. 따라서 성공하면 속편도 가능하다. 기원 이야기는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관객들이 이미 끝을 다 알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과거 사연에서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어쩌다 특별한 인물로 바뀌었는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줄거리에 긴장이 담기는 경우도 있다”고 웨버는 말했다. “관객들은 내가 차를 몰고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줄은 알지만 어떤 길로 갈지는 모른다. 뉴올리언스를 거칠지, 시카고를 거칠지.” 통상적 전략은 주인공과 관련된 상징물을 골라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법이다. ‘카지노 로얄’의 경우 관객들은 본드가 즐겨 타는 자동차 애스턴 마틴을 카드 테이블에서 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자세한 내역들이 팬들을 만족시키고 이런 주인공들에 관해 전설 이상으로 아는 바가 없는 신세대 관객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봉 예정인 모든 리부팅 작품 중에서 ‘카지노 로얄’의 위험 부담이 가장 크다. 다른 시리즈들과 달리 007은 여전히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이 어나더 데이’는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영화를 성공적으로 끝낸 시점에서 이제는 판형을 깨야 한다고 하면 투자자들이 반길 리 없다”고 윌슨은 말했다. “그러나 창의적 측면에선 그 길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도 그만한 돈을 벌지 누가 아는가?” ‘카지노 로얄’에서 제작진은 냉철한 매력으로 이름난 주인공을 “좀 더 단호하고 강인하며 어두운 성격의 사나이”로 만든다고 윌슨은 말했다. 영화 속의 본드는 이언 플레밍의 1954년 원작에 나오는 본드와 같다. 하루 담배 70개비를 피우고, 술을 과음하며,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총 쏘기를 즐기지 않는다. 크게 성공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다. 시리즈 영화들이 재부팅하고 현실적으로 나가리라는 점은 익히 예상했던 바다. 지나치게 부풀어 멍청해진 시리즈를 손보는 논리적 수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하지만 두고 보라. 새 007 영화에는 폭발 장면과 멋진 자동차와 미녀들이 수없이 나올 것”이라고 프레스는 주장했다.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카지노 로얄’이 과거의 제임스 본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를 잡으려고 첫 장면은 본능적이고 동적인 모습으로 시작하고자 했으며, 결국 건물들 옥상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으로 끝났다”고 대본작가 로버트 웨이드는 말했다. “부드러운 요원의 모습보다는 생생하고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번에는 투명 자동차가 없을까? “레이저를 갖춘 우주정거장도 없다”고 웨이드의 집필 파트너 닐 퍼비스는 말했다. “적어도 몇 해 동안은 없다.”

2006.11.14 14:18

4분 소요
Newsmakers

산업 일반

Secrets of the Ya-Ya Sisterhood 주드 자매의 비밀 불행한 컨트리 가수 위노나 주드를 위해 잠시 묵념하자. 그녀는 병적인 과식 때문에 재활 시설에 입원했다. 치료를 받는 도중 그녀보다 예쁘고, 날씬한 여동생 애슐리 주드(38)가 나타나 그녀에게 쏠렸던 관심을 뺏어갔다. 애슐리는 글래머지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 소재 ‘희망의 그림자 치료센터’에 입원해 있는 언니 병문안을 갔다가 자신도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애슐리는 치료의 일환으로 자신의 인생을 말하던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어지러웠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상담자들은 애슐리에게 “당신처럼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 그런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너무나 똑똑하고 반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애슐리는 언니와 같은 시설에 47일간 입원해 ‘상호의존… 우울증, 책임 전가, 분노, 현실 도피, 자기 부정, 감정 축소’, 그리고 ‘문제가 많은’ 언니 위노나 대신 부모에게 ‘완벽한 딸’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강박관념 등을 치료받았다. 멋진 카레이서 다리오 프란치티와 결혼하고 새 영화 두 편(‘버그’와 ‘컴 얼리 모닝’)이 가을 개봉을 앞둔 애슐리는 이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 언니도 분명히 기뻐할 거야. SEAN SMITH The Stupidity Award Goes To... 에미상 후보 선정 문제 많다 제임스 갠덜피니와 에디 팔코(사진)가 올해 에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심사 과정이 얼마나 엉망이었는가를 보여준다. 그 밖에도 이해가 안 되는 탈락자가 몇 명 더 있다.이 의사가 어때서? 오만하면서도 매력있는 휴 로리가 없었다면 드라마 ‘하우스’는 없었다. 그가 왜 후보에 오르지 못했단 말인가?위기의 후보들 지난해 ‘위기의 주부들’의 주인공 주부 세 명은 모두 최우수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들이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까닭은?땅에 떨어진 이름 드라마 ‘디 오피스’의 후보 지명은 축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스크럽스’가 ‘내 이름은 얼’을 제치고 후보에 오른 일은 용납하지 못하겠다.완전한 참패 드라마 ‘로스트’는 작품상 후보에 못 올랐을 뿐 아니라 출연진 중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더 이상 에미상을 믿지 못하겠다. HEIDI KLUM 옷은 때와 장소에 맞게 독일 수퍼모델 하이디 클룸이 리얼리티 쇼 ‘프로젝트 런웨이’ 세 번째 시즌 사회자로 돌아왔다. 라민 세투데 기자가 인터뷰했다. 또 임신했군요. 특별히 무얼 먹고 싶나? 원래 별로 먹고 싶은 게 없다.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는 빅맥 버거와 감자튀김이다. 오이 샐러드, 토마토, 아티초크를 곁들인 미트볼을 요리하기도 한다. 아티초크를 먹어본 적이 있나? 물론이다. 나는 뒷마당에 많이 키운다.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면 아주 예쁜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번 시즌 ‘런어웨이’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매력적인 악역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나는 이 쇼가 오래 계속되길 바란다. 모든 미국인이 디자이너가 되는 그날까지.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다음 시즌엔 남자 모델들을 기용하면 어떨까? 그런 얘기는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 우리는 여성복만 다룬다. 지난해 왜 제이의 드레스 입기를 거부했나?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미상 수상식은 매우 중요한 행사인데 그가 만든 옷은 마치 핼러윈 의상 같다. 옷은 시간·장소에 맞는지 생각해보고 입어야 한다. 그 옷을 입었으면 제이의 앞날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전 수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가? 그렇다. 내가 독일판 도전 수퍼모델을 진행한다. 시청자가 아주 많다.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스 시크릿 패션쇼에서 천사 분장을 하고 나왔었는데 나중에 그 날개를 집에 가져갔나? 아니다. 너무나 갖고 싶었는데 못 가져가서 슬프다. 남편 실도 실망했겠다. 빅토리아스 시크릿사에 전화해 “하이디한테 그 날개를 주라”고 말 좀 해달라.

2006.07.18 16:20

3분 소요